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채용문이 갈수록 좁아지면서 청년들이 정부와 지자체의 취업 지원사업으로 몰리고 있지만 취업 지원사업마저 높은 경쟁률과 조기 마감이 반복되며 청년들이 혜택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진은 30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청년지원센터 게시판. /차유민 수습기자 cmy22@namdonews.com
"저라고 ‘쉬었음 청년’이 되고 싶겠어요."
취업준비생 이예진(27)씨는 올해에만 네 차례 입사지원에서 고배를 마셨다. 서류를 통과해도 면접에서 번번이 탈락했고, 경력을 쌓기 위해 지원한 청년 일경험 사업조차 긴 대기 끝에 선발되지 못했다. 이씨는 "기업들은 신입보다 경력직을 원하고, 경력이 없으니 정부 지원사업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며 "그마저도 경쟁이 너무 치열해 기회조차 잡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기업들의 신규 채용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청년들이 정부와 지자체의 취원 지원사업으로 몰리고 있다. 그러나 한정된 사업 규모 탓에 경쟁률은 매년 치솟고 예약까지 조기 마감되면서 공공 지원마저 ‘바늘구멍’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단순히 지원사업의 인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민간 취업시장의 위축을 드러내는 경고 신호라고 진단한다.
3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따르면 대표 청년 일자리 사업인 ‘청년일경험 드림’은 지역 기업에서 3~6개월 동안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최근에는 취업을 위한 ‘필수 코스’처럼 인식되면서 지원자가 해마다 늘고 있다.
경쟁률은 2022년 1.8대 1에서 지난해 상반기 2.9대 1, 하반기 2.4대 1로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800명 모집에 약 3천800명이 지원했고, 일부 선호 기업은 경쟁률이 10대 1에 달했다.
청년들은 이제 일반 기업 취업보다 일경험 사업을 먼저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광주청년센터 토닥토닥 관계자는 "예전에는 일반 기업 취업을 먼저 시도한 뒤 일경험 사업을 찾는 청년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처음부터 경력을 만들기 위해 지원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며 "기업들이 신입을 교육하기보다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선호하는 채용 문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민간 채용시장의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상반기 민간기업 채용공고를 분석한 결과 전체의 82%가 경력직 채용이었고, 신입만 모집한 공고는 2.6%에 불과했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서도 지난해 대기업 대졸 신입사원의 28.1%는 이미 경력을 보유한 이른바 ‘중고 신입’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입에게도 경력을 요구하는 채용 문화가 사실상 고착화되고 있는 셈이다.
취업 준비를 위한 각종 공공 지원사업도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광주청년센터가 운영하는 면접 정장 대여 서비스는 하루 이용 가능 인원이 10~20명 수준에 불과해 공무원 시험과 공개채용 시즌이면 예약이 순식간에 마감된다. 이달 예약 역시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10일까지 모두 찼다.
청년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자격증 취득 응시료 지원사업도 접수 시작 당일 마감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매달 약 300명을 지원하지만 신청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청년이 적지 않다.
동구청년지원센터가 올해 재개한 ‘청년 커뮤니티 지원사업’ 역시 취업난의 현실을 보여준다. 취업 스터디와 직무역량 강화 모임을 중심으로 10개 팀 모집에 155개 팀이 신청해 15.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공공 취업지원사업 경쟁률이 높아지는 현상은 단순한 인기 사업이 아니라 지역 청년들이 민간 취업시장에서 첫 경력을 쌓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경고 신호라고 지적한다. 지원사업을 전전하다 ‘쉬었음 청년’으로 머무르지 않도록 지역 산업과 연계한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하는 구조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태진 동구청년지원센터장은 "청년들이 지원사업에 몰리는 현상은 사업이 좋아서가 아니라 취업시장이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방증"이라며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경쟁이 아니라 첫 경력을 시작할 기회다. 이제는 지원사업 확대보다 지역 기업의 청년 채용을 늘리고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유민 기자 cmy22@namdonews.com
*이 기사는 지역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차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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