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자체, 가을 축제 봇물
9~10월에 절반 가까이 열려
예산의 30%는 가수 섭외비
먹거리도 바비큐 등 비슷해
“유사 축제 통폐합 특화해야”
인천=지건태 기자
가을 행락철을 맞아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지역축제를 열고 있지만, 예산만 낭비하는 ‘제 살 깎아 먹기식’ 출혈 경쟁이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산물·명소 간판만 내걸었을 뿐 지역 고유의 색을 담은 행사는 많지 않고, 고질적인 ‘바가지요금’ 논란 속에 연예인 섭외를 앞세운 ‘쌍둥이’ 행사들이 오히려 지역 이미지를 깎아 먹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지자체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17일 각 지자체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올 한 해 전국에서 이미 개최됐거나 열릴 예정인 지역 축제는 총 1266개다. 지난 2022년(944개) 대비 322개(34%) 늘었다. 투입되는 예산만 6071억 원(국비 292억 원 포함)에 달한다. 전체 축제의 42.7%(540개)가 9∼10월에 몰려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장 이번 주말(18∼20일) 경기도에서만 부천국제만화축제, 안양춤축제, 시흥갯골축제, 과천공연예술축제 등이 동시에 개막한다. 수원·안산·파주·하남 등에서도 잇따라 축제를 연다. 지자체가 제각각 관광객 유치전을 벌여야 하는 처지인 셈이다.
인천 역시 10월 첫 주 주말(2∼4일) 남동구 소래포구축제와 부평구 부평풍물대축제가 각각 예정돼 있다. 여기에 인천시 주최 ‘짜장면 축제’(3∼4일)까지 열린다. 올해 가장 많은 축제가 열리는 강원도(153개) 또한 이번 주말 춘천·원주·동해를 시작으로 10월까지 집중적으로 개최한다.
지역 축제 대부분 유명 가수가 공연하고 야시장을 여는 ‘판박이 프로그램’을 담고 있다.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지역 콘텐츠를 부각하는 데 공을 들이기보단 손쉽게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연예인 섭외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인접 지역에 유명 가수가 오면 우리도 ‘A급’을 불러야 한다는 압박이 크다”며 “축제 예산의 20∼30%가 연예인 섭외비로 빠져나간다”고 토로했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외지 전문 상인들이 천막을 치고 통돼지 바비큐나 파전을 파는 축제가 많아 먹거리도 비슷하다는 관광객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정부 차원에서 또는 지자체 간 협의를 통해 축제를 구조조정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 전체 축제의 95%(1203개)가 매년 되풀이해야 하는 정기 행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송진호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원은 “연예인이 불러모은 일회성 인파는 지역 상권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지자체 간 사전 협의로 시기를 분산하고, 유사 행사를 통폐합해 체류형 특화 콘텐츠를 기획하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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