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6·3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이 대형 프로젝트들을 공약으로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엿보이지 않는다. 일단 던지고 보는 '아니면 말고' 식의 선심성 공약이다. 천문학적인 사업비 조달 로드맵이 아예 없다. 여야 예비후보들이 다르지 않다.
충북에선 반도체 공장 유치와 돔구장 건설 공약이 눈에 띈다. 충북지사 예비후보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을 끌어오겠다고 밝혔다. 그 바람에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론이 지방선거를 계기로 재점화했다.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면 최소 수십조 원의 직접 투자와 많은 수의 일자리가 보장된다. 유권자들의 지역경제 파급효과에 대한 기대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엔 의문 부호가 붙는다. 반도체 공장에 수십·수백조 원을 투자하는 주체는 기업이다. 어디에 공장을 지을지도 기업이 결정한다. 연초 이재명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기업을 옮기라 마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미 "확정된 입지를 바꾸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이렇듯 예비후보들이 앞다퉈 내놓은 반도체 공장 유치 공약이 공약(空約)으로 전락할 공산이 큰 이유는 많다. 예비후보들의 유치전은 기업 선택권을 넓혀준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현실적 측면에선 좀 다르다. 충북도부터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 반도체 공장을 품을 산단 인프라 구축에만 10년 정도 걸린다. 단체장 4년 임기는 유치 준비 작업에도 빠듯한 시간이다.
돔구장 건립 공약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불을 지폈다. 최 장관은 지난해 12월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5만 명 이상 돔구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이후 유치전에 불이 붙었다. 충북의 예비후보들도 돔구장 건립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공약대로라면 오송에 대형 돔구장이 들어서게 된다. 과연 수지를 맞출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예비후보들은 일본의 도쿄돔을 롤모델로 삼은 듯하다. 도쿄돔은 지난 1988년 문을 열었다. 콘서트와 전시를 병행하고 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라는 확실한 주인이 있다. 거대한 '도쿄돔 시티' 생태계 구축에 기여했다. 호텔, 놀이공원, 쇼핑 시설이 돔구장 주변을 촘촘히 채우고 있다. 야구가 없는 날도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365일 쉬지 않고 돌아가는 구조다. 하지만 거저 주어진 결실이 아니다. 수십 년간 축적된 개발과 노력의 산물이다. 도쿄라는 세계 최대 도시와 요미우리 자이언츠라는 인기 구단이 합작한 작품이다. 일본 최대 미디어그룹의 배경도 무시하기 어렵다. 충북의 예비후보들에게도 돔구장은 거절하기 힘든 종합선물세트다. 그러나 좋다고 다 할 수 는 없다. 충북엔 변변한 프로구단 하나 없다. 세밀한 연구 없는 공약은 공약(空約)으로 끝날 확률이 높다.
예비후보들이 공약을 개발하고 발표하는 건 자연스럽다. 다만 현실성 없는 공약은 결국 지방정부 재정에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기업을 유치하려면 기업이 들어올 여건부터 조성하는 게 순서다. 기업은 조건이 맞으면 오지 말라 해도 온다. 돔구장 건설도 마찬가지다. 달콤한 공약으로 선거에서 이길 수는 있다. 하지만 지키지 못할 약속은 결국 정치 불신을 키우게 된다.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독이 된다.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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