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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평생 모은 노후자금 노린다"…고령층 파고든 사기범죄

"선생님 명의 계좌가 범죄에 이용됐습니다. 지금 바로 안전계좌로 옮기셔야 합니다. "

"평생 모은 노후자금 노린다"…고령층 파고든 사기범죄

AI 생성 이미지.

"선생님 명의 계좌가 범죄에 이용됐습니다. 지금 바로 안전계좌로 옮기셔야 합니다."

전남광주에 거주하는 60대 A씨는 최근 검찰과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전화를 받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자신의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는 말에 당황한 A씨는 상대방이 시키는 대로 휴대전화를 조작했다. ‘돈을 보호하려면 안전계좌로 옮겨야 한다’는 말도 의심하지 못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 평생 모은 예금 5천만원이 순식간에 사라진 뒤였다. 경찰이 전형적인 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지만 피해금 대부분은 되찾지 못했다.

고령층의 ‘노후자금’을 노리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등 각종 사기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비대면 금융거래가 일상화된 가운데 투자사기부터 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까지 범행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면서 평생 축적한 자산을 한순간에 잃는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12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60·70대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2023년 48명에서 2024년 126명, 지난해 169명으로 2년 만에 4배 가까이 불어났다. 3년간 피해자는 모두 343명에 달했다.

이처럼 사기범들이 고령층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배경에는 이들이 보유한 ‘노후자산’이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의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60대 이상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5억3천591만원이다. 부동산을 비롯해 퇴직금과 예금 등 평생에 걸쳐 축적한 자산이 은퇴 전후에 집중되는 만큼 범죄조직 입장에서는 한 번의 범행으로 거액을 가로챌 수 있는 표적이 되는 셈이다.

범행 수법도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투자사기와 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이다. 투자사기는 ‘원금 보장’이나 ‘고수익’을 앞세워 처음에는 소액 투자를 유도한 뒤 수익이 발생한 것처럼 꾸며 피해자가 스스로 투자금을 늘리도록 유도한다. 반면 기관 사칭형은 검찰이나 금융감독원, 금융회사 등을 사칭해 ‘범죄에 연루됐다’, ‘대출을 갚아야 한다’며 공포와 긴박감을 조성한 뒤 송금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AI와 가상자산, 비상장주식 등 익숙하지 않은 최신 투자 용어를 앞세우거나 정부기관 관계자를 사칭하는 등 범행의 외형도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접근 방식은 달라도 결국 고령층의 불안 심리를 파고든다는 점은 같다. 디지털 금융환경과 새로운 투자상품에 대한 정보 격차를 이용하는 동시에 은퇴 이후 자산을 지키거나 조금이라도 불리고 싶다는 심리를 범죄의 통로로 삼는 것이다.

피해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사기범죄에 따른 재산 피해액은 27조7천억원을 넘어섰다. 전체 사기 피해자 가운데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13.9%에 달했다. 고령층이 더 이상 사기범죄의 주변 피해자가 아니라 주요 표적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고령층 대상 사기를 개인의 부주의만으로 접근해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디지털 금융교육과 함께 금융기관의 이상거래 탐지, 고액 송금 단계의 확인 절차 등 피해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원금 보장’이나 고수익을 약속하는 투자 권유는 일단 사기를 의심해야 한다"며 "검찰이나 금융감독원 등 국가기관은 전화로 안전계좌 이체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의심스러운 전화나 투자 권유를 받으면 혼자 판단하지 말고 가족이나 경찰에 먼저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서영 기자 d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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