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상대팀 팬이 모욕적 발언
박 감독 격분, 충돌은 발생 안 해
아프리카 선수 향해선 “원숭이”
현지 매체 “문제 남성은 외국인”
박항서 깐짜나부리 파워FC 감독이 관중석을 향해 입을 다물라는 제스처를 하고 있다. SNS 캡처
태국 프로축구 2부리그에서 박항서 감독이 상대팀 관중의 모욕적인 발언에 격분해 거세게 항의했다. 관중은 박 감독의 한국 출신 배경을 조롱하고 아프리카 출신 선수에게도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감독이 이끄는 깐짜나부리 파워FC는 지난 1일 태국 파타야 농프루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2027시즌 태국리그2 9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파타야 유나이티드와 2-2로 비겼다. 박 감독과 선수단이 라커로 이동하고 있는데 파타야 팬으로 추정되는 남성 관중이 박 감독을 향해 욕설을 섞어 “김치맨”이라고 반복해서 외쳤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된 영상에는 박 감독이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조용히 하라는 몸짓을 하는 장면이 담겼다. 그러나 조롱이 계속되자 박 감독은 주먹을 휘두르는 듯한 동작을 취했고, 관중석을 향해 내려오라는 손짓까지 했다. 다행스럽게도 선수단과 경기장 관계자들이 말리면서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문제의 관중은 박 감독뿐 아니라 깐짜나부리 선수에게도 모욕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국 매체 카오솟은 마다가스카르 출신 존 바지오가 작은 키를 조롱받았다고 보도했다. 바지오는 외국인 남성 관중이 자신에게 욕설을 하고 “원숭이”라고 불렀다고 주장했다. 바지오는 “태국에서 10년 동안 뛰면서 팬들에게 존중받아왔다”며 “나는 내 피부색이 자랑스럽고 이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깐짜나부리 구단도 즉각 반발했다. 구단은 공식 성명을 통해 인종과 피부색, 출신 배경을 이유로 한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구단은 “축구는 전 세계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스포츠”라며 “누구든, 어디에서 왔든, 피부색이 무엇이든 동등한 존중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감독에게 사용한 ‘김치맨’이라는 표현은 인종 자체보다 한국 국적과 출신 배경을 겨냥한 조롱에 가깝다. 욕설을 결합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모욕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경기장 야유와 구분된다. 물론 바지오가 공개한 ‘원숭이’라는 표현은 피부색과 인종을 겨냥한 차별적 언사로 볼 수 있다.
일부 태국 현지 매체는 문제의 관중을 외국인이라고 보도했다. 정확한 국적과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베트남 국가대표팀을 이끌며 동남아시아 축구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은 박 감독은 올해 태국 무대에 진출했다. 1부리그 승격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깐짜나부리는 개막 9경기에서 3승5무1패, 승점 14점으로 6위에 머물러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