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회생계획 수행 가능성 없다” 절차 폐지
MBK·메리츠 책임 공방 속 자금 조달 ‘안갯속’
직원 1만 2000명 실직·협력업체 줄도산 우려
노조·정치권, 정부 공적 자금 투입 촉구했지만
회생보다 노동자·협력업체 피해 지원에 무게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홈플러스 마산점.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법원이 홈플러스 회생 절차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홈플러스가 14일 이내에 회생계획 수행에 필요한 2000억 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실상 파산 수순이다. 파산이 현실화하면 노동자 실직과 협력업체 도산 등 지역경제에도 적잖은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정준영 법원장)는 3일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홈플러스가 지난해 3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지 1년 4개월 만이다. 이날 결정으로 채권자들의 강제집행·가압류·경매를 막아주던 포괄적 금지명령도 해제됐다.
재판부는 “회생계획안을 수행하려면 최소 약 2000억 원이 필요함에도 현재까지 조달되지 않았다”며 “회생계획안의 수행 가능성이 없으므로 관계인집회의 심의·결의에 부치지 않고 회생절차를 폐지했다”고 밝혔다.
앞서 홈플러스는 지난달 30일 수정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며 전국 126개 대형마트를 67개 핵심 점포 중심으로 재편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홈플러스는 영업 정상화가 이뤄질 경우 800억 원대 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고, 3년 내 1500억 원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를 실행하기 위한 최소 운영자금 2000억 원의 구체적인 조달 방안은 마련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올해 3월 4일이었던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5월 4일로 연장한 데 이어 이날까지 총 두 차례 기한을 연장했다.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은 회생절차 개시일로부터 1년이며,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경우 최장 6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지난해 3월 4일 회생 절차가 개시돼 오는 9월까지 연장이 가능했지만, 법원은 추가 연장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홈플러스는 이번 결정에 대해 14일 이내 즉시항고할 수 있다. 다만, 기한 내 2000억 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즉시항고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 가운데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의 입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면서 자금 조달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홈플러스는 입장문을 통해 “MBK와 김병주 회장이 제공한 1000억 원 연대보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이유로 메리츠금융이 자금 지원을 거절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메리츠금융이 2000억 원의 운영자금 대출을 지원해 주길 간청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메리츠금융은 책임은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메리츠금융은 입장문을 통해 “김병주 MBK 회장은 아직 메리츠가 제공한 DIP 1000억 원에 대해 보증을 선 바가 없다”며 “홈플러스 위기는 지난 10년간 MBK가 투자금 회수에만 몰두한 경영의 결과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은 2주 동안 MBK는 최대주주이자 경영책임자로서 홈플러스 회생을 위해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홈플러스 살리기 경남지역 공대위가 지난달 29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정종엽 기자
노조와 정치권은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마트노조는 “회생 절차 폐지는 대주주 MBK와 채권단 메리츠금융은 물론 정부와 법원까지 모두가 책임을 외면한 결과”라며 “청산으로 이어진다면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수십만 명의 일자리와 지역경제를 무너뜨리는 사회적 재난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에 공적자금 투입을 포함한 회생 방안 마련과 함께 MBK에 대한 철저한 수사 및 책임 규명을 요구했다.
정혜경(진보당·비례) 국회의원도 이날 논평을 내고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노동자와 입점업체, 납품업체, 지역사회”라며 “MBK와 메리츠는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하며 정부도 공적자금 투입을 포함한 모든 정책 수단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회생 절차를 유지하기보다는 노동자·협력업체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홈플러스 관련 관계기관 전담반 회의를 열고 노동자·협력업체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임금체불 노동자에게는 1인당 최대 2100만 원의 대지급금을 지급하고 생계비 융자를 지원한다. 협력업체에는 긴급경영안정자금과 특례보증 등 총 4400억 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한편, 지난달 말 기준 홈플러스 직원은 약 1만 2000명, 협력업체는 4600여 곳에 달한다. 또, 홈플러스에 납품한 중소기업·소상공인 150곳이 아직 받지 못한 납품대금은 업체당 평균 7억 74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향후 파산이 현실화할 경우 노동자와 협력업체는 물론 지역경제 전반의 피해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원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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