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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푸른 보석' 캔다… 상동광산 32년 만 부활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양자 컴퓨터 공정, 로켓과 우주선 엔진, 벙커 파괴용 폭탄과 AI 미사일 유도 시스템 등에 필수여서다. 전통산업에선 전구 필라멘트, 절삭공구 등에 쓰인다. 문제는 이처럼 강점이 많은 텅스텐의...

'푸른 보석' 캔다… 상동광산 32년 만 부활

자외선(UV)에 비친 ‘푸른 보석’ 텅스텐. 이재현 연합뉴스 기자

강원도 영월군 상동광산이 1994년 폐광한 지 32년 만에 다시 가동한다. 텅스텐이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떠오르면서 몸값이 급등, 경제성이 되살아난 덕분이다. 매장량의 경제적 가치는 최대 46조 원으로 추산된다.

미중 충돌에 주목받는 텅스텐

텅스텐은 ‘푸른 보석’이라고 일컫는다. 자외선(UV)에 비춰보면 푸른빛을 띠어서다. ‘국가 핵심광물’ 38종 중 하나로 세계 매장량이 적은 반면 수요는 많은 희소금속이다.

금속 중 가장 단단하고 녹는점도 가장 높다. 탄화텅스텐으로 가공하면 강도와 경도가 비금속인 다이아몬드에 필적할 정도다. 밀도가 높아 쓰임새도 많으며,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초고온 핵융합 장비의 핵심 소재이기도 하다.

특히 반도체와 항공우주산업, 첨단 무기에도 꼭 필요한 소재다.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양자 컴퓨터 공정, 로켓과 우주선 엔진, 벙커 파괴용 폭탄과 AI 미사일 유도 시스템 등에 필수여서다. 전통산업에선 전구 필라멘트, 절삭공구 등에 쓰인다.

문제는 이처럼 강점이 많은 텅스텐의 약 80%를 중국에서 공급해왔다는 점이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세계 매장량 440만t 가운데 절반 이상이 중국에 묻힌 것으로 추산됐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 간 헤게모니 쟁탈전이 가열되자 미국이 중국산 원자재 의존도를 줄이려고 견제에 나섰고, 중국은 희토류 같은 희소자원을 무기화하면서 텅스텐 세계 공급망에 이상이 생겼다.

미국이 중국산 텅스텐 수입을 규제한 데 이어, 중국도 텅스텐을 전략광물로 지정하고 채굴량을 줄였다. 그런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세계 각지 안보 불안으로 탄약과 무기 수요가 늘면서 텅스텐 수요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텅스텐 가격이 치솟았고 지난해 들어 1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텅스텐 수요의 70%를 중국에서 수입해온 우리나라도 적잖은 타격을 봤다.

텅스텐 가치가 급등하면서 영월 상동광산이 32년 만에 부활했다. 3월 17일 준공한 상동광산의 선광장. 영월군 제공

중국에 밀려 폐광… 14년 만 최고가에 재가동

하지만 물길이 막히면 다른 곳이 뚫리는 게 이치다. 오랫동안 채광을 중단했던 한국 텅스텐 광산에 세계의 이목이 쏠린 것이다. 특히 단일 광산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영월 상동광산이 큰 주목을 받았다.

한국산 텅스텐은 1950~1970년대 세계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수출 효자 품목이었다. 1916년 문을 연 상동광산(옛 상동광업소)도 1985년까지 무려 69년 동안 연간 2천700t의 중석(텅스텐)을 일본 등지에 수출해 연간 1천89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한창때는 ‘중석불’(重石弗)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을 정도다. 중석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라는 뜻이다. 국내 수출의 중심축 역할은 물론 ‘돈이 넘치는 영월 상동시대’를 견인했다.

그러나 1986년부터 중국산 중석이 덤핑으로 국제시장을 공략하면서 쇠퇴하기 시작했다. 중국산의 가격 경쟁력과 제련 기술 부족으로 점점 밀렸고 개광 76년 만인 1992년 채광을 중단, 사실상 폐광하고 말았다. 생산할수록 손해였기 때문이었다.

서울 명동에 견줄 만큼 번성했던 광산 도시였던 상동읍의 인구는 1972년 2만3천462명에 달했지만, 지난 3월 기준 1천 명으로 주저앉았다. 54년 전 전성기 인구와 비교하면 사실상 지방소멸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세계가 탐내는 46조 전략 광물

그랬던 상동광산을 동면에서 깨어나게 한 주역은 다름 아닌 중국이었다. 상동광산의 문을 닫게 한 중국이 공급을 줄이면서 역설적으로 한국산 텅스텐의 가격 경쟁력이 회복돼서다.

32년간 멈춰 있던 상동광산은 2024년 4월부터 토목공사를 시작해 올해 3월 17일 선광장 준공식을 열고 재가동에 들어갔다. 핵심 전략물자인 텅스텐의 국내 유일 생산기지로 복귀한 것이다.

상동광산은 품질과 채산성이 세계 정상급이다. 세계 평균 품위(0.18∼0.19%)의 약 2.5배에 달하는 0.44%의 고품위 텅스텐을 보유했고, 매장량은 약 5천800만t으로 추산된다. 경제적 가치는 텅스텐 정광(품위 65%) 기준 약 27조 원 규모로 추산되며, 이를 고품질 산화 텅스텐(품위 99%)으로 생산할 경우 약 46조 원 규모로 예상된다.

미국 CBS 방송은 지난해 12월 상동광산 취재기를 다뤘다. CBS는 “한국의 외딴 산속 깊숙한 곳에 세계 최대 규모의 핵심 광물 매장지가 자리 잡고 있다”며 “상동광산에는 수백만t의 텅스텐이 매장돼 있는데, 이는 미국 국방에 절실히 필요한 물질”이라고 밝혔다.

상동광산 채굴권을 인수한 알몬티 인더스트리는 미국 기업으로,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본사를 이전 중이다. 선광 공장이 본격 가동하게 되면 품위 65%의 텅스텐이 올해부터 연간 2천300t가량 생산된다. 이 가운데 2천100t은 계약에 따라 향후 15년간 미국으로 수출된다.

상동의 미래는 광산 부활에 그치지 않는다. 연간 2천100t을 생산할 수 있는 제2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며, 1·2공장 생산량의 절반은 내수로 활용될 전망이다. 2029년에는 품위 99%의 고순도 산화 텅스텐 생산라인까지 갖춰서 채굴부터 정광, 제련까지 이어지는 국내 텅스텐 가치사슬의 출발점이 된다.

매장량이 800만t으로 추정되는 경북 울진 쌍전광산도 생산 재개 준비가 한창이다. 전문가들은 두 광산에서 생산하는 텅스텐 물량이면 국내 수요의 절반 정도를 충족할 것으로 기대한다.

김영대 기자 lonafree@yna.co.kr

이재현 연합뉴스 강원취재본부 기자 jlee@yna.co.kr

작성 : 2026. 3. 26 [2026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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