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엔비디아, AI 메모리 사용량 압축 기술 발표
메모리 탑재량 감소 우려에 '수요 위축' 공포 확산
시장 둔화 우려 과도…길게보면 규모 성장 전망도
구글 전경. 사진=게티 이미지 제공.
[데일리한국 이보미 기자] 구글이 공개한 메모리 압축 기술 '터보퀀트'를 놓고 글로벌 반도체 양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칠 영향에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메모리 수요 둔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한편에선 기술 개발을 촉진해 장기적으로 시장 규모를 키우는 호재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 24일(현지시간) 회사 블로그에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의 메모리 사용량을 줄여주는 '터보퀀트' 기술을 다룬 논문을 공개했다. 작년 4월 아카이브(ArXiv)에 공개했던 논문을 올해 ICLR(국제학습표현학술대회) 발표를 앞두고 재조명한 것이다. 엔비디아 역시 'KVTC'라는 비슷한 기술을 다룬 논문을 제출했다.
터보퀀트나 KVTC는 모두 AI 추론 시 발생하는 '메모리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압축 기술이다. AI가 대화를 기억하기 위해 사용하는 임시 저장 공간인 'KV 캐시'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게 핵심이다. 터보퀀트는 데이터를 무작위로 회전시켜 균일하게 만든 뒤 메모리 사용량을 6분의 1로, KVTC는 이미지 압축 표준인 JPEG 원리를 응용해 최대 20배까지 절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확산에 메모리 반도체 특수를 기대하던 상황에서 수요 저하 우려가 생긴 것이다. 메모리 탑재량이 줄어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조기에 꺾일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메모리 제조사 중심의 공급 우위 시장이 변수를 만났다며 빅테크 업체가 고가의 HBM 구매 대신 가성비 극대화로 눈을 돌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HBM 제품 이미지. 사진=테크인사이츠 제공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구글 터보퀀트 논문이 게재된 다음 날인 25일부터 이날(종가 기준)까지 18만9700원에서 17만5200원으로 7.6% 넘게 하락했다. 4일 연속 내림세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주가도 98만6000원에서 87만3000원으로 11.5% 가까이 내렸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시장 반응이 다소 '단편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기술 발전으로 비용이 줄어들면 소비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전체 수요가 더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개별 기기에 들어가는 메모리 용량이 감소하더라도 비용 축소에 따라 AI 서비스 저변이 더욱 확대되면서 전체 메모리 출하량은 더 크질 수 있다는 의미다.
김영권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구글의 터보퀀트 발표가 수개월 전 공개됐음에도 시장이 반응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내용보다 타이밍의 문제였음을 방증한다"면서 "클라우드 수요가 급증하던 2018년에도 유사한 논쟁이 있었으나 기우에 불과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구글이 터보퀀트를 개발한 것은 메모리를 덜 구매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같은 모델(H100)로 더 많은 토큰을 처리하고 경쟁사 모델을 능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 퍼진 공포가 기술적 이해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터보퀀트는 이미 진행 중이던 압축 기술의 고도화에 가깝다"면서 "이 논문이 시사하는 바는 우리가 여전히 압축을 개선할 수 있지만, 그 개선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고, 점진적 형태를 띨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메모리가 AI 추론에 있어서 핵심인지'이고, 그 해답은 '그렇다'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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