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보림 충북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대학의 캠퍼스는 단순히 건물이 모여 있는 공간이 아니다. 학생들이 배우고, 연구자가 연구하며, 구성원들이 함께 생활하는 교육공동체의 터전이다. 따라서 캠퍼스는 교육·연구·행정 기능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하나의 살아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최근 대학들이 외연 확장과 지역 연계를 위해 분산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캠퍼스의 본질적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필요하다.
충북대학교의 세종캠퍼스와 오송캠퍼스는 지역 발전과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성되었다. 세종캠퍼스는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성장에 맞춰 정부기관 및 국책연구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되었으며, 오송캠퍼스는 오송생명과학단지와 연계하여 바이오·보건의료 분야의 교육과 연구 역량을 높이기 위해 추진되었다. 두 캠퍼스 모두 시대적 요구에 따른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점이 있다. 해외 명문대학의 캠퍼스는 대체로 학생 교육, 연구, 기숙사, 도서관, 문화시설, 학생자치 공간이 함께 어우러진 하나의 생활공동체를 형성한다. 학생들은 수업만 듣는 것이 아니라 캠퍼스 안에서 생활하며 학문적·사회적 경험을 함께 쌓는다. 캠퍼스는 단순한 교육시설이 아니라 대학 문화와 정체성이 형성되는 공간인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분산 캠퍼스는 특정 연구 기능이나 지역 협력 기능을 중심으로 조성된 경우가 많다. 세종캠퍼스와 오송캠퍼스 역시 연구 및 산학협력 측면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학생 생활과 공동체 형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아직 발전의 여지가 있다. 캠퍼스가 단순히 건물이나 연구시설의 집합에 머문다면 진정한 의미의 캠퍼스라고 말하기 어렵다.
학생 측면에서는 소속감과 공동체 경험이 중요하다. 대학생활은 강의실 안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동아리 활동, 학생자치, 문화행사, 진로 탐색 과정이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대학다운 경험이 완성된다. 따라서 분산 캠퍼스 학생들도 본교 학생들과 동일한 수준의 교육·문화·복지·시설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행정 측면에서는 캠퍼스 간 통합 운영 체계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행정 서비스를 확대하여 장소에 따른 불편을 줄이고, 학사·행정 서비스의 일관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하나의 캠퍼스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한 인력 구성과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재정 측면에서는 시설 유지에 머무르지 않고 각 캠퍼스의 특성화 전략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새로운 캠퍼스는 건물 신축보다 지속적인 운영비 부담이 더 크다. 시설 유지비와 인건비, 각종 지원 예산이 지속적으로 투입되어야 한다. 지역 지자체 및 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여 외부 재원을 확보하고 캠퍼스의 자립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세종캠퍼스는 정부부처와 국책연구기관을 연결하는 공공정책 교육·연구의 거점으로, 오송캠퍼스는 바이오·의생명 분야의 산학협력과 연구 중심 캠퍼스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동시에 학생 교류 프로그램과 이동 수단의 확대, 공동 비교과 활동을 확대하여 캠퍼스 간 심리적 거리를 줄여야 한다.
캠퍼스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대학의 철학이 구현되는 장소이다. 중요한 것은 캠퍼스의 숫자가 아니라 그 공간이 학생 성장과 연구 혁신, 공동체 형성에 얼마나 기여하느냐에 있다. 세종캠퍼스와 오송캠퍼스가 연구시설을 넘어 교육과 문화, 공동체가 살아 숨 쉬는 진정한 캠퍼스로 발전할 때 비로소 ‘캠퍼스를 캠퍼스답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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