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임기 맞은 허희영 총장, 클러스터 구축으로 ‘항공우주 시대’ 정조준
캠퍼스 내 R&D 센터 건립 및 방산·드론·위성 기업 유치 가속화
지역과 함께 동방 성장하는 전략 플랜 마련… CEO 리더십으로 대학 혁신 견인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이 연임 소감을 밝히며 “한국항공대를 세계적인 항공 특성화 대학으로 세우는 것이 소명이라 생각하고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우주항공청 개청과 함께 ‘항공우주 시대’가 열렸다. 한국항공대학교는 이 거대한 흐름의 중심에서 대학과 기업, 연구소가 하나로 묶이는 ‘항공우주 클러스터’를 완성해 국가 경쟁력을 견인할 것이다.”
최근 연임에 성공하며 2기 체제를 가동한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은 향후 4년의 핵심 청사진으로 ‘항공우주 클러스터 구축’을 꼽았다. 단순히 학생을 가르치는 대학을 넘어, 산업 현장과 맞닿은 혁신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허희영 총장이 구상하는 클러스터의 핵심은 일산과 인천국제공항에 확보 예정인 산학협력단과 대학부지 내에 들어설 ‘산학협력단’과 ‘국제교류처’, ‘R&D 센터’다. 지금은 주요 우주와 방산 기업을 비롯해 드론, UAM 전문 기업들과 MOU를 체결하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허 총장은 “우리 대학이 보유한 캠퍼스 부지를 활용해 방산, 드론, 위성 분야 기업들을 캠퍼스 안으로 끌어들일 계획”이라며 “단순한 부지 제공이 아니라 대학의 연구 역량과 기업의 기술력을 결합해 실천적 연구가 이뤄지는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미래 계획의 또 다른 축은 ‘교육의 글로벌 수출’이다. 한국항공대는 작년부터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국립교통대학(TSTU)과 ‘2+2 학위 과정’을 시작하며 민간 조종사 양성 프로그램을 그대로 현지에 이식했다. 과거에는 외국인 학생 유치(인바운드)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해외 현지에 세팅하는 ‘아웃바운드’ 수출에도 눈을 돌린 것이다.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한국항공대의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있어 수년 내 아프리카 지역의 허브 구축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지난 1기 임기 동안 허 총장은 숙원사업이었던 ‘화전역’에서 ‘한국항공대역’ 역명 변경을 실현하고, 학과 구분 없이 전공 선택이 자유로운 무전공 입학으로 전환해 융합교육의 틀을 마련했다. 국제학부 신설과 항공안전센터 등의 구조 개혁도 함께 단행했다. 2기 임기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안정화하고 심화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허 총장은 “학과의 벽을 없앤 건 특히 교수들의 전폭적인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타 대학들과의 평범한 경쟁보다는 우리만이 가진 우주항공 분야의 전문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도전적인 경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허 총장은 “대학의 특성화에 안주하지 않겠다”며 “대학의 풍부한 잠재력을 구현해 세계적인 대학의 반열에 올리는 것이 내 소명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지난 1월 다시 4년의 임기를 시작했다. 소감은.
“구성원들이 거는 기대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저는 학자로서 ‘항공경영학’이라는 영역을 구축해왔고, 평생 도전이 신조였다. 이번 연임도 그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대학은 잠재력이 매우 풍부한 대학이다. 앞으로 탄력이 붙을 것이다. 지난 4년간의 중간성과를 바탕으로 대학 발전의 기반을 다지는 게 내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 이번 임기 동안 재정 규모를 2000억 원으로 올리고, 국내 대학 순위 10위권 내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핵심 수익 모델과 전략적 로드맵이 있다면.
“우리 대학은 신입생 정원 827명의 강소형 대학이다. 단기 교육과정을 포함해 등록금이 약 460억 규모로 교비의 등록금 의존율은 낮고 R&D 수주와 부대사업의 비중이 높아 재정구조가 견고한 편이다. 수익구조가 다양한 건 비행교육원, 항공정비교육원, 항공안전교육원, 계약학과 등 부속기관을 꾸준히 수익모델로 개발해 온 결과다. 앞으로 연구와 인력양성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대학의 인프라 확충에 집중할 계획이다. 재정 규모 2000억 확대 목표는 임기 전에 달성할 것으로 본다.
