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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칼·가위 갈며 안부도 묻는다…의성 '생활밀착형 복지'

“칼이 무뎌지면 따로 맡길 곳도 마땅치 않아 집에서 직접 갈아 썼어요.”

칼·가위 갈며 안부도 묻는다…의성 '생활밀착형 복지'

첫날 33가구서 133개 무료 손질…25일까지 10개 마을 돌며 복지 수요도 발굴

▲ 의성 다인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싹싹~ 잘 드는 행복칼’ 첫 순회 봉사에서 협의체 관계자와 주민들이 칼갈이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11일 3개 마을 33가구가 칼과 가위 133개를 맡겼다. 의성군 제공

“칼이 무뎌지면 따로 맡길 곳도 마땅치 않아 집에서 직접 갈아 썼어요.”

의성군 다인면 외정2리에 사는 김옥분 씨에게 칼갈이는 사소해 보여도 늘 신경 쓰이는 집안일이었다. 무뎌진 칼을 억지로 사용하다 손가락을 다친 적도 있다. 그 상처는 아직 손에 남아 있다.

농촌 주민들이 일상에서 겪는 이런 불편을 덜기 위해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들이 직접 칼갈이 장비를 들고 마을로 들어갔다. 단순히 칼과 가위를 손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민들의 안부까지 살피는 ‘생활밀착형 복지’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14일 의성군에 따르면 다인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지난 11일 신락2리와 삼분1리, 외정2리 경로당에서 ‘싹싹~ 잘 드는 행복칼’ 첫 순회 봉사를 진행했다.

첫날 33가구가 내놓은 칼과 가위는 모두 133개에 달했다. 가구당 평균 4개꼴이다. 농촌 가정에서 칼과 가위 손질에 대한 수요가 적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사업은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함께모아 행복금고’ 지원사업으로 마련됐다. 협의체 위원들이 전동 칼갈이와 숫돌을 이용해 주민들이 가져온 주방칼과 가위 등을 무료로 손질한다.

김 씨는 평소 무뎌진 칼 때문에 겪었던 불편을 털어놨다.

그는 “칼이 잘 들지 않아 불편한 적이 많았다”며 “고기를 썰다가 칼이 미끄러져 손가락을 다친 적도 있고 지금도 상처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손질을 마친 칼을 받아든 뒤에는 반응이 달라졌다.

김 씨는 “정말 잘 든다”며 “동네 주민들도 모두 고마워한다. 이런 사업이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농촌지역에서는 칼이나 가위처럼 자주 사용하는 생활도구를 전문적으로 손질하려 해도 가까운 곳에서 서비스를 이용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 특히 이동이 불편한 고령 주민에게는 작은 생활 불편도 오랫동안 방치되기 쉽다.

이번 사업이 단순한 무료 칼갈이를 넘어 주민들의 실제 생활에서 필요한 부분을 찾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 이유다.

협의체 위원들은 칼과 가위를 손질하는 동안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며 건강과 생활 형편도 살폈다.

지원이 필요하지만 복지서비스와 연결되지 않은 주민이 있는지 확인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발견하면 관련 복지서비스로 연계하는 역할도 함께 한다.

경로당을 찾아가는 칼갈이 봉사가 주민과 복지 관계자를 연결하는 접점 역할을 하는 셈이다.

특히 주민이 별도로 행정기관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는 방식이 아니라 협의체가 먼저 마을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농촌지역 복지 사각지대 발굴에도 의미가 있다.

권영진 다인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민간위원장은 “생활 속 작은 불편을 직접 찾아 해결할 수 있어 뜻깊다”며 “앞으로도 지역 여건에 맞는 특화사업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윤창식 다인면장은 “농촌 어르신들에게 칼갈이는 작지만 꼭 필요한 도움”이라며 “협의체와 함께 생활에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다인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오는 18일 가원리 2개 마을을 시작으로 19일 용곡리와 덕미리 등을 차례로 찾는다. 오는 25일까지 모두 10개 마을을 돌며 순회 봉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칼과 가위를 갈아주는 작은 봉사에서 시작했지만, 주민과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듣는 과정은 또 다른 복지 수요를 찾아내는 통로가 되고 있다. 생활 속 작은 불편을 먼저 찾아 해결하는 방식이 농촌 복지의 촘촘함을 높이는 현장형 복지 모델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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