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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코스피 5000 시대…금융시장과 실물경제 'K자' 괴리

중동전쟁 와중에도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올해 초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증시만 보면 한국 경제가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은행 장부를 들여다보면...

코스피 5000 시대…금융시장과 실물경제 'K자' 괴리

시는 사상 최고인데 NPL 매각가율은 추락 추세

올해 초 코스피가 5000을 넘었다. 코스닥도 1000선을 지키고 있다. 중동전쟁 와중에도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올해 초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증시만 보면 한국 경제가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은행 장부를 들여다보면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은행 NPL 시장 전반에 짙어지는 먹구름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 부실채권(NPL) 매각 규모는 미상환 원금잔액 기준 약 8조원 후반대로, 9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2023년 5조4300억원, 2024년 8조3000억원에 이어 3년 연속 8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은행별로 보면 2025년 기업은행이 1조9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 1조3000억원, 우리은행 1조800억원, 국민은행 1조원 순이었다.

은행이 부실채권을 팔면 연체율은 낮아진다. 실제로 2024년 4분기 말 국내 은행의 연체율은 0.44%로, 언뜻 보면 안정적이다. 하지만 그 채권이 사라진 게 아니다. 다른 곳으로 옮겨갔을 뿐이다.

부실채권을 사들이는 곳은

연합자산관리(유암코)

키움F&I

대신F&I

하나F&I

우리금융F&I 다섯 곳뿐이다.  특히 유암코는 2021년 이후 5년간 누적 점유율 40% 초반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2025년에는 총 97개 매각 건 가운데 40건을 유암코가 인수했다. 시장에 나온 부실채권의 절반 가까이를 한 곳이 흡수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은행권 부실채권 평균 매각가율은 2023년 87.3%에서 2024년 70.7%로 떨어졌고, 2025년 4분기에는 68.4%까지 내려갔다. 매각가율이란 부실채권의 장부가 대비 실제 매각 가격 비율이다. 2023년에는 100원짜리 채권을 87원에 팔았는데, 지금은 68원에 팔고 있다는 뜻이다. 은행들이 부실을 헐값에 던지고 있다는 의미다.

은행별 낙폭은 더 극적이다. 국민은행의 매각가율은 2023년 89.7%에서 2025년 64.7%로 추락했다.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92.8%에서 77.2%로 급락했다. 과거에는 높은 값을 받던 시중은행 부실채권마저 이제는 싸게 팔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된 것이다.

김정환 삼정KPMG 전무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무역갈등 심화가 글로벌 경기 둔화를 야기하며 국내 기업과 비은행권의 연체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국내 은행은 부실채권 잔액이 증가하면서 자산건전성 관리 필요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부동산 PF 연착륙 방안이 구체화되면서 부실채권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부실채권을 사들이는 투자사들의 수익성도 나빠지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5개 NPL 전업사의 평균 자산영업이익률은 2022년 4.9%에서 2024년 1.4%까지 떨어졌다. 담보의 90%가 공장·상가 같은 비주거용 부동산인데, 경기 침체로 이를 되파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 탓이다.

실물경제 균열 드러낸 폐업 100만 시대

국세청 국세통계에서 가장 최근 집계한 데이터를 보면, 2024년 한 해 동안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100만8282명을 기록했다. 1995년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었다. 하루 평균 2,762명이 가게 문을 닫은 셈이다. 폐업 사유의 절반(50.2%)은 '사업 부진'이었다.

업종별로는 소매업과 음식점업이 전체의 약 45%를 차지했다. 소상공인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업종에서 폐업이 집중된 것이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폐업 소상공인 82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창업 후 폐업까지 평균 영업 기간은 6년 6개월이었다. 3년을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은 비율이 39.9%에 달했다. 소상공인 10명 중 4명이 3년 안에 사라진다는 뜻이다.

정부는 올해 소상공인 관련 예산을 역대 최대인 5조4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재취업·재창업 지원 사업인 '희망리턴패키지'에 3056억원, 경영안정바우처에 5790억원을 배정했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근본적인 건 장사가 잘되고 살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 연체율이 낮아 보이는 건 부실채권을 적극적으로 팔았기 때문이고, 그 채권은 유암코를 비롯한 다섯 곳의 투자사로 옮겼기 때문이다. 매각가율이 87%에서 68%로 추락했다는 건, 시장이 이 부실을 점점 더 싼값에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상호금융권은 더 심각하다. 상호금융기관의 고정이하여신은 2021년 말 약 12조원에서 2025년 6월 기준 약 53조원으로 4.4배 급증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증시의 화려한 숫자 뒤에서 실물경제의 균열이 깊어지고 있다. 이 괴리가 좁혀지지 않으면, 어느 순간 증시의 높은 탑도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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