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U+·SKT·KT 탈통신 올인 결과
트래픽 20% 폭증, 설비투자 '역주행'
5G 커버리지 과대표시 39배 급증
이동통신 3사 로고. 사진=연합뉴스
[포인트데일리 손지하 기자]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설비투자(CAPEX)가 5G 상용화 이후 6년째 감소세를 이어가는 사이 데이터 트래픽은 빠르게 늘고 5G 커버리지 과대표시 비율은 39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신사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신사업에 무게중심을 옮기는 동안 본업인 통신망 투자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습니다.
◇6년 새 CAPEX 2조 줄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지난해 별도 기준 합산 CAPEX는 6조229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년(6조6148억원) 대비 8.9% 감소한 수치입니다. 5G 상용화 초기인 2019~2020년 8조원대였던 투자액이 6조원대로 내려앉았습니다. 올해 전망치도 6조6000억원에서 최대 8조원 수준으로 뚜렷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문제는 같은 기간 데이터 트래픽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SK텔레콤의 트래픽은 2025년 한 해에만 20% 증가했고 KT와 LG유플러스도 각각 15%, 18% 늘었습니다. 지난해 12월 기준 월간 트래픽은 143만 테라바이트(TB)로, 증가 폭은 기존 대비 3배 수준으로 확대됐습니다. 생성형 AI 서비스 확산으로 이미지·영상 중심의 대용량 트래픽이 급증한 탓입니다.
◇마케팅 비용은 오히려 늘었다
=투자 감소와 대조적으로 마케팅 비용은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통신 3사의 합산 마케팅비는 8조490억원으로 전년(7조6610억원) 대비 5.1% 늘었습니다. CAPEX(6조229억원)를 2조원 가까이 앞지르는 규모입니다. 가입자 유치 경쟁에는 적극적이면서 정작 네트워크 고도화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서비스 품질 지표는 이미 균열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통신 3사의 5G 커버리지 과대표시 비율은 2024년 0.17%에서 2025년 6.67%로 1년 새 39배 급증했습니다. 실제로는 5G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은 지역임에도 이용 가능한 것처럼 표시한 사례가 크게 늘었다는 의미입니다. 다운로드 속도가 기준치에 미달하는 구간도 증가했습니다.
◇AI 데이터센터로 달리는 통신사
=통신사들이 공을 들이는 곳은 AI 데이터센터(AIDC)입니다. 2025년 3분기 통신 3사의 AI 데이터센터 합산 매출은 처음으로 50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SK텔레콤이 약 1800억원, KT 1500억원, LG유플러스 1200억원을 각각 기록했으며 2026년 합산 매출은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NVIDIA의 '2026 통신 산업 AI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통신사의 89%가 올해 AI 예산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습니다.
통신사들은 투자 축소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입장입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기지국은 이미 깔 만큼 깔린 상황에서 추가 투자 대비 체감 수익이 크지 않다는 게 내부 판단"이라며 "결국 돈이 되는 서비스가 붙어야 투자가 다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AT&T는 5년간 373조…한국은?
=해외 주요 통신사와의 온도 차는 뚜렷합니다. 미국 최대 통신사 AT&T는 최근 향후 5년간 2500억달러(약 373조원) 규모의 설비 투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연평균 500억달러(약 74조원)로, 국내 통신 3사 연간 합산 CAPEX의 10배를 웃도는 수준입니다. AT&T는 이번 투자를 자율주행·AI 등 차세대 서비스 구현을 위한 고도화된 인프라 구축으로 규정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국내 통신사의 자발적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트래픽 증가가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요금 구조를 손질해 투자 유인을 복원하는 한편 농어촌 등 저수익 구간에서는 공동망 구축과 설비 공유를 통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아울러 생성형 AI 확산으로 촉발된 대용량 트래픽에 대해 글로벌 플랫폼과의 비용 분담 체계를 마련하고 5G 특화망·B2B·AI 연계 서비스 등 설비투자를 직접 매출로 연결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동시에 커버리지 과대표시와 품질 저하 문제에 대해서는 규제 당국의 관리·감독을 강화해 최소한의 투자 압력을 유지하고 장기적으로는 통신망을 국가 인프라로 보고 세제 지원과 정책 금융을 결합한 투자 체계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업계에서는 올해가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봅니다. 5G 단독모드(SA) 전환, 6G 연구개발(R&D), AI 인프라 확장이 동시에 맞물리는 가운데 가용 CAPEX는 제한돼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6G R&D에만 약 1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현재의 5G 품질 개선과는 별개의 흐름입니다.
우선순위 경쟁에서 통신망이 계속 밀린다면 데이터 끊김이나 속도 저하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AI로의 전환이 본업인 네트워크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면 결국 이용자 신뢰를 훼손할 수밖에 없다"며 "AI 투자와 네트워크 투자를 어떻게 병행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책임 있는 투자 로드맵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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