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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트럼프 관세 시즌2…가전 등 韓산업 '시계제로'

이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가전 기업에 있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관세율은 낮아졌지만 금속 함량분이 아닌 완제품 전체 가격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관세 대상 품목은 기존보다 더 많아졌기...

트럼프 관세 시즌2…가전 등 韓산업 '시계제로'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퀘어의 한 빌딩 전광판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얼굴이 띄워져 있다. 사진=AFP·연합

[주간한국 이주선 기자] 갈 길 바쁜 한국 경제가 새로운 암초를 만났다. 미국이 지난 6일 오전 0시를 기해 냉장고, 세탁기 등 철강과 알루미늄, 그리고 구리 등 금속류 함량이 높은 완제품을 대상으로 일괄 25% 관세를 부과키로 하면서다. 명목세율만 놓고 보면 기존 50%에서 대폭 내려간 것처럼 보이지만, 냉장고·세탁기 같은 금속 함량이 많은 가전은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중동 시장이 위축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가전·철강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가전업계는 가격 경쟁력 약화, 철강업계는 원가 압박을 견디지 못한 고객사들의 이탈 가능성에 각각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세율 ‘50→25%’ 낮아졌지만…부과 품목은 더 늘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6일 오전 0시 1분(미국 동부 시간)부터 철강 등 금속류의 함량이 15% 이상인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기존에는 완제품에 포함된 금속류 함량에 비례해 50% 관세를 부과했지만, 함량이 15%가 넘는 제품에 모두 25% 관세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단순화한 것이다. 이는 제품마다 금속 함량을 정확히 측정해야 하는 등 행정·세관 통관 절차가 복잡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냉장고와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을 미국에 수출할 때 25% 관세가 붙는다. 일반 에어컨은 플라스틱 소재 사용 비율이 높아 제외되지만 금속이 많이 들어가는 시스템에어컨은 25% 관세 적용이 불가피하다.

이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가전 기업에 있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관세율은 낮아졌지만 금속 함량분이 아닌 완제품 전체 가격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관세 대상 품목은 기존보다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원가 부담이 치솟고 있는 와중에 최대 매출 텃밭에서 관세까지 붙을 경우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관세가 제품 값에 반영돼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만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어렵사리 쌓아 올린 북미 가전 시장 점유율이 무너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전업계에서는 중동 사태 장기화로 물류비 부담까지 덮친 상황에서 추가 악재가 터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력 수출 품목인 세탁기, 건조기, 가스·전기 오븐, 냉장고 등 대형 백색 가전은 절반 이상이 금속으로 이뤄져 있어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 기준을 초과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 1분기 가전과 TV 사업에서 나란히 흑자 전환했다. 생산 거점 조정과 뼈를 깎는 원가 절감 노력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 TV·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사업부는 지난해 3분기 1000억원 적자에서 4분기 6000억원으로 영업손실 규모가 확대됐다. LG전자의 가전 사업을 맡은 HS사업본부도 지난해 4분기 1711억원 적자를 냈고, TV 사업을 전담하는 MS사업본부 역시 2615억원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 관세와 부품 가격 상승, 그리고 물류비 증가 등의 비용 부담이 가중되면서 올해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 美 ‘관세 공식’ 바뀌자 韓 기업 수출 전략 재수정

우리 기업들은 이른바 ‘트럼프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 현지에서 가동하고 있는 가전 생산 거점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 중인 건조기 물량 일부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도 북미에서 판매할 세탁기·건조기를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철강업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미 50% 관세가 부과되고 있어 단기 영향은 미미하지만, 장기적으로 철강 등 원자재 가격 부담 탓에 완제품을 생산하는 고객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미국산 철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포스코와 현대제철, 세아제강 등은 고객사들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며 올해 수출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부품과 전력기기도 미국의 관세 폭탄 사정거리에 들었지만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져 미국에 수출하는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은 이번 관세 부과 대상이 아니다. 이미 한·미 양국 정부의 통상 협정으로 15% 관세가 부과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대 관세 적용 품목은 타이어, 내연기관, 에어백, 안전 유리, 좌석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우대 관세 적용 대상이 아니면서 완제품의 15% 이상을 철강·알루미늄 등으로 쓰는 일부 자동차 부품은 25% 관세가 적용될 수 있다.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등 K전력기기 기업도 마찬가지다. 미국 정부가 초대형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가동을 위해 필요한 대규모 송전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와 노후 전력기기를 새로 교체하는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15% 관세만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전력기기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변압기의 경우 우리나라 기업들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40%가 넘는다. 미국 변압기 시장은 현재 공급자 우위 구도가 지속되고 있다. 신규 데이터센터 구축과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생산 능력 한계로 이를 전부 충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변압기를 미국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상호관세와 파생 상품 관세 등을 포함해 18~20% 사이 관세가 부과된다. 이 가운데 통상 관세의 경우 수출입 기업이 나눠 부담한다. 미국 정부가 전력기기에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그 부담은 자국 기업이 짊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미국이 철강이 대거 함유되는 전력기기에 당장 고율 관세를 부과하지 못하는 배경이다.

이주선 기자 leesu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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