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쌀 다음으로 중요한 식량 자원이자 한국인의 식문화를 형성하면서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콩이 지금 심각한 수급 불균형이라는 구조적 모순에 직면해 있다. 콩은 전분 위주의 쌀 등 주곡이 갖추지 못한 영양학적 우수성을 지닌다. 전 곡류 중 최고 수준인 약 40% 내외의 단백질과 20% 정도에 달하는 지방질 속에 인체 건강에 필요한 필수 불포화 지방산을 함유하고 있다. 특히 레시틴을 비롯한 기능성 인지질이 풍부해 현대인에게 필수적인 기능성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쌀 과잉 생산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대체 작물 장려 정책으로 콩 재배 면적이 급증하면서 국내 생산량은 15만 톤을 넘어섰고 이를 소비하기 위한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국내 생산량이 늘어남에 따라 정부는 과잉 생산의 늪에 빠져 있고, 최대 소비처인 두부 제조업체는 여전히 극심한 원료난에 신음하고 있다. 이 모순적인 상황의 근본 원인은 국산 콩과 수입 콩 간의 극심한 가격 격차에 있다. 연도별로 편차가 있으나 국산 콩은 수입 콩보다 통상 4~5배가량 비싸다. 이 때문에 연간 25만 톤에 달하는 수입 콩을 소비해 온 대규모 두부 제조업체들은 정부의 보조금 지원하는 유인책에도 불구하고 원가 경쟁력의 한계로 인해 국산 콩으로 완전히 전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산 콩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전통 장류 업계 역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으나 영세한 생산 규모와 자본력, 소비의 한계로 인해 시중에 넘쳐나는 국산 콩 물량을 모두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수급 불일치는 쌀 대체 작물 육성 정책이 지속되는 한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다. 따라서 단기적인 보조금 지급이나 소비 독려를 넘어, 국산 콩 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장기적이고 입체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국산 콩 산업이 가격 경쟁력의 열세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식자재 공급을 넘어선 고부가가치 가공 산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우선 앞선 기술에 바탕한 품종 개량을 통해 특정 기능성 성분의 함량을 극대화하고, 인체에 유익한 필수 아미노산의 조성을 최적화하는 동시에 단위 면적당 수확량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생산 원가를 낮추고 품질의 우수성을 동시에 확보할 때 비로소 수입산 콩과의 계속되는 가격경쟁에서 자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국산 콩만의 차별화된 성분과 고기능성 물질의 장점을 살려 새로운 용도와 시장을 적극 개척해야 한다. 전통 장류 제조 방식에 현대적인 발효 과학을 접목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형태의 특성을 달리한 쌈장과 같은 소스류와 간편식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세계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소비 시장은 동물단백질에서 식물단백질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거대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으며, 이런 친환경적이고 건강 지향적인 추세의 중심에 바로 단백질 함량이 높은 콩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원전부터 소화성이 낮고 기호성이 떨어지는 콩을 발효시키고 조리해서 가치를 높인, 독창적인 식용 역사를 지니고 있다.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전통 식문화에 최신 기술을 접목한 제품 개발 역량을 더한다면, 국산 콩은 단순한 과잉 농산물이 아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K-푸드의 핵심 주역으로 거듭날 수 있다. 과잉 생산으로 인한 현재의 위기를 단순히 쌀 대체 작물의 실패로 볼 것이 아니라, 국산 콩 산업이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고도화로 나아가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차별화된 기능성 품종 개발, 독창적인 가공 상품화, 특화된 생리활성 기능, 그리고 세계 시장을 겨냥한 독창적인 특성과 맛을 겸비한 신제품이 글로벌 마케팅과 유기적으로 결합할 때, 콩은 우리 농업의 새로운 활로를 열고 미래 신산업을 창출하는 주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전북은 생산 여건과 연구역량 그리고 장류 등 콩 이용 산업이 어느 지역보다 앞서있고 차별화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특별한 관심을 두고 콩 생산, 이용 산업을 선도하자.
/신동화(한국과학기술한림원종신회원·전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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