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방송인 전현무가 공항에서 비행기 운항 일정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MBC 유튜브 캡처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방송인 전현무의 카자흐스탄 즉흥 여행을 둘러싼 조작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방송 전 제작진이 카자흐스탄행 출국 일정과 구체적인 대화 내용까지 담은 시나리오를 작성한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인천국제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MBC는 지난 7월 22일 공사에 ‘나 혼자 산다’ 인천공항 촬영 허가를 신청했다.
MBC가 제출한 공문에는 8월 6일 오전 7시30분부터 9시30분까지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3층 출발장과 에어아스타나 출발 카운터에서 촬영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촬영 내용은 공항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가는 모습과 항공권을 발권하고 출국하는 장면으로 명시됐다. 출국 항공편은 같은 날 오전 11시10분 출발편으로 기재됐다.
함께 제출된 촬영 시나리오에는 전현무가 공항에 도착해 목적지를 고민하는 과정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시나리오에는 ‘즉흥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한 현무’, ‘출국 카운터에서 서서 비행기 출발편을 보기 시작하는데’라는 설명과 함께 전현무의 대사로 “중국은 너무 많이 갔고 카자흐스탄을 가볼까”라고 기재됐다.
이어 배우 구성환과 김주승에게 전화해 카자흐스탄에 관해 물어본 뒤 현지행을 결정하고 에어아스타나 카운터에서 항공권을 발권해 출발하는 내용도 담겼다.
실제 8월 14일 방송에서도 전현무가 목적지를 정하지 않은 채 공항을 찾았다가 구성환과 통화한 뒤 카자흐스탄 알마티로 떠나기로 결정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사전에 제출된 촬영 시나리오와 실제 방송 내용이 상당 부분 일치하는 셈이다.
앞서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은 전현무가 공항에서 즉흥적으로 여행지를 정해 카자흐스탄으로 떠나는 모습을 방송한 뒤 사전 기획 의혹에 휩싸였다. 제작진은 여행과 관련한 촬영 지원이나 협찬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에 제출된 서류상 카자흐스탄 이외의 대안은 확인되지 않았다. MBC는 카자흐스탄 국적사인 에어아스타나 한국지사의 촬영 동의서만 첨부했을 뿐 타 항공사의 협조는 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은혜 의원은 “시청자를 웃음 짓게 하는 건 예능의 역할이지만 시청자 신뢰는 방송사의 책임 문제”라며 “‘무작정 출발’, ‘공항 즉석 예매’ 등의 그럴듯한 설정을 솔직하게 뺐다면 MBC가 시청률은 손해 봤어도 신뢰는 가져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구슬 기자 jang.gu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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