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성 기자 〈리서치센터 국장·칼럼니스트〉
■ 쿠팡 vs 핵잠수함, 김범석을 지켜라... 미국의 150억짜리 명령!
■ 비번 털린 건 당신, 지켜준 건 미국, 당한 건 대한민국
현관 비번 3367#. 그게 털렸다.
배송기사 편하라고 적어뒀다. 아파트 현관 비밀번호. 쿠팡 배송지 메모란에 슬쩍 넣어둔 그 번호. 그게 새나갔다.
■ 3,367만 명 — 한국 역대 최대
정부 민관합동조사단이 공식 확인했다. 쿠팡 이용자 3,367만 명. 이름, 전화번호, 주소, 공동현관 비밀번호까지 털렸다. 한국 역대 최대 규모다.
쿠팡은 처음에 뭐라고 했나. 4,536건이라고 신고했다. 이후엔 3,000건이라고 했다. 정부 발표는 3,367만 건. 쿠팡 주장의 1만 배다.
초기 신고와 정부 발표 간 괴리가 너무 컸다. 축소 신고 논란이 불거진 이유다.
정부가 자료보전 명령을 내렸는데도 접속 기록 일부가 삭제됐다. 수사에 부담을 준 정황이다.
쿠팡이 피해자에게 내민 건 쿠폰이었다. 단 한 번의 형식적 보상.
■ 미국이 나섰다 — 의원 54명, 줄줄이 실명 등판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황당하다. 그런데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더 디플로매트(The Diplomat) 2026년 1월 30일자. "쿠팡 수사, 한미 외교 갈등의 전주곡"이라는 제목으로 미국 정치권의 한국 압박 실태를 집중 보도했다. 더 디플로매트
캡처
1월 13일,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 위원장 에이드리언 스미스 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한국이 쿠팡을 차별적 규제로 겨냥하고 있다." (더 디플로매트, 2026년 1월 31일)
1월 말, 스콧 피츠제럴드 의원은 한국 정부의 쿠팡 수사를 "정치적 마녀사냥"이라고 규정했다. (더 디플로매트, 2026년 1월 31일)
2월 5일엔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이 쿠팡에 공식 소환장을 발부했다. 문서 제출과 증인 출석을 요구했다. (하원 법사위원회 공식 보도자료, 2026년 2월 5일)
4월 20일엔 마이클 바움가트너 의원 주도로 공화당 의원 54명이 강경화 주미대사에게 서한을 보냈다. "즉각 차별적 조치를 중단하라." (코리아헤럴드, 2026년 4월 23일)
'쿠팡 사건'이 아니었다. 어느 순간 '미국 기업 보호' 이슈로 프레임이 바뀌어 있었다.
■ 왜 이렇게까지 나서나 — 150억 원의 답
더 디플로매트(The Diplomat, 2026년 1월 31일)가 보도했다.
"Coupang spent a staggering $10.75 million on lobbying efforts over the past five years, targeting various U.S. government agencies, including the executive branch and Congress."
쿠팡이 지난 5년간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대상으로 로비에 쏟아부은 돈이 1,075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50억 원이다.
바로 이거다.
■ 핵잠수함이 볼모가 됐다
그리고 결정타가 나왔다.
▲AFP 통신이 2026년 4월 23일 미국 지역 언론 어드보킷앤드데모크랫(Advocate & Democrat)을 통해 배포한 기사. "한국 전자상거래 수사, 미국과의 균열 열다"는 제목으로 핵잠수함 협의 연계 압박 실태를 전 세계에 타전했다. 사진은 쿠팡 로켓배송 옥외광고 앞을 지나는 시민. 사진=
AFP 통신(2026년 4월 23일)이 전 세계에 타전했다.
"The United States had threatened to halt high-level security talks unless Seoul guaranteed the legal safety of Coupang Chairman Kim Bom-suk. The reports said that US negotiators had asked South Korea to lift a travel ban on Kim and ensure that he would not face arrest or detention when visiting the country. The talks carry high stakes for South Korea, as they would touch on its plan to build nuclear-powered submarines as a deterrent against the North."
미국이 요구한 건 단순한 신변 보호가 아니었다. 법적 안전장치였다. 체포도 안 된다. 구금도 안 된다. 방한해도 손댈 수 없다는 보장.
그 보장이 없으면 핵추진잠수함 협의를 포함한 고위급 안보 협의를 중단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한국의 안보를 협상 카드로 올린 것이다.
이 압박은 갑자기 시작된 게 아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 3월부터 한국 정부에 요구해왔다. (파이낸셜뉴스, 2026년 4월 22일) JD 밴스 부통령은 김민석 총리 방미 때 직접 쿠팡 문제를 꺼냈다.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도 공개 경고했다. "미국 기업만을 처벌하기 위해 입법을 바꾸려 한다면, 워싱턴은 조용히 앉아 있지는 않을 겁니다."
핵추진잠수함만이 아니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협의도 뚜렷한 진척이 없다. (파이낸셜뉴스, 2026년 4월 22일)
김범석 의장은 트럼프 취임식에 참석했다. 쿠팡은 트럼프 취임 후 로비업체를 루비오 국무장관과 연계된 '콘티넨털 스트레티지'로 교체했다. 트럼프 취임 위원회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허프포스트코리아, 2026년 4월 22일)
150억 원짜리 로비가 어디까지 뚫었는지, 이제 윤곽이 보인다.
■ 한국 정부도 인정했다
▲코리아헤럴드(The Korea Herald) 2026년 4월 24일자.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하노이 현지에서 브리핑을 통해 쿠팡 수사가 한미 안보 협의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공개 인정했다. 배경에 한국과 베트남 국기가 보인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코리아헤럴드(The Korea Herald, 2026년 4월 24일 — 위성락 실장 발언 원문 최초 수록)가 전했다.
"So it is also true that our security consultations have been delayed."
"안보 협의가 지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부인하지 않았다.
■ 당신 현관 비번 값이 그 정도다
정리하면 이렇다.
당신 현관 비번이 새나간 회사가 있다. 초기 신고와 정부 발표 간 1만 배 괴리가 확인됐다. 상징적 보상 하나로 마무리하려 했다.
그리고 미국에 150억 원을 뿌렸다.
의원 54명이 움직였다. 고위급 안보 협의가 흔들렸다. 한국 정부는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우리는 지금 기업을 수사하고 있는가, 아니면 협상을 하고 있는가.
털린 건 비밀번호가 아니다. 국가가 기업 앞에서 어디까지 밀리는지, 그 기준이 털린 것이다.
바꾸셨습니까, 현관 비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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