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거리에 부착된 카드 대출 광고물. 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손재하 기자] 카드사들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이하 주총)에서 이사회 재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영·금융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등 전략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타 카드사 대표를 이사회에 영입하기도 한다.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은 ‘소비자보호위원회’ 신설 안건을 의결하며 내부 통제 강화와 투명성 제고에 힘쓰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전문성 강화’와 ‘소비자 보호’ 흐름이 카드사의 전반적인 위험도를 낮추고 신뢰 개선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쟁사 CEO 사외이사로…활발한 영입 경쟁
국내 주요 카드사들은 지난 19일부터 잇따라 정기 주총을 개최하고 있다. 이미 주총을 끝낸 삼성·우리·하나·신한카드에 이어 롯데·현대·BC카드도 개최를 앞두고 있다.
특히 사외이사 선임 건이 눈에 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장기카드대출(카드론) 규제, 그리고 조달 여건 악화 등이 맞물리며 수익성이 위축되는 가운데, 카드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이사회에 포진시키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하나카드는 지난 23일 신임 사외이사로 임영진 전 신한카드 대표를 선임했다. 1986년 신한은행에 입행한 임 신임 사외이사는 경영지원그룹 전무와 부행장을 지냈고, 신한금융지주 부사장도 역임했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신한카드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해당 기간 동안 신한카드는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했다. 하나카드 측은 임 사외이사 선임 배경으로 업계 이해도와 경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문성과 자문 역량 등을 꼽았다.
학계에서 경영 전문가를 데려오기도 한다. 신한카드는 25일 주총을 개최하고 조명현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건을 의결했다.
조 신규 사외이사는 한국거래소 밸류업자문단 위원장을 지냈고,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과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등을 역임한 경영 전문가다.
오는 27일 주총을 여는 현대카드는 심수옥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와 유용근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를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풀무원과 롯데쇼핑에서 사외이사를 겸하고 있는 심 사외이사 후보자는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부사장을 역임한 경험을 갖췄다. 유 사외이사 후보자는 KB국민은행에서 사외이사를 역임했고 2023년 한국회계정보학회 이사장과 회장을 지낸 회계 전문가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금융·경영 전문성을 갖춘 적임자로 판단해 사외이사로 추천했다”며 “선임 여부는 주총을 통해 최종 결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 카드사, ‘소비자보호위원회’ 신설…“내부 통제 강화”
카드사들은 이번 주총에서 소비자 보호 강화 의지도 내비쳤다. 이는 금융감독원의 소비자 보호 강화 기조에 발맞추기 위한 취지로 풀이되고 있다. 금감원 지난해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 모범관행’을 제시한 바 있고, 최근에도 연일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고 있다.
금융권 전반에 소비자 보호 강화 기조가 확산되는 가운데, 2금융권에서는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대표적으로 우리카드와 신한카드가 소비자 보호 관련 안건을 의결해 눈길을 끈다.
우리카드는 지난 19일 주총에서 정관을 변경하는 안을 의결,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 신설 준비를 마쳤다.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되는 위원회는 자사에서 금융 소비자 보호 최상위 협의체로 운영될 예정이다.
아울러 신한카드도 25일 주총에서 소비자보호위원회를 신설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해당 위원회는 이사회 내 소위원회 형태로 설치되며, 소비자 보호 관련 전문성을 고려해 위원들을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여신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보호위원회 신설은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한 조치로 보인다. 이처럼 (금융권 전략이) 소비자 보호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인건비와 시스템 투자 등 비용 부담이 늘어 수익성이 일부 훼손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투명성 제고와 리스크 관리 강화가 신뢰 확보로 이어지면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카드사는 상법 개정안 대응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상법 개정안에는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집중투표제를 의무화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총자산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32조 1748억원에 달하는 삼성카드는 이번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정관 개정 안건을 가결했다.
◇신뢰 개선 등 중장기적 긍정 효과 기대
전문가들은 카드업계의 이 같은 흐름이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진단했다.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문성과 소비자 보호 체계가 강화될수록 시장에서 기업의 위험도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는 투자 유치나 신뢰 측면에서 유리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채 교수는 이어 “디지털 금융 환경에서는 고객들이 데이터 보호와 권익을 중시하는 만큼, 이 같은 재편은 카드사가 신뢰 기반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한재준 인하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지배구조 측면에서 이사회 독립성과 소비자 보호 중심 내부 통제가 강화되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여진다”며 “외형 성장보다 사고 예방, 건전성 관리와 평판 리스크 축소란 측면에서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소비자 보호와 지배구조 개선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만큼, 카드사들도 이에 맞춰 관련 조직과 체계를 강화하는 흐름”이라면서 “사외이사 선임 역시 각 사의 내부 전략에 따른 판단으로 구체적인 효과는 개별 카드사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재하 기자 hksons188@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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