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환경
친절한 식품 이야기
팔팔 끓여도 각종 유익 성분 살아있는 ‘포스트 바이오틱스’ 전통 장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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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경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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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요거트를 떠올릴 때 자연스럽게 유산균을 생각한다. 세계 주요 언론과 건강 전문 매체들은 요거트를 대표적인 프로바이오틱스 식품으로 소개하며, 건강에 도움을 주는 유산균의 역할을 조명해왔다.
K푸드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김치와 장류를 중심으로 한국 전통 발효식품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미국 타임지와 영국 BBC 등 해외 주요 언론들은 김치와 장류를 건강 발효식품으로 소개하며 그 가치와 효능을 잇달아 다루고 있다.
이러한 관심 속에서 최근 한국을 찾은 프랑스 다큐멘터리 제작진에게서 한국의 발효식품은 요거트와 무엇이 다른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원료 구성이나 발효 방식의 차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떠오른 것은 우리의 전통 발효식품을 과연 ‘살아 있는 미생물’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최근 이목을 끄는 ‘포스트바이오틱스(Postbiotics)’라는 개념은 발효식품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발효의 핵심을 살아 있는 미생물뿐 아니라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유익한 물질과 미생물 유래 성분까지 포함해 이해하는 관점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한국 장류의 특징은 분명해진다. 된장을 비롯한 전통 장류는 장기간 발효되는 과정에서 콩 단백질이 아미노산과 펩타이드로 분해되고, 다양한 유기산과 미생물 유래 성분이 계속 축적된다. 따라서 요거트와 달리 살아 있는 미생물만으로는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기 어렵다.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예가 된장국이다. 우리는 된장을 날것으로 먹기보다 국이나 찌개로 끓여 먹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국을 끓이는 과정에서 유익한 미생물이 사멸했다고 해서 된장국이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일까.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미생물이 죽더라도 발효 과정에서 축적된 유익한 성분과 세포 성분은 그대로 남아 우리 몸에서 소화·흡수를 거쳐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산업화 성과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한국식품연구원이 개발해 민간기업에 기술 이전한 열처리 배양 건조물 ‘노바사케이’는 된장에서 분리한 유산균을 기반으로 만든 사균체 소재로 고안됐다. 전통 발효식품 유래 미생물이 ‘살아 있는 상태’가 아니더라도 기능성 소재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렇기에 한국의 전통 장류는 요거트처럼 살아 있는 미생물의 효과만을 기대하며 먹는 식품이라기보다 오랜 시간 자연과 미생물이 빚어낸 결과물을 먹는 식품에 가깝다.
여기에 맛의 가치도 빼놓을 수 없다. 된장 없는 찌개, 고추장 없는 떡볶이, 간장 없는 장조림을 상상하기 어려운 것처럼 전통 장류는 한국 음식의 맛을 이루는 핵심이다. 발효 과정에서 형성된 깊은 감칠맛과 풍미는 다양한 식재료와 어우러져 우리의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왔다.
우리 선조들은 미생물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으나 오랜 경험을 통해 발효가 만들어내는 맛과 가치를 발견했고, 이를 식문화로 발전시켰다. 그리고 그 흐름은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현대 과학은 이제 그 가치를 포스트바이오틱스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기 시작했고, 전통 장류는 맛과 기능을 함께 담아낸 대표적인 발효 자원으로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전통은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미래 식품산업이 새롭게 해석할 유산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영경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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