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치매·근감소증·수면장애를 겨냥해 AI·혈액검사 기반 조기진단과 예방·관리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부모님은 늘 "괜찮다"고 말하지만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계단을 오르다 숨을 고르거나, 잠을 이루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등 몸은 조금씩 변화를 드러낸다.
급속한 고령화로 치매와 근감소증, 수면장애 같은 노인성 질환 관리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조기 진단과 예방, 생활 관리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22일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국내 치매 환자는 올해 약 97만명 수준이다. 내년에는 100만명, 오는 2044년에는 2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계에서는 치매가 증상 발현 이전부터 뇌 변화가 진행되는 질환이라는 점에서 조기 발견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바이오허브 입주기업 바이오소닉스는 혈액 속 단백질을 전기신호로 분석해 알츠하이머 위험을 선별하는 기술을 개발중이다. 기존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검사나 뇌척수액 검사와 비교해 채혈만으로 검사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보이노시스는 AI 기반 음성 분석 플랫폼 개발 업체다. 발음과 억양, 말의 속도 같은 음성 데이터 변화를 분석해 치매 가능성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 기반 사용 환경을 고려해 개발 중으로, 23년 경력의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임상 현장에서 경험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기술 개발을 진행했다.
디멘필은 안저 사진을 활용한 치매·경도인지장애(MCI) 선별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망막 혈관이 뇌혈관과 해부학적·생리학적 특성을 일부 공유한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접근했다. 회사는 AI 판단 근거를 시각화하는 설명가능성(XAI)과 AI 스스로 판단 불확실성을 평가하는 기술(UQ) 적용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소닉스 관계자는 "치매는 증상이 나타났을 때 상당 부분 진행된 경우가 많다"며 "발병 이전 단계에서 위험군을 선별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근감소증 분야에서도 치료제 개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근육량은 일반적으로 60대 이후 매년 1~2%씩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근감소증은 낙상과 골절, 장기 입원 위험 증가 등과도 연관 있다. 다만 아직 전 세계적으로 승인된 근감소증 치료제는 없는 상황이다.
항노화 바이오텍 아벤티는 근감소증 치료제 'AVTR101'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 2상 승인을 받았다. 회사는 운동과 영양 보충 중심 관리에서 나아가 약물로 근육 소실 자체를 개선하는 방향의 연구를 진행 중이다. 신규 저분자 합성신약과 마이오카인 기반 바이오로직스 개발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일부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초고령사회 진입 속 치매와 근감소증, 수면장애 관리 수요가 커지면서 서울바이오허브 입주 바이오기업들의 조기진단·치료 기술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알리아드바이오파마는 노인성 근감소증과 알츠하이머를 동시에 겨냥한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공통 기전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수면 분야에서도 AI 기반 관리 기술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수면장애는 인지 기능 저하와 면역 저하, 치매 위험 증가 등과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령층에서는 수면제 장기 복용 부담 역시 꾸준히 나오는 중이다.
슬립포레스트는 AI 기반 수면 관리·교정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인 신원철 대표가 창업한 회사다. 사용자의 수면 패턴과 생활 습관을 분석해 개인 맞춤형 수면 교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신 대표는 유튜브 채널 '꿀잠튜브'에서 수면 건강 관련 정보도 전달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서울시가 조성하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고려대학교가 공동 운영하는 서울바이오허브 입주기업이다. 서울바이오허브는 공용 연구시설과 병원·대학 협력 네트워크, 인허가 및 사업화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치매와 근감소증, 수면장애 분야 조기 진단과 예방, 생활 관리 기술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당수 기술이 아직 임상과 상용화 초기 단계에 있는 만큼 실제 의료 현장 적용 범위와 효과 검증 여부가 향후 시장 확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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