앞으로는 항공우주 분야의 우수한 해외 인력을 흡수하는 전략을 본격화할 것이다. 현재 국제학부를 2년째 운영 중이다. 자국의 인력양성을 위해 찾아오는 외국 대학들이 많은데, 대학원 과정에는 박사까지 졸업할 수 있는 학사구조를 갖추었다. 국내 10위권 진입을 내걸었지만, 대학의 위상을 높이고 특성을 분명히 하자는 취지다. SKY대학 등과 경쟁할 필요도 없고 경쟁할 수도 없지 않은가. 그렇지만 우수 학생 확보를 위해 올해부터는 홍보 전략을 세워서 우수 인재 확보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그게 대한민국의 항공우주 발전을 위한 우리 대학의 역할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항공우주 글로벌 Top-tier 대학이다.”
- ‘글로벌 항공우주 종합대학’으로의 도약을 강조해왔다. 해외 유수 대학과의 교류나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위해 어떤 활동을 펼쳐왔는지.
“우리 대학은 세계적인 항공우주대학 20여 곳과 MOU를 체결하고 있다. 문제는 어느 대학도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우리가 분야별로 Top-tier 대학들과 협력 사업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려 한다.
우리 대학은 조종사와 관제사, 드론과 인공위성, 교통물류와 항공우주정책을 모두 연구·교육하는 항공우주 분야의 종합대학이다. 이게 대한항공을 재단으로 두고 있는 우리 대학의 브랜드이고 경쟁력이다. 올해는 항공 분야 최대 화두인 ‘항공안전’을 위한 국제항공안전포럼을 정부 및 항공업계와 함께 6월에 개최할 예정이다.
프로그램의 해외 진출도 확대될 것이다. 내년부터는 우즈베키스탄 TSTU의 항공대학 설립 컨설팅뿐 아니라, 중국, 베트남 대학들로부터 많은 제안을 받고 있어 해외 진출을 검토 중이다. 아프리카 중심국인 탄자니아는 국립 항공대학을 설립하는데, 우리 대학을 두 차례나 방문해 벤치마킹했다. 우리 모델이 아프리카에 자리를 잡으면, 명실상부한 교육의 수출이 된다.”
허 총장이 우주항공 분야에서의 대학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지난 임기 중 ‘전공자율선택제’와 ‘복수전공 의무화’ 도입은 큰 혁신 성과로 꼽힌다. 실제로 학생들의 역량이나 취업 지표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학과 간 ‘벽 허물기’는 환경 변화에 따른 진화의 과정이지만, 변화에는 저항이 있기 마련이다. 본인 소속의 학과가 사라지고 학생이 사라지는 상황에서도 교수들이 변혁기에 들어선 대학의 교육환경을 이해하고 혁신에 동참해준 교수들이 정말 고맙다.
우리 대학은 18개 전공트랙을 운영하고 있는데, 전공트랙 간 ‘또 다른 벽을 허물기’ 위해 교과목 코드쉐어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는 교과 개편을 진행하면서 운영 쪽에 비중을 둘 계획이다. 전통적인 항공·우주·기계와 전기·전자 영역과 드론·위성·AI 로봇 영역이 자연스럽게 융합되는 구조를 만들어 가기 위함이다.
혁신의 성과는 수치로 확인된다. 재학생 교육 만족도가 2023년 3.51점, 2024년 3.72점, 2025년 3.88점으로 3년 연속 올랐고, 졸업생 만족도도 같은 기간 4.01점에서 4.14점으로 상승했다. 취업만족도 역시 3.43점에서 3.74점으로 꾸준한 상승추세다. 취업률, 취업만족도, 취업유지율 같은 지표들은 전국 최상위권 수준이고, 무전공 모집에 따른 재학생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변화의 방향이 옳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 경의중앙선 ‘화전역’을 ‘한국항공대역’으로 변경한 것도 굉장히 큰 성과다. 어떤 의미가 있나.
“‘한국항공대역’으로의 변경은 대학 구성원들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이를 위해 지역 내 봉사활동도 하고, 지역 의회와 철도청 등 설득을 위해 관계자들을 만나며 고생 좀 했다. 다른 대학들이 수십억 원을 들여 추진하는 역명 변경을 지역 사회와의 끈질긴 소통으로 해결하는 데 1년 이상이 걸렸다. 지역민과 동문, 지자체와 재학생, 교직원들이 한마음으로 이뤄낸 결실이고, 지금은 지역민들도 지역의 이미지 변신에 만족한다.”
- 대학 지원 체계가 지자체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고양시·경기도와 함께 추진 중인 지역 상생 모델이 있다면.
