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택 전북지사의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 발언이 논란으로 번졌다. 취임 첫 회견에서 꺼낸 복합리조트 구상은 곧바로 말 바꾸기 논란에 휩싸였다. 처음엔 핵심 앵커시설이라더니, 비판이 거세지자 원론적 구상일 뿐이라고 물러섰다. 새만금개발공사는 이전부터 논의돼 왔다고 밝혔다. 도민은 뭘 믿어야 하나.
전북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30여개 단체가 도청 앞에서 철회를 요구했다. 강태창 도의원은 본회의에서 공론화 없는 일방 추진을 도민주권 역행이라고 짚었다. 강원 폐광지역 주민들까지 생존권을 걸고 반대에 가세했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으로 독점권을 보장받은 국내 유일 내국인 카지노다. 새만금에 두 번째 카지노가 들어서면 이 독점 구조가 무너진다. 전북의 활로 모색이 강원의 생존권과 정면충돌하는 셈이다.
이 사안은 처음이 아니다. 2016년에도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 특별법 개정이 추진됐지만 강원권 반발과 시민사회 저항에 무산됐다. 10년 가까이 지났어도 쟁점은 그대로다. 도박 산업의 사회적 비용과 형평성 문제는 여전히 무겁다.
전북도의 조급함은 이해할 만하다. 전남·광주 반도체 투자에서 전북이 빠졌다는 위기감이 크다. 대통령까지 전북 3중 소외론을 거듭 언급했다. 새만금개발청은 매립 목표를 2050년에서 2035년으로 15년 앞당기고, 공공 주도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현대차그룹 9조원 투자에 속도를 맞추려는 계산이다. 전북도의 위기감은 알겠으나, 급할수록 절차는 더 촘촘해야 한다.
이 지사는 선거 때 도민주권참여위원회 구성을 약속했다. 취임 후엔 도민 제안 80건을 도정과제에 반영했다고도 밝혔다. 그렇다면 새만금 카지노도 예외일 수 없다. 도민이 정책의 주체가 되게 하겠다던 약속을 지키려면 지금이 시험대다.
문제는 카지노 찬반 자체가 아니라 절차다. 도박 중독과 공동체 비용까지 걸린 민감한 사안을 도민 숙의 없이 지사 회견에서 먼저 던진 것이 화근이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대규모 관광레저용지 개발에 카지노가 필요한지, 경제적 편익과 사회적 비용은 얼마인지, 법 개정 가능성과 지역 수용성은 있는지부터 도민 앞에 투명하게 내놓아야 한다. 그 위에서 공론화 절차를 밟는 것이 순서다.
이 지사는 200조원 투자 유치라는 새만금의 미래를 약속했다. 그 미래를 도박장 논란으로 흐리게 할 이유는 없다. 성급한 철회도, 무리한 강행도 답이 아니다. 이참에 제대로 공론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전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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