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자동차社 도요타노사협상서 위기 언급되자노조도 "생산성 향상" 화답이익 분배만 외치는 韓노조'기업 살아야 일자리도 산다'단순한 명제 간과해선 안돼도쿄 이승훈 특파원지난달 시작된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의 노사협상에서 나온 발언을 읽다가 꽤 놀랐다."자동차 회사의 사명은 기다리고 있는 고객에게 양질의 자동차를 값싸게 1대라도 더 전달하는 것입니다."이 말을 한 사람은 경영진이 아니라 노조였다. 도요타 노동조합의 기토 게이스케 위원장은 인기 차종을 1년 가까이 기다리는 고객을 언급하며 "더 빨리 차를 전달하지 못해 분하다"고 말했다.한국 노사협상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고개를 갸웃할 대목이다. 노조가 먼저 꺼내는 단어는 보통 임금 인상, 처우 개선, 고용 안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춘투' 풍경은 조금 다르다.경영진의 화두도 의외였다. 도요타의 사토 고지 사장은 협상 첫 자리에서 "지금은 회사의 생존을 걱정해야 할 때"라고 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가 스스로 생존을 말한 것이다. 일본 기업은 위기를 말할 때조차 표현을 완곡하게 하는 편이다. 그런데 도요타 최고경영자가 '생존'을 언급했다. 그만큼 산업 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배경은 분명하다. 자동차 산업의 규칙이 바뀌고 있다. 엔진과 변속기가 경쟁력이던 기계 산업에서 전기차와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전기차 기업인 BYD의 급부상까지 겹쳤다. 배터리와 반도체, 소프트웨어 투자 규모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흥미로운 것은 노조의 반응이다. 기토 위원장은 "성역 없이 개혁하자"고 답했다. 조직 구조와 업무 수행 방식, 심지어 노조도 개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회사가 변하기만 기다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는 일 역시 노동자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 장면은 일본 노사 관계의 특징을 보여준다. 기업이 성장해야 고용도 임금도 지켜진다는 인식이다. 노사 관계가 자연스럽게 '공동운명체'로 이어지는 이유다.도요타의 경우 그 파장은 더 크다. 1차 협력사만 480개, 2차까지 합치면 6만개에 달한다. 일본 자동차 산업 종사자는 약 550만명. 도요타가 흔들리면 일본 제조업이 흔들린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그래서 도요타는 협력사를 단순한 거래처가 아니라 '나카마(동료)'라고 부른다. 사토 사장은 "동료들을 두고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이런 장면을 보고 있으면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노사협상의 목적이 무엇이냐는 질문이다. 한국에서는 노사협상이 대부분 이익 분배 싸움으로 흐른다. 회사와 노동자의 이해가 충돌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니 협상은 힘겨루기가 되고 갈등은 커진다.물론 임금과 노동 조건은 중요한 문제다. 노동자가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산업 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에 협상이 분배 문제에만 머문다면 회사의 경쟁력도, 노동자의 미래도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얼마를 더 가져갈 것인가'를 따지는 노사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노사. 두 질문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멀다.요즘 한국에서는 이러한 간극이 더 벌어지는 듯하다. 노사 갈등의 불씨가 꺼지기도 전에 또 다른 논쟁이 붙는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공방이다. 기업은 경영 위축을 걱정하고, 노동계는 권리 확대를 주장한다. 하지만 정작 산업 경쟁력이라는 질문은 뒤로 밀려 있다.기업이 살아야 일자리도 산다. 이 단순한 명제가 왜 이렇게 설득하기 어려운 말이 됐는지, 요즘 한국 노사 관계를 보고 있으면 답답함이 먼저 밀려온다.[도쿄 이승훈 특파원]
[특파원칼럼] '기업의 생존' 함께 고민하는 도요타 노조
배터리와 반도체, 소프트웨어 투자 규모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흥미로운 것은 노조의 반응이다. 기토 위원장은 "성역 없이 개혁하자"고 답했다. 조직 구조와 업무 수행 방식, 심지어 노조도 개혁 대상이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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