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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장애인 표준사업장 업종 수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다변화라는 과제 앞에서는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업장 수는 늘었지만 대부분이 단순 노무업종에 몰려 있어, 양적 확대가 고용의 질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17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표준사업장 현황'을 분석한 결과, 충청권 표준사업장 수는 2023년 32개에서 지난해 87개로 두 배 넘게 늘었다.
그러나 업종 구성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
대다수가 조립·포장, 세탁, 도소매 등 단순 노무 영역에 몰려 있고, 문화예술이나 AI 등 고부가가 관련 직종은 단 2곳에 그쳤다.
이 같은 쏠림의 배경에는 제도적 구조가 있다.
현행 제도는 고용 인원의 30% 이상을 장애인으로 채우도록 하고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직무를 단순화·표준화하기 쉬운 업종이 비용과 관리 양면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조립이나 세탁, 청소처럼 다양한 장애 유형의 근로자를 폭넓게 배치할 수 있는 분야가 자연스럽게 선택되는 구조다.
비용을 줄이고 운영 효율을 높이려는 합리적 선택이 결과적으로 업종 편중을 고착시키고 있다.
IT나 디자인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은 직무 설계와 맞춤형 훈련이 선행돼야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지원 체계가 미비해 진입 자체가 쉽지 않다.
직업재활·훈련 프로그램마저 제조와 단순 서비스 중심으로 편성돼 있어, 훈련을 마친 인력이 다시 같은 업종으로 유입되는 순환이 반복된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경영 악화와 근로 여건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정된 시장에 사업장이 집중되면 과당경쟁으로 단가가 떨어지고, 부가가치가 낮은 업종 특성상 임금은 최저임금 언저리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근속 연수가 쌓여도 처우가 나아지지 않으니 직업 만족도와 고용 유지율이 함께 떨어진다.
IT·디자인·문화예술 분야에 역량을 갖춘 장애인조차 표준사업장 안에서는 선택지가 제한되면서, '장애인은 단순 노동에 적합하다'는 편견만 굳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본래 취지를 되짚어볼 때라고 지적한다.
표준사업장의 목적은 장애인의 사회통합과 경제적 자립이다.
저부가가치 업종에 갇힌 채 최저임금 수준의 일자리만 늘린다면, 고용의 양은 커져도 질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한다.
우주형 나사렛대 인간재활학과 명예교수는 "직무 고도화 수준이나 임금 상승률, 승진 사례, 훈련 이수 성과 등을 지원 기준에 반영해 획일적 구조를 차등화해야 한다"며 "현재 직업재활 체계가 단순 직무 중심으로 설계돼 있는 만큼, 데이터 관리나 콘텐츠 제작 등 진입 장벽은 낮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디지털 분야로 확장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광현 기자 ghc011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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