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독일·일본 '거부'에 한국 '고민'...동맹 분열 심화
군사적 압박 속, 장기 봉쇄 시 글로벌 GDP 3조달러 손실
'군사 동원'-관세압박 결부...이례적 상황에 무역질서 '흔들'
수출 기업들, 공급망 마비와 관세 폭탄 사이에서 실적 위기
아랍에미리트(UAE) 코르파칸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사진=AP, 뉴시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안보와 관세를 연계해 동맹국에 호르무즈 파병을 강요하는 이례적 외교를 강행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 가디언 등 주요외신들의 16일(이하 현지시간) 보도를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을 빌미로 동맹국들에 군함 파견을 강요하면서, 이를 거부할 경우 무역 관세 부과와 안보 공약 철회를 시사하는 등 전례 없는 경제·안보 연계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에너지 자급도가 높아 해협 의존도가 낮지만, 혜택을 받는 동맹국들이 파병하지 않는 것은 안보 무임승차"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현재 각국이 요구받은 구체적인 파병 규모나 장비의 세부 수치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미국 측의 압박 수위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외교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동원을 선택하면서 이란을 자극해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공포로 국제유가가 최근 배럴당 105달러 위로 급등하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 6개월 이상 폐쇄될 경우 글로벌 GDP는 약 3조 달러(약 4000조 원) 이상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세계 경제를 극심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수치다.
외교 전문가들은 "군사적 대치 국면을 경제적 지렛대로 이용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식이 지속될 경우 세계 경제가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분절화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 호주와 독일은 미국의 공식 요청을 받기도 전에 "군함을 보낼 계획이 없다"며 선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혀 동맹 간의 균열을 드러냈다. 일본 또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헌법적 제약을 이유로 파병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 트럼프의 관세 보복 가능성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진 상태다. 중국 또한 미국의 군사 지원 요구를 일축하며 무역 보복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함에 따라 미·중 갈등이 경제 전쟁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 정부는 원유의 70%가 통과하는 해협의 위기에 대응해 100조 원 규모의 시장 안정 자금을 투입했으나, 파병 결정 시 발생할 중동 내 보복 리스크와 미측의 관세 폭탄 사이에서 어느 쪽도 선택하기 어려운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안보 현안을 무역법 301조 조사와 같은 경제적 징벌 수단과 직접 결합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 외교가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이례적인 행태이다.
경제학자들은 유가가 10달러 오를 때마다 세계 경제 성장률이 0.2~0.3%포인트 하락한다는 모델을 인용하면서 "트럼프의 강압적 파병 요구가 시장의 불안을 키워 기업 투자 감소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자동차와 반도체 등 수출 비중이 큰 기업들은 공급망 마비에 따른 원가 상승과 미측의 추가 관세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차와 삼성전자 등 중동 비즈니스 비중이 큰 한국 기업들은 파병 결정 시 이란의 직접적인 타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에서 승리한 뒤에 오는 함정은 필요 없다"며 즉각적인 전투 자산 투입을 요구하고 있어, 동맹국들이 외교적 해법을 모색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않고 있다.
국제 사회에서는 미국의 이러한 일방적인 안보 분담 요구가 집단 안보 체제의 결속력을 무너뜨리고 글로벌 무역 질서를 근본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제 금융 시장은 동맹국들의 파병 거부 선언이 트럼프의 실제 관세 부과로 이어질지에 촉각을 세우며 이란의 추가 대응 여부에 긴장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16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 의지 속에 급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93.50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5.28% 떨어졌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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