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준회원국 가입 제안에
방위·AI 등 ‘탈미국’ 공조 촉각
트럼프, “추가 관세” 보복 경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왼쪽)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에서 포옹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무역 분쟁으로 미국과 캐나다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캐나다에 EU의 첫 ‘준회원’ 가입을 제안하고 나섰다. 동맹도 가리지 않는 미국의 강압 외교가 대서양을 뛰어넘는 공조 체제를 탄생시킨 셈이다.
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 연설에서 “우리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준회원국 구상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과 캐나다는 강하며, 함께할 때 더욱 강해진다”며 “우리는 우리가 늘 지켜온 공통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목표는 각국이 홀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위기에 대응할 수 있게 공동의 회복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니 총리는 EU와 캐나다가 무역, 국방, 핵심 광물, 인공지능(AI), 에너지, 우주, 연구, 금융 서비스 등 분야에서 통합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의식한 듯 “대국과 경쟁하기 위해 제3의 블록을 제안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좀 더 예의 바른 방식으로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EU 수장인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전날 연설에서 “캐나다가 EU의 첫 번째 준회원국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문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특별 게스트로 참석한 카니 총리도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고, 의원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외국 지도자가 유럽의회 본회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U가 캐나다에 손을 내민 것은 경제·안보 등 분야에서 미국의 거센 압박을 받은 동맹국들이 힘 모으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캐나다 맥길대 정치학 교수인 대니얼 벨런드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수사는 캐나다와 EU가 ‘미국의 리더십 없는 세계’를 상상하고, 그에 맞춰 행동하도록 밀어붙이고 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가장 잠재력이 높은 것은 방위 분야다. 유럽외교관계위원회 소속 안보 분석가인 아난드 순다르는 독일 도이체벨레에 “EU에 있어 최대 이점은 캐나다가 과소평가된 방위 강국이라는 점”이라며 캐나다의 국방 지출이 EU 14개 소규모 회원국을 합친 것보다 많다는 데 주목했다. 대미 안보 의존도를 낮추는 가운데 군사 장비 생산과 기술 개발 등에서 힘을 모은다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론 장애물이 적지 않다. 먼저 미국의 위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캐나다의 EU 준회원국 가입 가능성에 관한 취재진 질문에 “그럴 일은 전혀 없다”며 해당 움직임을 “적대적 행위”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유럽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등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준회원국 지위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준회원국이 되기 위해 어떤 조건과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도 불분명하다. EU는 이미 ‘연합 협정’이라는 틀 안에서 우크라이나, 튀르키예 등 비회원국과 협력하고 있어 이들 국가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더디기로 유명한 EU의 협상 방식과 복잡한 구조도 장애물이 될 수 있다. 2024년 체결된 EU와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간 자유무역협정은 협상에만 무려 25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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