“우리 대학도 지역혁신중심사업 대학지원체계(RISE)를 추진 중이다. 중요한 건 경기 북부의 낙후된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다. 미래 성장 동력인 항공우주 인력양성과 연구의 허브로 대학이 지역사회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산학협력단과 항공안전교육원, 항공정비교육원, 연구실험실 일부를 고양시와 협의해 캠퍼스를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기도 역시 관심을 가질 만한 사업이라고 본다. 항공우주 스타트업, 전문 인력 양성은 지역경제의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한화,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 방산·우주 기업들과는 다양한 협력 사업이 진행 중이다. 최근 국내 민간우주기업인 이노스페이스도 일산의 우리 대학 산학협력단 입주에 관심을 표명했다. 첨단기업들이 들어오는 생태계가 만들어지면, 이 지역은 젊은이들의 도시로 탈바꿈한다. 대학의 R&D센터 같은 인프라도 필요하다. 그래서 학교 부지 인근 땅도 작년 12월에 매입해 약 4천 평에 R&D 센터를 건립해 지·산·학 협력을 촉진할 계획이다.”
- AI 시대에 접어들며 환경의 변화가 크다.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가장 변하지 말아야 할 핵심 가치는.
“입학식 때마다 신입생들에게 지난 12년간의 배움은 잊어도 좋다고 말한다. 인생의 본격적인 준비는 대학에서 시작된다. 그런 점에서 20년, 30년 후를 보고 대학과 학과를 선택했다면 우리 대학은 탁월한 선택지다. 면학 분위기는 우리 대학의 전통이다. 부모님들에게는 ‘한국항공대에 보냈더니 아이의 품성이 달라졌다’는 말 듣는 게 소박한 내 소망이다. 이를 위해 인성, 예절, 인간 본연의 사색과 사유를 강조하고 있다.
AI와 첨단산업이 집약된 분야일수록 인문학이 중요하다. 다른 대학과의 학점 공유로 학생들의 인문학적 사고의 폭을 넓혀주고 있고, 26학번 신입생들부터는 ‘인성’ 교육의 비중을 늘리도록 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도 인성·예절 교육부터 시작하라고 강조했다.”
- 대학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대학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현장에서 어떤 노력이 필요하고, 정책적으로는 무엇이 바뀌어야 한다고 보나.
“대학의 위기와 관련한 정책 제안은 워낙 많이 나온 얘기라 새로울 게 없다. 등록금 현실화와 교육재정 확충, 국립대와 사립대의 균형 있는 재정지원 등 그동안 제기되어 온 대학들의 목소리에 대부분 공감한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는데도 지역마다 교육청의 예산은 넉넉한 반면, 고등교육 예산 지원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점은 꼭 지적하고 싶다. 대학의 자율권도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잘 봐둬야 할 게 있다. 하나는 대입시장의 구조적 수급 불균형이고, 다른 하나는 AI 시대에 대학교육의 존재가치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들은 이미 교육의 개념을 바꾸는 노력 중이다. 현재의 교육 콘텐츠와 지식 전달체계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이제는 대학의 존재 이유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지·산·학 협력과 국제화가 우선적인 활로일 것이다. 업계의 수요가 많은 분야로 산학 간 실천적인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개발과 지역 시민 대상의 교육체계 확대와 맞춤형 교육프로그램 개발은 대학이 해야 할 몫이다.”
- 임기 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할 과제와 구성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부분은.
“한국항공대의 국제적 위상 강화, 그리고 캠퍼스와 AI 교육기반 조성을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8대 전략과제를 부서별로 다듬고 있다. 특히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AI 시대에 맞는 대학문화의 변화다. 거교적인 혁신이 우선이다. 혁신이란 환경에 변화에 맞춰 낡은 틀을 창조적으로 허무는 일(Creative destruction)이다. 변혁기에서 지금 혁신에 동참해주는 교수, 직원, 학생 모두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특히 전공트랙제 시행으로 학생의 선택을 받기 위한 내부 경쟁에 들어가면서 어려움을 감수하는 교수님들, 모교의 변화에 성원해주는 동문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한국항공대는 항공우주 시대에 접어들면서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이 시기를 흘려보내면 안 된다. 다 함께 한 방향을 나아가면 대학은 확 바뀔 것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오른쪽)과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이 대학 캠퍼스 내를 둘러보며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허희영 총장은…
한국항공대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9년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를 시작으로 경영학과장, 학생처장, 항공경영대학장 및 항공경영대학원장, CEO아카데미 원장 등을 지냈다. 한국항공경영학회 초대회장, 동중앙아시아경상학회 회장,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단 위원, 한국문예위 자산운영 평가위원, 한국방송통신진흥원 자산운용 성과평가위원 등을 역임했다. 2022년 1월 한국항공대 제9대 총장으로 취임했으며, 2026년 1월부터 제10대 총장 임기를 수행하고 있다.
<대담=최용섭 주필 겸 편집인 / 정리=임지연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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