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취재수첩] 체코 원전 파열음, 시험대 오른 한수원 리더십

“기업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협상에선 치열하게 다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동의 목표 앞에서는 양보하며 끝내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취재수첩] 체코 원전 파열음, 시험대 오른 한수원 리더십

“기업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협상에선 치열하게 다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동의 목표 앞에서는 양보하며 끝내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1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의 일부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시공 계약을 놓고 한국수력원자력과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벌인 협상이 끝내 결렬된 것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김 장관은 “서운하고 야속하다” “호랑이의 눈으로 지켜보겠다”며 날 선 표현을 동원했다.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을 앞세워 어렵게 두코바니 사업을 수주한 팀코리아의 ‘원팀’ 정신이 흔들리자 불편한 속내를 내비친 것이다.

특히 사업 총괄이자 설계·조달·시공(EPC) 주계약자인 한수원을 향해 “더 큰 책임과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한 점이 주목된다. 이번 사태는 겉으로 공사비와 ‘총액확정계약’을 둘러싼 원청(한수원)과 하청(대우건설) 간 밥그릇 싸움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수원이 글로벌 원전 사업을 주도하면서 마주한 혹독한 현실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있다.

한수원은 2009년 ‘원전 수출 1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수주할 때에는 지금과 반대 입장이었다. 주계약자는 한전이었고, 한수원은 한전의 하도급을 받았다. 현지 규제와 설계 변경으로 공사비가 늘어나자 한수원과 건설회사들은 한전에 추가 정산 및 손실 분담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에는 정반대다. 체코에서 처음 주계약자가 된 한수원은 총액 27조원 안에서 공기와 예산을 통제해야 하는 십자가를 짊어졌다. 입찰 당시엔 기존 노형인 APR1400을 추진했으나 신규 노형인 APR1000으로 변경되면서 추가 비용이 들게 됐다. 이를 정해진 예산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게 한수원의 입장이다.

대우건설의 책임도 가볍진 않다. 대우건설은 수주전에 참여할 때부터 체코 측의 최우선 조건이 총액확정계약 방식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두산에너빌리티 등이 대우건설의 주장에 선을 긋고 한수원에 협조하기로 한 것도 그런 이유다.

그럼에도 김 장관이 한수원에 더 큰 책임을 강조한 건 원전 수출을 총괄하는 기업으로서 팀코리아의 신뢰를 지켜가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2018년 팀코리아 결성 이후 8년간 함께한 시공사와 갈라섰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한수원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김 장관 지적은 한수원이 포용과 조율의 리더십 대신 협상 결렬이라는 손쉬운 칼을 꺼낸 게 아닌지 되묻게 한다.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발 ‘원전 르네상스’가 펼쳐질 조짐이다. 더 이상 팀코리아 앞에 원·하청 힘겨루기는 없어야 한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