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걸프국 에너지망 타격 등 보복 시사
미 악시오스 "중재국 통한 45일 휴전 논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 시한을 돌연 하루 연기하면서 양국의 무력 충돌 사태가 중대한 갈림길에 섰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한 내 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이란의 핵심 인프라를 타격하겠다고 경고했고, 이란 역시 강경한 보복을 시사하며 맞서고 있습니다.
양국의 협상 가능성이 표면적으로는 희박해 보이는 가운데, 중재국들을 중심으로 '45일 1단계 휴전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5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에 대한 공격 유예 시한을 "미국 동부시간 화요일 오후 8시(한국시간 8일 오전 9시)"로 제시했습니다. 당초 6일로 예고했던 인프라 타격 시점을 7일로 늦추며 막판 협상을 압박하는 모양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협상 타결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무산 시 강력한 군사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는 "만약 그들이 화요일(7일) 저녁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발전소는 하나도 남지 않을 것이고 다리도 하나도 서 있지 않을 것"이라며 "(합의) 가능성이 크지만, 만약 그들이 합의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곳의 모든 것을 날려버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해제를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빌어먹을 (호르무즈) 해협을 열어라 미친놈들아, 그렇지 않으면 지옥에서 살게 될 것"이라며 거친 표현을 동원해 압박 수위를 높였습니다. 아울러 미군 인명 피해 우려 속에서도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며 이란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란에서 격추된 미군 F-15E 전투기 조종사 구조 성공이 트럼프 대통령의 자신감을 높였을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오히려 군사 작전의 위험성을 체감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공습으로 파괴된 이란 카라지 소재 B1 교량의 피격 다음날인 2026년 4월 3일 모습. / 사진=연합뉴스
미군의 압박에도 이란은 물러서지 않고 전선을 확대하는 양상입니다. 이란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민간 목표물에 대한 공격이 반복될 경우, 다음 보복 작전은 훨씬 더 파괴적이고 광범위해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실제 이란은 이스라엘의 자국 석유화학 단지 타격에 대한 보복을 명분으로, 지난 주말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UAE)의 핵심 에너지 시설에 드론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이로 인해 쿠웨이트 석유공사(KPC) 본부와 UAE 루와이스 석유화학 공장 등 주요 시설의 가동이 중단됐습니다.
또한 이란은 미국에 협력하는 글로벌 인공지능(AI) 및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을 향한 보복 조치까지 선언하며 미국 테크 기업이 투자한 시설들을 구체적인 타격 대상으로 거론했습니다.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재국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습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파키스탄, 이집트, 튀르키예를 통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며 "중재국들과 미국, 이란이 두 단계 합의 조건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1단계는 45일간의 잠정 휴전, 2단계는 전쟁 종식 합의입니다. 중재국들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고농축 우라늄 비축량 제한 등 신뢰 구축 조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란은 이라크 선박이나 식량·사료 등 인도주의적 화물에 한해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허용하는 '선별적 개방' 방침을 내비쳤습니다. 하지만 제재 면제 기준이 불분명하고 안전 확보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해운사들이 억류 위험을 무릅쓰고 항해에 나설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양보 없는 치킨게임에 글로벌 경제는 요동치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가 불투명해지면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와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모두 이날 오전 8시 기준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확전 공포로 뉴욕 증시 3대 지수 선물은 일제히 약세를 보였으며,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다시 1,510원대로 올라섰습니다. 코스피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상승 출발한 뒤 장 초반 1%대 올라 5,400선을 회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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