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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특파원 리포트] 지갑 열어 애국하는 중국인들

지난해 중앙 부처들이 잇달아 내놓은 디지털 소비 지침과 ‘인공지능+’ 행동 의견은 AI가 접목된 스마트폰... 한국의 AI(인공지능)·로봇 등 신기술 기업들은 어디에서 ‘경력’을 쌓아야 하나. 자국 기업의 서툰 제품을...

[특파원 리포트] 지갑 열어 애국하는 중국인들

중국 직장인의 48.6%가 휴대전화를 두 대 쓴다는 통계가 있다. 베이징에서 중국인들에게 두 대를 어떻게 나눠 쓰느냐고 물으면 “한 대는 아이폰, 한 대는 국산폰”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아이폰을 포기 못 한다면, 한 대를 더 사서라도 화웨이·비보·오포 등을 지지하는 것이다. 이것이 중국인들이 애국하는 방식이다. 중국인들은 지갑을 열어 나라 사랑을 표현한다.

이 외에도 중국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애국 소비’를 실천한다. 대표적 사례가 화웨이의 훙멍이라는 스마트폰 운영체제(OS)다. 안드로이드에 맞서 2019년 내놓은 중국의 독자적인 OS인데, 생태계가 완전히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중국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불편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감수한다. 어떤 중국인은 필자에게 “화웨이의 실험실용 생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자국 기술 제품의 첫 사용자로 남는 일, 미완성의 불편을 견디는 일이 결국 자국 기업의 기술 돌파를 돕는다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제재를 받는 기업일수록 오히려 더 강한 지지를 얻는다. 중국 대표 휴머노이드 기업 유니트리가 미국 국방부의 ‘중국군 관련 기업’ 목록에 추가되자, 올해 하반기 이 기업의 상장 계획이 전 국민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미국 수출이 제한된 중국 1위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가 지난달 초 배터리 충전 기술 개선 발표회를 열었을 때는 ‘디펀(迪粉·BYD 팬)’ 3000명이 몰려 록스타 콘서트를 방불케 했다.

중국 중앙정부도 애국 소비를 장려한다. 지난해 중앙 부처들이 잇달아 내놓은 디지털 소비 지침과 ‘인공지능+’ 행동 의견은 AI가 접목된 스마트폰, 컴퓨터, 로봇, 웨어러블 기기 등의 소비 확대를 기술 발전 정책의 핵심 목표로 못 박았다. 국가는 산업 정책을 깔고, 기업은 기술 자립의 서사를 쓰고, 소비자는 지갑을 연다. 이 ‘삼각 구조’가 중국에서 단단해지고 있다. 베이징의 한 투자자는 “중국의 기술 굴기는 생산 라인만의 성과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비용을 분담한 결과”라고 했다.

애국 소비가 무서운 이유는 또 있다. 거대한 내수 시장이 초기 기술 실험의 무대가 되고, 소비자는 기술적 미완성을 받아들이며 기업에 시간을 벌어주고 자금을 대준다. 기업은 이렇게 확보한 사용자 데이터와 피드백을 제품 고도화로 연결한다.

한국은 어떤가. 우리는 기술이 국력이라고 말은 많이 하지만, 정작 국산 기술 제품과 서비스의 불완전함을 견디는 데는 인색하지 않은가. 한국의 AI(인공지능)·로봇 등 신기술 기업들은 어디에서 ‘경력’을 쌓아야 하나. 자국 기업의 서툰 제품을 써줄 소비자와 실험실 밖으로 기술이 나갈 수 있게 길을 터주는 정책이 절실하다. 중국의 애국 소비가 불편하면서도 두려운 이유는 그 질문을 한국 사회에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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