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세르비아 프라호보 인근 다뉴브강에서 가뭄으로 수위가 낮아지면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군함의 잔해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AP=연합뉴스
다뉴브강 수위가 폭염과 가뭄으로 크게 낮아지면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군이 침몰시킨 군함과 군인 유해, 1700년 전 로마시대 교량 등 강바닥에 묻혀 있던 흔적이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세르비아에서는 침몰한 나치 군함이 10척 넘게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고, 헝가리에서는 독일군 장병 유해와 군용 오토바이, 대전차 지뢰가 발견됐다. 세르비아 당국은 침몰한 군함 인양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불가리아에서는 1700년 전 건설된 로마시대 교량의 기초 구조물이 노출됐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세르비아 프라호보 인근 다뉴브강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침몰한 독일군 함선 10여 척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평년 여름에도 일부 난파선 잔해가 모습을 드러냈지만, 올해는 폭염과 가뭄으로 강 수위가 크게 낮아지면서 노출 규모가 커졌다. 현재 수위는 평년 같은 시기보다 약 90㎝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선박은 1944년 9월 독일군이 소련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침몰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독일군은 발칸반도에서 퇴각하면서 프라호보 일대 다뉴브강에 군함 200여 척을 가라앉혔다. 기뢰 제거함과 순찰정, 예인선, 상륙정 등 다양한 선박이 포함됐다.
역사학자들은 당시 침몰한 선박이 모두 218척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일부에는 아직 폭발하지 않은 탄약과 폭약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어 선박 운항에도 위험 요소로 꼽힌다.
세르비아는 올해 들어 4월까지 침몰한 군함 7척을 인양한 데 이어 추가 인양에 나섰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7일 “80년 만에 오늘 한 척을 인양했으며, 이제 나머지 배들도 모두 인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르비아 당국은 최소 80척을 추가로 인양한 뒤 다뉴브강 정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4일 세르비아 프라호보 인근 다뉴브강에서 가뭄으로 수위가 낮아지면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군함의 잔해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AP=연합뉴스
다뉴브강의 낮은 수위로 드러난 것은 난파선만이 아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는 지난 2일 다뉴브강변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국방군 장병 2명의 유해와 군용 오토바이, 접시형 대전차 지뢰가 발견됐다. 독일전몰자묘지관리협회는 강바닥 토양에 경유가 섞여 있었던 덕분에 장병들의 인식표가 80년 넘게 보존된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 4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변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오토바이가 발견됐다. AFP=연합뉴스
불가리아에서는 1700년 전 로마시대 교량의 흔적도 모습을 드러냈다.
불가리아 북부 기겐 인근 다뉴브강에서는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 1세의 명령으로 건설돼 서기 328년 개통된 교량의 기초 구조물이 노출됐다. 이 다리는 로마의 도시 울피아 외스쿠스와 현재 루마니아 지역인 수키다바를 연결했으며, 총연장이 약 2㎞에 달해 고대에 건설된 가장 긴 교량으로 평가된다.
플레벤 지역역사박물관 연구진은 드론으로 노출된 구조물을 촬영하고 측량하며 보존 상태를 조사하고 있다. 연구진은 평소 물속에 잠겨 있던 유적을 실제 환경에서 관찰하고 기록할 수 있는 드문 기회라고 설명했다.
다뉴브강은 독일에서 발원해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세르비아, 불가리아 등 10개국을 거쳐 흑해로 흘러가는 유럽에서 두 번째로 긴 강이다. 최근 중부·동부 유럽에서는 섭씨 40도를 넘는 폭염이 이어지며 강 수위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박종서 기자 park.jongsu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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