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주]
반올림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입니다.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의 산재를 신청하면서 기록의 필요성을 절감해 생애사 기록을 시작했습니다. 아픔과 고통뿐만 아니라 개인의 꿈과 행복에 대해 인터뷰했고, 재해경위서, 진술서가 아닌 삶을 담은 글을 적었습니다. 2026년 매월 한 명씩 총 12명의 삶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임한결 님은 2018년 10월 5일 사망했다. 당사자를 직접 인터뷰하는 경우에는 내가 인터뷰하며 본 모습이 그 사람의 모든 모습일 수는 없어도, 적어도 내가 본 일부의 모습이라도 글로 담아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임한결 님을 만날 수 없다. 그의 말, 말투, 표정, 행동을 보고 들을 수 없다. 사실이라 믿고 매달릴 수 있는 일부의 조각이라도 갖지 못한 상태에서 한 사람을 글로 적어내는 일에는 영 자신이 없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그럼에도 임한결 님을 다뤄야만 하는 이유는 분명했기에 그의 아버지와 친구를 인터뷰했다.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아리송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전해 들은 것들을 다시 재구성해 전하는 것이 어쩐지 왜곡으로 이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므로 미리 밝혀둔다. 이 글은 임한결 님을 묘사하는 데에 실패한 글이라고. 임한결 님은 이 글에서 비친 모습과 전혀 다른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그러나 실패일 수밖에 없는 글을 폐기하지 않고 거듭 고민한 끝에 세상에 공개하는 마음만큼은 전달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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