해당 기사와 무관. 연합뉴스
중국에서 안정적 일자리와 인간관계를 모두 내려놓고 최소 생계비로만 버티는 청년층이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벽에 걸린 채 방치된 물건을 뜻하는 과비(挂壁)라는 신조어가 이들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자리 잡으면서, 공장 일용직에 국한됐던 과거와 달리 대학 졸업자와 도시 청년으로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궈씨가 선전의 24시간 당구장에서 잠을 자며 한때 수중에 20위안(약 4100원)만 남은 채 생활했다고 보도했다. 안정적 진로를 예상했던 그는 가족의 죽음과 투자 실패를 겪은 뒤 배달, 육체노동, 영업 등 임시직을 전전하다 벽걸이족이 됐다.
중국 SNS에서 과비는 원래 벽에 걸어둔 채 쓰지 않는 물건을 뜻했다. 지금은 안정된 직장과 사회적 관계를 잃고 최소한의 소득으로 생계만 유지하는 청년을 가리키는 은어로 쓰인다.
이 흐름은 2018년 선전 싼허 인력시장에서 알려진 싼허다선(三和大神)과 맥이 닿아 있다. 당시 단기 일용직을 전전하던 청년들은 하루 벌어 사흘을 쉬는 생활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이런 생활 방식이 제조업 노동자를 넘어 대졸 청년층으로도 번지는 양상이다.
궈씨는 경제적 어려움이 이어지자 인간관계도 끊었다. 친구들이 자신을 돈을 빌리려는 사람으로 여길까 우려해 연락을 줄였다. 이후 SNS에서 과비라는 표현을 접하고서야 자신의 처지를 설명할 말을 찾았다고 SCMP에 전했다.
비슷한 사례는 다른 지역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2월 설 연휴 기간 구이저우성 쭌이의 한 인터넷카페는 시간당 0.6위안이라는 저렴한 이용료로 벽걸이족이 몰리는 곳으로 알려지며 중국 SNS에서 화제가 됐다. 일부 청년은 거리나 공공장소에서 잠을 자거나 인터넷 방송으로 소액을 벌며 생활을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매체들은 벽걸이족이 되는 경로로 실직과 사업 실패, 가족 갈등, 이혼 등을 꼽는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관계를 정리하고 휴대전화 번호까지 바꾸는 사례도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벽걸이족은 최근 청년층 사이에서 확산한 탕핑(躺平)과는 결이 다르다. 탕핑이 과도한 경쟁과 장시간 노동을 스스로 거부하는 선택에 가깝다면 벽걸이족은 경제적 충격과 가족 해체, 관계 단절이 겹치며 사회 주변부로 밀려난 결과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배경에는 청년 실업 문제도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7월 도시지역 16~24세(재학생 제외) 청년 실업률은 17.9%로 전월 대비 3.0%포인트 올라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달 25~29세(재학생 제외) 실업률도 7.2%로 전달보다 소폭 올랐다. 올해 대학 졸업생 수도 1270만명으로 지난해보다 4%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사회 복귀를 위해 일자리 제공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고용 기회 확대와 함께 관계 회복을 도울 지원, 고립을 심화시키는 온라인 환경 개선이 함께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SCMP는 벽걸이족 확산이 중국 청년 문제를 고용률과 임금 지표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노동시장 이탈과 관계 단절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청년 고립이 새로운 정책 과제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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