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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툭하면 당 내부 징계…‘정치의 사법화’ 심화

최근 정치권에서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여야 간 대결을 넘어 각 당 안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금까지 정치의 사법화는 여야가 국회에서 대화와 타협 대신 고소·고발전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툭하면 당 내부 징계…‘정치의 사법화’ 심화

국힘, 조경태·진종오 절차 진행

당내 갈등 대화·조정 대신 징계

같은 진영서도 상대를 ‘적’ 규정

전문가 “강성층 영향력 줄여야”

최근 정치권에서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여야 간 대결을 넘어 각 당 안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금까지 정치의 사법화는 여야가 국회에서 대화와 타협 대신 고소·고발전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이제는 정당 내부의 조정 기능마저 약화하면서 당내 갈등을 징계 절차로 해결하려는 정치의 사법화 2단계 양상으로 확산하고 있다. 강성 팬덤과 정치 스피커 등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극단적 진영주의가 당 내부까지 침투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의 사법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은 국민의힘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최근 징계 정치가 재연됐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는 지난 27일 상임위원회 간사 배분에 항의하며 정점식 원내대표의 멱살을 잡은 권영진 의원에게 최고 수준 징계를 내리기로 했다. 권 의원이 자진 탈당하지 않으면 제명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같은 날 조경태·진종오 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에도 착수했다. 조 의원은 국민의힘 몫 국회부의장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박덕흠 의원의 낙선 독려 전화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돌린 것이 문제가 됐다. 진 의원은 6·3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을 지원했다는 이유에서다.

6·3 지방선거 전후로 장동혁 대표가 징계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당내 갈등은 더욱 커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6일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놨던 징계 조치에 대해 답을 할 때가 됐다”며 자신의 대표직 사퇴를 요구한 친한동훈계 의원들을 향한 징계를 시사했다.

민주당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8·17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대표 후보들이 상대를 향해 해당 행위를 주장하며 징계를 요구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정청래 의원은 지난 27일 경쟁자인 김민석 의원이 제기한 ‘신천지 전당대회 개입 의혹’을 두고 “당에서 신속하게 조사해서 근거가 없고 허무맹랑한 주장이었다면 당사자를 징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양상이 정치의 사법화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야는 그동안 국회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야 할 정치적 문제를 수사기관과 법원으로 가져가 고소·고발전을 반복했고,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징계 요구 역시 정쟁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이런 갈등 해결 방식이 정당 내부로까지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성 당원의 영향력 확대와 극단적 진영주의 정치 문화도 정치의 사법화를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장승진 국민대 교수는 “2010년대 이후로 강성 당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회의원의 자율성은 점차 축소됐다”며 “의원들이 극단적인 목소리를 내는 당원들의 지지를 받아야 공천도 받고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구조가 되면서 협치의 영역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당 밖 정치 스피커의 영향력 확대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민의힘에서는 ‘윤어게인’ 세력의 지지를 받는 당권파와 친한계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에서도 최근 유시민 작가가 촉발한 ABC 논쟁을 계기로 계파 간 충돌이 표면화했다. 같은 진영 안에서도 상대를 경쟁자가 아닌 적으로 규정하는 ‘진영 내 진영주의’가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치의 복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정치의 사법화는 정치권이 갈등을 대화로 풀어갈 책임을 방기한 결과”라며 “정치의 사법화는 사법의 정치화를 낳아 사법부는 물론 정당 윤리기구에 대한 신뢰까지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정치가 실종되면서 계파 간 경쟁에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징계 카드를 꺼내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며 “당내 선거에서 당심 대 민심을 50 대 50으로 균형 있게 반영하는 등 극소수 강성 지지층의 과대 대표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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