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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칼럼] AI 대(對) AI

스위스 분석심리학자 칼 융(Carl Jung)과 도가 사상가 노자(老子)는 서로 다른 시대와 학문적 배경을 가졌음에도, 세계와 인간을 ‘대극(對極, Opposites)의 상호작용‘으로 바라보았다.

[칼럼] AI 대(對) AI

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박사·충북도교육청 장학관

스위스 분석심리학자 칼 융(Carl Jung)과 도가 사상가 노자(老子)는 서로 다른 시대와 학문적 배경을 가졌음에도, 세계와 인간을 ‘대극(對極, Opposites)의 상호작용‘으로 바라보았다. ‘대극’이란 인간 심성에 있는 서로 극단의 특성을 지닌 것으로, 외향-내향, 사랑-미움, 빛-어두움, 남성성-여성성, 의식-무의식 등이다. 융과 노자는 이러한 대극들이 갈등을 통과하여 이를 통합하는 ‘대극의 합일‘을 이루는 것이 개성화와 자기실현 그리고 도(道)에 이르는 길이라 했다. 지금 인류는 또 하나의 대극에 마주하고 있다.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과 미적지능(AI, Aesthetic Intelligence)이 그것이다.

# 인공지능(AI)

AI의 출현으로 인간성이 위협을 받을까? 인간성이 파괴될까? 산업혁명으로 기계는 인간의 숙련된 솜씨와 장인정신을 파괴하고 생존권을 위협하는 괴물이었다. 이 시기 기계의 출현으로 인간성은 파괴되어 기계의 부속품으로 전락 되었다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기계의 등장으로 자유시간과 여가의 가치가 드러나 노동 너머의 자신을 바라보기 시작하며 개성있는 새로운 사유의 영토를 넓혀갔다.

오늘날 우리가 AI를 보며 느끼는 공포도 비슷하다. AI는 이제 인간의 사유조차 기계화하려 하고, 실수 없는 논리로 인간의 설 자리를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류가 산업혁명에서 지금까지 진보해 왔듯이 AI 역시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인간성을 드러내 줄 것이다. 산업혁명기의 기계가 인간의 근육을 대신하며 지성을 돋보이게 했다면, 지금의 AI가 인간의 지성을 대신할 때 우리 안에서 새로 드러날 가장 빛나는 가치는 무엇이어야 할까?

# 미적지능(AI)

아름다움을 감성으로 느끼는 건 쉽지만 이성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을 역임한 컬럼비아대 교수 브라운은 이 어려운 일을 미적지능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풀어갔다. 미적지능(AI, Aesthetic Intelligence)이란 뭔가를 보거나 경험하며 느낄 때 드는 감동을 알아채고, 해석하고, 말하거나 쓰거나 그릴 수 있는 능력이다. 즉 눈이나 코, 입, 귀, 손으로 느끼는 것들을 잘 알아보고, 해석하고, 표현하고, 명료화 해내는 능력이다. 미적지능을 조금 더 확장한다면 예술지능이라 명명할 수도 있다.

‘고객의 85%는 성능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 때문에 제품을 구입한다.’는 말은 소비자 심리학에서 정설로 통한다. 여기서 말하는 ‘다른 무언가’는 구매자가 느끼는 감동, 느낌을 말한다. 미적지능은 이러한 개인의 감동과 느낌을 이성적으로 알아차리고 분석하고 표현해 내는 능력으로, 정교하지만 영혼 없는 0과 1의 조합인 인공지능과는 대척점에 서 있다.

# AI-AI의 대극 합일

정치철학자 가브리엘은 10여년간 구글 딥마인드 수석연구원으로 제미나이의 정렬체계를 구축하는 일을 담당해 왔다. 그는 인공지능시대에 꼭 갖추어야 할 역량으로 ‘책 한권 끝까지 읽기’, ‘영화 한 편을 끊지 않고 보며, 음반 하나를 딴짓하지 않고 온전히 감상하기’를 강조했다. AI가 만든 숏폼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도 책상에 앉아 있는 엉덩이 힘과 긴 호흡의 콘텐트 소화 능력이 필수라는 취지다. 지금은 인공지능 AI 속으로 과감히 진입할 때다. 그리고 그 대극인 미적지능 AI을 키워나갈 때다. 어린 시절 다양한 신체활동을 통해 몸근육을 기르고 청소년기를 거치며 단단한 독서로 지적 근육을 기르며, 질문을 던지는 용기, 가설을 세우는 무모함, 신화 속으로 자신을 던지는 황당함, 그리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감성으로 미적지능을 키워나가야 할 때다.

노자와 융은 대극의 양극단 중 어느 하나에 집착하는 일면성을 경계하고, 두 극단을 품어 안는 높은 차원의 균형을 지향했다. 이제 우리는 ‘인공지능-미적지능’ 이 대극의 합일(合一)을 통해 새로운 관점과 균형을 이루어 나가야 할 순간에 와있다.

양철기 교육심리박사·충북도교육청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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