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이후 첫 공식 행보로, 최원철 개소식 참석
李정부 반도체 산업 관련 ‘왜 호남이냐’ 발언
지역 대립 프레임, 충청권 상대적 박탈감 자극
정진석 전 비서실장. 김다소미 기자.
정진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4일 충남 공주에서 열린 최원철 국민의힘 공주시장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좌우 균형이 무너져 나라가 흔들리고 있다”, “좌회전 폭주기관차”며 이재명 정부를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정 전 실장은 국회 다수 의석 구조와 사법개혁 논의를 문제 삼으며 법치 훼손까지 거론했지만, 윤석열 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으로 비상계엄 국면 한복판에 있었던 인물이 정작 그 책임에 대한 설명이나 사과 없이 다시 법치를 앞세운 데 대해서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이날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반헌법적 비상계엄 사태로 파면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정 전 실장은 자신의 보좌관 출신인 최 후보의 요청에 “만사를 제쳐두고 내려왔다”며 각별한 인연도 강조했다.
“여러분 실망시키지 않는 결말 이를 것”
마이크를 잡은 정 전 실장은 “재작년 12월 공주에 들렀고 그 이후 공식적으로 처음 방문한 자리”라며 “지난 시간 동안 성원해주신 공주시민 여러분과 당원들께 큰 걱정을 끼쳐드리고 큰 염려를 드린 점 송구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가 언급한 ‘재작년 12월’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하루 전날이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공주 산성시장을 방문해 소상공인 지원 의지를 밝혔고, 정 전 비서실장과 최원철 시장, 김태흠 충남지사가 나란히 현장을 지켰다.
그는 이어 “여전히 저에게는 외로운 싸움의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재판을 받고 있고 조사도 아직 완료되지 않아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결코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는 결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실장은 현재 한덕수 전 국무총리,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김주현 전 민정수석, 이원모 전 공직기강비서관 등과 함께 헌법재판관 미임명 및 후보자 지명 강행 과정에서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 앞서 지난 2월에는 경찰 3대 특검 특별수사본부가 정 전 실장과 윤재순 전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을 불구속 송치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가능성에 대비해 대통령실 PC 초기화를 지시했다는 혐의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핵심 참모였던 만큼, 정치권에서는 헌정질서 훼손에 대한 최소한의 정치적 책임 언급 없이 사실상 특정 후보를 향해 힘을 실어주는 자체가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왼쪽부터 강승규 국민의힘 도당위원장, 성일종 국회의원, 정진석 전 비서실장, 최원철 전 공주시장, 최원철 전 시장 부인 오혜영씨. 김다소미 기자.
현 정부 비판..“좌우 날개 불균형”
그럼에도 정 전 실장은 이날 현 정부 비판에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지금 야당이 돼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상황이라 걱정이 많겠지만 지방선거에 임하는 국민의힘 후보들은 자기 고향에서 직접 씨를 뿌린 텃밭에서 선거를 치르는 만큼 중앙정세에 구애받지 말고 늘 하고 싶은 말, 자기 목소리를 진정성 있게 내야 한다”고 격려했다.
이어 “우리 최원철 시장은 저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라며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냈고 사무국장을 지냈고, 집안 일정 때문에 쉽지 않았는데 그가 꼭 내려와 달라고 해서 만사를 제쳐놓고 내려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기 자랑스러운 국민의힘 후보들이 도열해 있다. 저분들이 왜 이번 선거에서 성공해야 하느냐. 단순히 동지애 때문만이 아니라 지역을 위해서, 나라의 앞날을 위해서도 국민의힘이 다시 권토중래해야 한다”고 했다.
정 전 실장은 현 정치 상황을 두고 “어려움이 지속되는 것은 정치 구조의 크나큰 불균형 때문이고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2년 전 선거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지금 여당에게 너무 많은 의석을 줬고, 모든 구조가 흔들리고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결국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좌우 균형을 바로잡아줘야 나라가 정방향으로 전진할 수 있다”며 “날아가는 새도 좌우 날개를 펄럭이면서 날아가듯 좌우 균형이 잘 잡혀야 앞으로 나갈 수 있는데 지금은 형편없는 불균형 상태”라고 했다.
