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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조상은 자랑, 윤봉길 후손은 침묵…하영·윤주빈, 극명히 갈린 집안 교육

광복절을 앞두고 배우 하영의 증조부를 둘러싼 친일 행적 논란이 불거지면서, 독립운동가 후손 연예인들의 가문 이야기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매헌 윤봉길 의사의 종손으로 알려진 배우 윤주빈이 과거 자신의 집안 이야기를 철저히 드러내지 않았던 이유가 재조명되고 있다.

[스포츠서울 | 윤동언 기자] 광복절을 앞두고 배우 하영의 증조부를 둘러싼 친일 행적 논란이 불거지면서, 독립운동가 후손 연예인들의 가문 이야기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매헌 윤봉길 의사의 종손으로 알려진 배우 윤주빈이 과거 자신의 집안 이야기를 철저히 드러내지 않았던 이유가 재조명되고 있다.

두 사람의 사례가 함께 언급되는 이유는 단순히 유명인의 조상 이야기가 달라서가 아니다. 한쪽에서는 가족사를 방송에서 자랑스럽게 소개한 뒤 조상의 과거 행적을 둘러싼 검증 논란이 발생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독립운동가 후손이라는 사실조차 상업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가족의 당부 때문에 오랫동안 이를 숨겼다는 점에서 대조를 이룬다.

하영, ‘4대째 의사 집안’ 소개했다가 증조부 행적 논란

하영은 최근 KBS2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증조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4대째 의사 집안이라는 가족사를 소개했다.

당시 하영은 증조부가 일본에서 의학을 공부한 뒤 한양에서 양의원을 개원했고, 고종 황제를 진료한 인물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온라인에서는 하영의 증조부로 안상호가 지목됐다.

안상호는 실제 근대 의학사에서 중요한 인물이다. 서울역사편찬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안상호는 1874년생 의사로, 일본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귀국한 뒤 종로에서 진료 활동을 했으며 순종의 전의로도 활동했다. 1919년 고종이 쓰러졌을 당시에는 일본인 의사 모리야스 랜키치와 함께 진료했다.

문제는 그의 의료 활동 자체가 아니라 일제강점기 당시의 사회적 활동이다.

안상호는 1916년 결성된 대정친목회에 평의원으로 참여한 기록이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관련 자료에서도 안상호의 대정친목회 활동을 친일 행적의 하나로 거론하면서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또 안상호는 1919년 고종의 사망 당시 진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독살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다만 고종 독살설 자체는 확정된 역사적 사실이 아니며, 서울역사편찬원 역시 이를 ‘독살설에 휘말렸다’고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안상호를 단순히 ‘친일파’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친일 관련 활동 기록과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함께 검토돼야 하는 인물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럼에도 이번 논란에서 주목되는 것은 하영 본인의 잘못된 역사 인식이 확인됐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유명인이 자신의 가족사를 대중에게 소개할 때 그 이면의 역사적 맥락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점이다.

반면 윤주빈은 왜 윤봉길 의사 후손임을 숨겼나

이 과정에서 다시 주목받는 인물이 윤주빈이다.

윤주빈은 매헌 윤봉길 의사의 종손이다. 윤봉길 의사는 1932년 중국 상하이 훙커우공원에서 의거를 일으킨 뒤 체포됐고, 같은 해 24세의 나이로 순국했다.

윤주빈은 2019년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열린 KBS ‘100년의 봄’에서 윤봉길 의사의 종손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당시 윤주빈은 윤봉길 의사를 향해 “큰할아버님의 봄은 스물다섯 살에서 멈춰 버렸지만 우리 기억 속에는 영원한 청년 의사로 살아계신다”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

그런데 더욱 눈길을 끈 것은 윤주빈이 그동안 자신의 유명한 가계도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윤주빈은 당시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고 밝혔다. 특히 연기자가 된 이후에도 가족들이 윤봉길 의사를 절대로 상업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윤봉길 의사의 종손이라는 사실을 오랫동안 숨겼다는 것이다.

이 대목은 이번 논란과 맞물려 더욱 의미가 커진다.

윤주빈에게 윤봉길 의사는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유명한 조상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의 직업과 가문의 역사를 분리하고,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개인적인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가족이 가르친 원칙이었다.

‘누구의 후손인가’보다 중요한 것은 조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하영의 사례와 윤주빈의 사례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하영의 경우 방송에서 증조부의 의사 경력과 고종 진료 이력 등을 소개한 뒤 해당 인물의 일제강점기 행적이 온라인에서 검증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반면 윤주빈은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사실 자체를 오랫동안 감추다가 3·1운동 100주년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시점에 공개했다.

물론 조상의 행적은 후손의 행적과 동일시할 수 없다.

증조부나 조부가 어떤 시대를 살았고 어떤 선택을 했는지가 후손의 잘못이 되는 것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이유만으로 후손에게 특별한 도덕적 의무를 부여할 수도 없다.

다만 유명인이 자신의 가문을 대중에게 소개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일제강점기와 독립운동처럼 현재까지도 사회적 평가가 이어지는 역사적 인물을 다룰 경우, ‘유명한 조상’이라는 사실만 강조하기보다 그 인물이 어떤 시대를 살았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 함께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윤주빈이 자신의 가문을 숨겼던 이유가 그래서 다시 한번 눈길을 끈다.

“윤봉길 의사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면 안 된다.”

단순히 독립운동가 후손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는 것보다, 그 이름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먼저 고민했다는 이야기다.

광복절을 앞두고 유명인의 가문 이야기가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구의 후손인가’라는 혈통 자체가 아니라, 조상의 역사를 얼마나 신중하게 바라보고 대중에게 전달하느냐일 것이다. hellboy32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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