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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떠난 `딸과의 약속' … 세상의 희망이 되다

[충청타임즈] 거울 앞에 앉은 엄마의 손에 가위가 들렸다. 뚝뚝 잘려 나가는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봉투에 담아내는 손길엔 묵직한 그리움이 묻어났다. 잘라낸 33㎝의 머리카락에는 꿈속에서라도 만나고 싶은 딸과의 약속이 깃들어 있었다.

이현주 충북경찰청 경사 세번째 모발 기부 … 누적 110㎝

2021년 당시 10살 지윤양과 `어머나 운동' 접하고 결심

“꿈속에서라도 만날 수 있다면” … 엄마의 묵직한 그리움

이현주 경사./충북경찰청 제공

[충청타임즈] 거울 앞에 앉은 엄마의 손에 가위가 들렸다. 뚝뚝 잘려 나가는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봉투에 담아내는 손길엔 묵직한 그리움이 묻어났다. 잘라낸 33㎝의 머리카락에는 꿈속에서라도 만나고 싶은 딸과의 약속이 깃들어 있었다.

주인공은 충북경찰청 과학수사계 이현주 경사(여·45). 이 경사는 지난 2일 소아암 환우들을 위한 세 번째 모발 기부를 마쳤다. 그가 이번에 잘라낸 머리카락은 약 33㎝에 달한다. 2021년 첫 기부로 40㎝, 2023년 두 번째 37㎝에 이어 그가 지금까지 세상에 나눈 머리카락만 110㎝에 달한다.

이 따뜻한 동행의 시작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경사는 당시 10살이던 딸 지윤양과 함께 소아암 환자 가발 제작 단체인 대한민국 사회공헌재단의 `어머나 운동'(어린 암환자를 위한 머리카락 나눔)을 알게 됐다.

머리를 기르던 모녀는 “함께 머리를 길러 아픈 아이들에게 선물하자”며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그해 8월 딸의 생일을 기념해 이 경사는 혼자서 먼저 40㎝의 머리카락을 잘라 첫 기부를 했다. 다음에는 꼭 딸과 함께 나란히 머리를 자르리라 다짐했다.

이현주 경사와 그의 딸 지윤 양./충북경찰청 제공

하지만 평화롭던 일상은 잔인하게 무너졌다. 2023년 6월30일 학교에서 갑작스러운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진 지윤양은 급성뇌출혈로 응급 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깨어나지 못한 채 보름 만인 7월14일 12살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 속에서 이 경사를 지탱한 것은 아이와의 마지막 약속이었다. 딸을 보내고 60일째 되던 날 그는 눈물을 삼키며 다시 가위를 들었다.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잘라낸 두 번째 머리카락은 37㎝였다.

육군 여군 장교로 임관해 대위로 전역하고 2017년 과학수사 경력채용으로 경찰관의 길을 걷기까지 그가 살아온 삶은 늘 헌신과 맞닿아 있었다. 군 시절부터 전우들을 위해 헌혈증을 나누던 그는 경찰이 된 후에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길을 고민해왔다.

이 경사는 “딸에게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살아가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소아암 환자들이 완치되는 과정에서 조금이나마 행복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경사는 자신의 키만큼 머리카락을 길러 소아암 아이들에게 건네겠다고 다짐한 약속을 지금도 묵묵히 지켜내고 있다.

/이용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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