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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박근필 작가의 그로쓰 퍼실리테이터(Growth Facilitator)] 예전 북콘서트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내 책 『마흔, 더 늦기 전에 생각의 틀을 리셋하라』에는 쉰여섯 개의 '리셋 버튼'이 담겨 있는데, 그중 독자에게 꼭 하나만 권하고 싶은 버튼이 있다면 무엇이냐는 물음이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완벽주의를 내려놓으세요."
완벽주의는 허상이다. 일단 시작하고 개선해 나가면 된다. 완벽이 아니라 완료에 초점을 두자. 완벽하게 준비된 다음에야 움직이려다 정작 아무것도 시도해 보지 못한 내 이삼십 대가 너무 아쉽다.
요즘 나는 '프로토타입형 인간'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프로토타입은 시제품이다. 완성품이 아니라 핵심만 갖춘 거친 첫 버전이다. 프로토타입형 인간은 완성된 것만 세상에 내놓는 사람이 아니다. 어느 정도 모양이 잡히면 일단 내놓고, 반응을 살피고, 고쳐 가며 완성도를 높이는 사람이다.
이건 비즈니스 세계에서 이미 검증된 방식이다. '린 스타트업'을 창안한 에릭 리스는 '최소 기능 제품(MVP)'을 강조한다. 제품을 완벽하게 만든 뒤 시장에 내놓는 게 아니라, 핵심 가치를 검증할 최소한의 기능만 갖춰 먼저 출시한 다음, 사용자 반응을 받아 빠르게 고쳐 나가는 것이다. 구글의 지메일이 한동안 '베타' 딱지를 달고 서비스됐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링크드인을 창업한 리드 호프먼의 말은 더 노골적이다. 책 『마스터 오브 스케일』에는 그의 유명한 격언이 이렇게 소개된다. "첫 번째 제품이나 서비스를 론칭하고 나서 당황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당신은 너무 늦게 론칭한 것이다."
처음 내놓은 결과물이 부끄럽지 않다면, 그건 너무 오래 끌어안고 있었다는 뜻이다. 곱씹을수록 서늘한 말이다.
왜 먼저 내놓는 쪽이 유리할까. 피드백 때문이다. 혼자 방 안에서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세상에 내놓는 순간 비로소 진짜 피드백이 들어온다. 그 피드백이 다음 버전을 만든다. 내놓는 횟수가 늘수록 피드백도 쌓이고, 완성도는 그렇게 올라간다.
제임스 다이슨이 그 증거다. 그는 먼지 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약 5년 동안 5,127개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수천 번의 테스트와 수정 끝에 제품을 완성했고, 그 반복 과정이 다이슨 브랜드의 출발점이 됐다. 만약 그가 첫 시제품을 완벽하게 만든 뒤에야 세상에 내놓으려 했다면 오늘날의 다이슨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나 자신도 그 증거다. 2022년 11월, 글쓰기라곤 해본 적 없던 내가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블로그를 시작했다. 초기 글들은 어설펐다. 어설픈 글을 올렸다가 놀림이나 받는 건 아닐까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설픈 첫 글들을 내놓지 않았다면 여러 권의 책을 낸 지금의 나도 없다.
오해는 말자. 프로토타입형 인간이 되라는 건 대충 하라는 뜻이 아니다. 핵심은 갖추되, 완벽이라는 환상에 발목 잡히지 말라는 것이다. 진짜 완벽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실행을 통해, 피드백을 통해 만들어진다.
당신에게도 오래 품고만 있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블로그 글 한 편, 작은 가게, 새로운 직업 등 완벽하게 준비되면 시작하겠다며 미뤄 둔 그것. 이제 그 미루기를 멈추자. 조금 어설퍼도 괜찮다. 일단 세상에 내놓거나 움직이자. 한 번이라도 더 시도하고 시행착오를 겪고 피드백을 받아 보완하며 나아가는 것이 원하는 걸 가장 빨리 이루는 방법이다.
저지르고 수습하면 된다. 그게 인생이다.
[박근필 작가(수의사)]
박근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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