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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통합돌봄, 왜 '공동체'가 답인가

특히 AI와 Io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안부 확인' 등은 사각지대를 사전에 발견하는 예방적 안전망이 될 것이다. 통합돌봄은 복지정책의 한 분야가 아니다. 그것은 한 사회가 약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그리고 인간의...

통합돌봄, 왜 '공동체'가 답인가

최낙관 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돌봄은 왜 병원과 시설 안에 머물러야 했는가. 우리는 왜 나이가 들고 병들수록 정든 ‘살던 곳’을 떠나는 것을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했는가. 지난 3월 27일 시행된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은 이 오래된 질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첫 번째 제도적 응답이다.

약칭 「돌봄통합지원법」의 출범은 단순히 서비스를 늘리는 사업이 아니다. 노인과 장애인이 낯선 시설이 아닌, 자신이 살아온 익숙한 공간에서 생애 마지막까지 존엄을 유지하도록 하겠다는 ‘복지 패러다임의 거대한 전환’을 의미한다.

통합돌봄은 기존의 수직적·분절적 공급 체계를 지역사회 중심의 수평적 네트워크로 바꾸는 구조개혁이다. 과거 의료적 요구는 병원에서, 요양은 시설에서 별개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제는 주거, 보건의료, 요양, 일상생활 지원을 ‘사용자의 삶’이라는 하나의 궤적 위에서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즉 고립된 개인을 다시 공동체 속으로 복귀시키는 이른바 ‘Aging in Place’(살던 곳에서의 노후)라는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선진 국가들의 경험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덴마크는 통합돌봄을 단순 서비스가 아니라 ‘생활 회복 프로젝트’로 접근하고 있다. 방문간호와 재활, 주거 지원을 결합하여 노인의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회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예컨대 ‘스캐빙에 프로젝트’(Skaevinge Project)와 같은 사례는 방문간호와 재활을 결합해 노인의 기능을 회복시키며, 그 결과 입원 일수를 30% 이상 감소시키는 성과로 이어졌다.

영국의 ‘거버넌스 통합’ 모델은 42개의 통합돌봄체계(Integrated Care Systems)를 통해 보건과 복지를 법적 파트너십으로 묶었다. 이들은 데이터 통합과 지역 단위 협력을 통해 ‘병원에서 지역사회로’ 돌봄의 중심을 옮기는 데 주력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관계 중심 돌봄’, 즉 ‘부르트조흐’(Buurtzorg) 모델은 자율 운영팀을 통해 간호사와 환자 간의 인간적 유대 회복에 기여하고 있다. 이들은 비공식 이웃 네트워크를 활성화하여 돌봄의 효율성을 40% 이상 높이면서도 최고 수준의 환자 만족도를 기록 중이다.

이들 사례가 공통으로 보여주는 것은 하나이다. 통합돌봄은 ‘좋은 의지’가 아니라 ‘정교한 시스템’ 위에서만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결국 한국형 통합돌봄이 가야 할 길에 대한 답을 주고 있다.

우선 첫째로 중앙정부 주도의 하향식 예산 구조로는 지역마다 다른 돌봄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일본의 ‘지역의료개호종합확보기금’처럼 건강보험, 요양보험, 조세를 결합한 통합 재정 모델을 구축하여 지자체가 스스로 지역 맞춤형 돌봄 생태계를 설계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주어야 한다.

둘째, 단순히 서비스를 묶어서 제공하는 것을 넘어, 개인의 삶 전체를 조망하는 ‘통합 케어플랜’이 필요하다. 보건과 복지를 아우르는 전문 사례 관리자를 양성하고, 이들이 현장에서 자율성을 갖고 사용자의 일자리, 주거, 의료를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

셋째로는 의료, 복지, 지역자원 데이터를 하나로 연결하는 ‘돌봄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AI와 Io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안부 확인’ 등은 사각지대를 사전에 발견하는 예방적 안전망이 될 것이다.

통합돌봄은 복지정책의 한 분야가 아니다. 그것은 한 사회가 약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그리고 인간의 존엄을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법의 시행이 아니라 삶의 변화이다. ‘살던 곳에서의 돌봄’이 단지 구호에 머물지 않고 현실이 될 때, 우리는 비로소 복지국가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최낙관 <독일 쾰른대 사회학박사/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최낙관 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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