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선 기상청장
지진을 알리는 휴대전화 경보음은 새벽의 고요를 깨운다. 만약 경보가 지진의 흔들림보다 늦게 도착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반대로 경보음이 울렸지만 정작 내가 있는 곳에서는 아무런 흔들림도 느껴지지 않는다면 어떨까. 지진정보는 빠르게 전달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국민이 믿고 행동할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가 될 때 비로소 재난정보의 가치가 완성된다.
최근 베네수엘라 지진, 일본 구마모토 지진 등 대규모의 지진이 연이어 발생하며 국제 사회에 큰 충격과 안타까움을 안겨 줬다. 지진은 막대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큰 파괴력을 지닌 재난으로, 우리나라도 2016년 경주지진과 2017년 포항지진을 비롯해 크고 작은 지진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더 이상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나라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지진으로부터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진 대응의 핵심은 국민에게 지진의 위험을 신속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기상청이 24시간 지진을 감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국가기관으로서 기상청은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국민이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책무로 삼고 있으며, 이를 위해 지진정보 서비스를 국민 중심으로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
휴대전화에 울리는 경보음은 지진으로부터 생명을 지킬 시간을 주는 소중한 신호지만, 지진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단잠을 깨우는 불청객으로 느껴질 수 있다. 이에 기상청은 지난해 12월 지진재난문자 발송 기준을 개선해 예상진도 Ⅲ 이상 지역에는 기존과 같이 경보음이 울리는 '긴급재난문자'를, 예상진도 Ⅱ 지역에는 경보음이 없는 '안전안내문자'를 구분해 발송하도록 하였다. 이는 실제 지역별 예상 흔들림 수준에 맞춰 정보를 차등 제공함으로써 국민이 불필요한 불안이나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하고, 긴급한 상황에서는 보다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또 올해부터는 '지진현장경보 대국민 서비스'도 시작했다. 이는 최대예상진도 Ⅵ 이상의 강한 지진이 예상될 때, 지진이 최초로 관측된 후 약 3~5초 이내에 관측된 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40km 이내 지역에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는 서비스다. 지진현장경보를 활용해 지진조기경보가 세분화되면서, 진앙 인근지역(최초 관측지역)에 기존보다 최대 5초 빠르게 위험을 알릴 수 있게 됐다. 이는 단순히 통보 시점을 앞당긴 것이 아니라, 지진으로부터 우리의 몸을 보호하고 위험한 장소를 벗어날 수 있는 대응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진은 불과 몇 초 차이로도 인명피해 규모가 달라질 수 있는 재난으로, 평소에는 짧게만 느껴지는 몇 초가 지진이 발생한 순간에는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결정적인 시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진이 발생한 곳에서 가까울수록 지진으로 인한 영향과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진 발생 인근지역 주민에게 단 몇 초라도 빨리 경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진현장경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지진을 예측할 수는 없으나 그로 인한 피해는 줄일 수 있으며, 그 시작은 신속하고 실질적인 지진 정보 전달에 달려 있다. 변화하는 재난환경에 맞춰 지진 감시와 정보 전달체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만드는 것이 기상청의 역할이다. 기상청은 앞으로도 한발 앞선 정보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 드리는 든든한 안전지킴이가 되고자 한다.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오는 지진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도 지진 발생 시 행동요령을 숙지하고 기상청이 제공하는 지진정보에 관심 가져 주시기를 바란다. 일상 속 작은 관심과 준비가 위기의 순간에 우리를 지키는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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