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연기 한국교통대 교수
지난 8월 26일, 네팔과 중국 국경의 히말라야 고지대에서 대규모 돌발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하였다. 네팔 재난관리청 발표에 따르면 이번 홍수로 인해 8월 30일 기준 최소 743명이 숨지고 2,498명이 실종되었으며 중국 시짱 자치구에서도 사망자 16명과 실종자가 546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우리 기업들이 건설 중인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이 있어 우리 기술자들도 실종되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져오고 있다.
이번 돌발 홍수와 산사태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분석이 제시되고 있다. 해당 지역이 인도판과 유라시아 대륙판이 충돌하는 히말라야 활성단층 지진대의 중심에 있어 재난 초기 네팔 정부는 지진으로 인한 홍수였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미국 지질조사국의 분석에 따르면 이는 지진이 아닌 빙하 붕괴로 일어난 산사태에 따른 진동으로 밝혀졌다. 또한 관계 전문가들은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산봉우리 인근의 빙하 아래 암반이 붕괴한 후 거대한 빙하 덩어리는 물론 산비탈의 암반이 같이 붕괴한 것을 이번 재난의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단순히 암반이 붕괴된 것이 아니라 빙하를 잡고 있던 영구동토층이 지구 온난화로 인해 약화되어 무너졌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빙하 또는 빙붕의 붕괴는 이미 오래전부터 경고되어왔다. 2024년 초 발표된 세계기상기구(WMO)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전 세계 빙하의 평균 두께가 약 30 cm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NASA의 자료에서는 2002년에서 2025년 사이 그린란드 빙상으로부터 연평균 약 2,640억 톤의 얼음 유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1980년대 연간 400억 톤 수준에서 6배 급증한 수치이다. 같은 보고서에서는 남극 빙상도 연평균 약 1,350억에서 1,500억 톤의 빙하가 유실되고 있다고 하였다. 그 결과 지구의 해수면은 2100년 기준 최소 0.3 m에서 최대 1.0 m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저지대 침수에 따른 2억 명 이상의 기후 난민과 바다와 가까운 농경지 파괴로 식량 생산 급감이 예상된다. 전 지구적 관점에서 빙하 붕괴에 따른 해수면 상승은 지구 전체의 열과 탄소 순환에도 영향을 주어 전 세계 기상 이변을 고착시키게 된다. 육상의 경우 빙하와 영구동토층이 녹아 사면이 불안정해지면 무너진 얼음과 암석이 하천으로 쏟아져 대규모 급류와 토사 흐름을 만들어 이번과 같은 홍수가 발생한다. 또한 지구 온난화로 산악지대에는 빙하가 녹아 빙하호가 형성되는데 이러한 빙하호가 터지게 되면 파괴적인 홍수가 유발되는데 최근 수십 년간 이 같은 사례의 발생 빈도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와 국제기구들을 중심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후 적응 대책을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다양한 법안 마련에 이어 체계적인 기후 적응 인프라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그럼에도 AI 혁신에 따른 광풍으로 AI 데이터 센터의 막대한 전력 소비가 문제가 됨에도 불구하고 전력 수요 대응의 시급성에 기후 위기 대응에 대한 목소리가 묻히고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네팔은 산업화가 크게 진행되지 않아 전 세계 탄소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네팔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히말라야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리고 고산지대의 영구동토층이 약해짐으로 인한 대형 산사태와 돌발 홍수가 빈번해지는 등 지구 온난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금의 피해를 네팔로만 한정 짓고 억울할 수 있겠다는 식의 생각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번 네팔의 홍수는 먼 나라의 비극이 아니라 그간 인류의 활동 결과에 따른 인류 전체를 향한 자연의 준엄한 청구서이다. 이를 단지 탄소배출의 책임과 피해의 불일치 정도로 치부하고만 있다면 언젠가는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이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시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경제 성장도 중요하지만, 이제부터 성장은 우리 국민 나아가서는 인류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성장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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