특히 “거듭 강조하지만 좌우 균형을 잡아주지 않는 한 지금 이 정부의 좌회전 폭주 기관차는 멈추지 않는다”며 “하고 싶은 것은 뭐든 다 할 수 있다. 국회 절대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1년만에 서민경제 붕괴” 적반하장 태도
이재명 정부의 사법개혁을 겨냥한 비판도 이어졌다. “30년 고위공직자를 연달아 탄핵시키고, 예산도 다 깎았다가 정권 잡고 다시 세우고, 사법개혁도 대법원이 끝이 아니다. 4심까지 갈 수 있도록 사법체계를 완전히 흔들어 놓고 있다. 그 저변에는 (이재명) 대통령 방탄을 위해 사법체계를 흔들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그는 “저도 재판을 받고 있는 입장이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해야 한다. 누구는 감옥에 가고 누구는 안 가고 이건 공정하지 못한 나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정부의 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코스피 5000시대라고 해서 주식하는 사람이 떼돈 번다고 하는데 실제 주식으로 돈 번 사람은 반도체, 방산, 자동차, 조선 (종목을 구매한 사람) 밖에 없다”며 “대부분 개미투자자는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이어 “화물차는 물동량이 없어서 올스톱이고, 자영업자 수 600만 명 가운데 100만 명이 가게 문을 닫았다. 지난 1년 새 (벌어진 일이다) 말이 안 된다. 우리나라 서민경제가 진짜 위기에 봉착해 있다”고 주장했다.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비상계엄 이후 첫 공식석상에 섰다. 최원철 공주시장 후보의 개소식에 참석해 이재명 정부를 비판했다. 김다소미 기자.
호남 vs 충청, 지역감정 부추기며 선동
정 전 실장은 특히 반도체 산업 배치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공주를 대표하는 기업 가운데 하나가 솔브레인인데 반도체 소부장 회사”라며 “최근 어떤 이야기가 들리는지 아시냐. 우리나라를 가장 큰 무게감으로 짊어지는 반도체 산업 기지를 새로 확장해야 하는데 이걸 호남에 짓겠다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이어 “이건 정치 논리”라며 “반도체 산업은 수도권과 충청권에 밀집돼 있다. 평택, 이천, 청주, 천안, 아산에 몰려 있는 이유는 물과 전력 때문”이라며 “반도체 큰 공장 하나가 필요한 물 수량이 대전시민 하루 사용하는 양과 똑같다. 세척, 세정, 냉각 때문에 24시간 엄청난 물이 필요하다. 영산강 수계는 수량도 부족하고 수질도 안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산업은 수량과 수질, 전력, 공급망, 사람이 갖춰진 수도권과 충청권을 벗어나면 안 된다”며 “반도체 기지를 확장하려면 바로 밑 공주, 세종, 부여, 청양 이런 데로 내려와야지 왜 저 아래 영산강 수계 호남으로 가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충청인들이 절대 좌시하면 안 되고 국민의힘이 반드시 저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실장의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민주당 정부의 산업 배치가 텃밭인 호남 중심으로 흐른다는 인식을 부각해 충청권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하려는 정치적 프레임을 덧씌우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정부가 호남권 첨단산업 확장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오는 7월 출범 예정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를 중심으로 한 초광역 메가시티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통합 광역권을 기반으로 AI·에너지·반도체 산업을 집중 육성해 국가균형발전 축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정 전 실장은 끝으로 “선거운동 때 귀가 닳도록 말해달라. 신관동에서 15분 거리가 어디냐”며 “연말연시에 제2경부고속도로가 완공되면 공주는 수도권 경제권과 바로 이어지고 서울에서도 1시간이 채 걸리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인프라가 갖춰지고 있는데 왜 반도체 공장을 광주 이남으로 계획하느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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