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변호사(왼쪽)와 이성필 노무사. 박용필 기자
노동자인가 사업자인가. 프리랜서들이 가장 흔히 헷갈리는 문제다.
지난 17일 서울 가산동 근로자 이음센터에서 만난 이성필 노무사(39)는 “근로계약서를 썼다고 다 노동자가 아니다. 반대로 도급이나 위임 계약을 했다고 다 프리랜서 사업자인 것도 아니다”라며 “본인이 사실은 노동자인데 사업자인 것으로 잘못 알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사업소득세 3.3%를 내니까 사업자인 줄 알고 계신 분들이 많아요. 또 ‘프리랜서 강사 등 특정 직종은 무조건 사업자’라는 생각에 ‘임금 체불’ 구제 신청 같은 건 생각도 못 하고 계셨던 분들도 많습니다. 사업자냐 노동자냐를 가르는 기준은 계약의 형태, 내는 세금의 종류, 직종 같은 것들이 아니라 ‘실질적인 노동의 형태’입니다.”
이 노무사는 자신의 법인 소속 노무사들과 번갈아 이 센터에 상주하며 노동자 상담을 진행한다. 센터를 운영하는 고용노동부 산하 노사발전재단은 지난해부터 노동자가 아닌 프리랜서를 대상으로 하는 상담 서비스도 시작했다. 프리랜서를 위해 재단 측은 지난해부터 노무사뿐 아니라 변호사들도 확보해 각 지역 센터의 상담에 투입했다. 지난 7일에는 온라인 상담 서비스인 ‘프리랜서 SOS’도 개설했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의뢰받은 결과물을 돈을 받고 파는 프리랜서는 자신에게 일감을 주는 상대방 사업자와 형식적으로는 ‘대등한 사업자’ 지위에서 계약을 체결한다. 그러나 실상은 철저히 ‘을’인 경우가 많다. 노동자가 아닌 이상 근로기준법 등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산재나 고용보험도 없고, 주당 40시간 근로 규정도 남 얘기다. 대금을 떼여도 노동청에 ‘임금 체불’ 진정을 할 수 없다.
이는 노무사가 관여할 영역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 노무사는 많은 프리랜서들을 상담한다. ‘자신을 사업자로 착각하는 노동자’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그는 사업자와 노동자를 가르는 기준을 설명했다. 생산 수단을 의뢰인이 제공하면 노동자, 본인이 직접 제공하면 사업자다. 장소나 시간을 의뢰인이 정하고 구속하면 노동자, 본인이 자유롭게 결정하면 사업자다. 이 노무사는 “일단 노동자성이 인정되면 근로기준법 등을 이용한 구제 수단이 생긴다. 이걸 몰라 활용을 못 하는 경우가 꽤 많다”고 말했다.
박정훈 변호사와(왼쪽) 이성필 노무사가 지난 17일 서울 가산동 근로자 이음센터에서 “피해를 에방하거나 최소화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상담의 주목적”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박용필 기자
물론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않아 ‘진짜 사업자’로 분류되는 경우도 적지 많다. 이런 사례는 주로 변호사들이 맡는다. 박정훈 변호사(45)는 ‘안타까운 경우’를 설명했다. “상대측이 ‘출퇴근 시간은 자유롭게, 장소도 편한 데서 일하라’라고 제안하면 이를 선뜻 받아들이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데 그 결과 ‘지휘·감독이 실질적 고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내려져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요. 자유만 생각하다 법적 보호를 놓치는 아이러니죠.”
약속한 대금이나 조건이 지켜지지 않기도 한다. “현장 일용직은 물론 재택 디자이너, 프리랜서 개발자들도 계약서 없이 일하거나 계약서를 쓰더라도 오히려 상대방에 유리한 독소조항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계약서가 없으면 원래의 조건이 뭐였는지 입증하기가 어려워요. 계약서를 꼼꼼히 쓰는 게 좋고,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면 조건을 입증할 증거를 남겨 놓는 게 좋습니다.”
박 변호사는 “대금 자체를 떼이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특히 상대가 법인이면 골치가 아파진다”고 말했다. 일감을 주는 사업자들은 개인 사업자가 아닌 법인이 많다. 그런데 법인은 법상 ‘별개의 인격체’라 법인을 설립한 대표자라 하더라도 법인이 줘야 할 대금을 대신 줄 의무가 원칙적으론 없다.
“법인 대표자들은 상황이 어려워지면 법인 재산을 자신이나 가족, 친지 명의로 빼돌리기도 합니다. 그럼 법인은 빈털터리가 되죠. 소송에서 ‘대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와도 채무자인 법인이 빈털터리면 받아내기가 어려워요.”
‘재산 빼돌리기’를 무효로 만드는 ‘사해행위 취소 소송’도 있지만 박 변호사는 쉽지 않다고 했다. 결국 피해를 무효화하기 보단 최소화하는 게 현명하다.
“정산 기간을 짧게 잡는 게 좋아요. 기한이 되면 꼭 받아내시고요. 관계가 나빠질까 봐 대금도 못 받고 계속 납품하다 보면 몇백만원에서 끝날 손해가 몇천만원이 될 수 있어요. 특히 어영부영 시간만 보내다가 소송을 할 수 있는 기한, 즉 소멸시효를 넘겨버리는 경우도 흔합니다. 소멸시효가 10년이라고 생각들 하시지만, 프리랜서 업종의 경우 단기 소멸시효(물품 대금은 3년, 강의료·노역대금은 1년)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전국 10곳의 근로자 이음센터는 이런 정보들을 무료로 제공한다. 상담 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온라인 상담은 평일 오전 9시~오후 8시, 토요일 오전 9시~오후 5시)까지다. 카카오톡 채널 검색에서 ‘프리랜서 SOS’를 검색하면 온라인 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전화 상담(1668-1007)도 가능하다.
센터는 노무사나 변호사들에게 최저 임금 수준의 급여를 지급한다. 그래서 모집 때마다 애를 먹는다. 그런데도 지원한 이유를 이 노무사와 박 변호사에게 물었다. “최근 들어 배달 라이더, 재택 디자이너, 웹툰 작가 등 프리랜서나 플랫폼 노동자들이 급격히 늘고 있어요. 이분들 상당수는 무늬는 ‘사업자’이지만 실상은 ‘소속조차 없는 비정규직’에 가까워요. 기댈 곳 하나 없이 각자도생해야 하는 분들이에요. 이분들에게 우리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배운 걸 돈 버는 데에만 쓰기에는 아깝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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