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인로보틱스의 ‘X2’가 손으로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다. 사진=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로봇이 춤을 추고, 에이전트가 업무를 대신 처리하고, 그 데이터를 감당할 인프라까지 한 자리에 모였다. 국내 최대 인공지능(AI) 전문 전시·컨퍼런스 통합행사 ‘AI 서밋 서울 & 엑스포(AISE) 2026’이 역대 최대 규모로 코엑스에서 사흘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전환의 시대: 도입을 넘어(The Transformation Era: Beyond Adoption)’
주제에 걸맞게 현장은 AI 분야 대전환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참여해 산업의 흐름을 한 몸에 느낄 수 있는 장소였다. 전시에는 7개국 118개사가 307부스로 참가했다. 지난해 대비 참가기업 수는 66.2% 늘었고, 사전등록 참관객은 약 5배로 증가했다. 올해 참관객은 2만5000명 수준으로 예상된다.
코엑스가 DMK글로벌, 한국무역협회와 공동 주최한 ‘AI 서밋 서울 & 엑스포 2026’이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 B홀에서 참관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코엑스 제공
AISE는 컨퍼런스 ‘AI SUMMIT SEOUL’에 전시를 결합한 컨펙스(ConfEx) 형태로 9년째 이어져 온 행사다. 지난해 처음 전시와 컨퍼런스를 통합한 뒤 올해 두 번째로 열렸다.
정부는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술과 생산 역량, 데이터와 에너지, 시장과 인재를 하나의 공급망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을 담은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을 발표했다.
AISE는 이 선언 이후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대규모의 민간 AI 비즈니스 행사다. 정부가 제시한 공급망 구상이 산업 현장에서 얼마나 구체적으로 그려지는가가 이번 행사의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 ‘춤추는 로봇’ 넘어 실행 단계 들어간 피지컬 AI
화인로보틱스의 ‘X2’ 모델들이 빅뱅 ‘판타스틱 베이비’에 맞춰 그룹 안무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이날 전시장에서 단연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댄스 공연이다. 중국 상하이 로봇기업 애지봇(AGIBOT)의 국내 공급을 맡고 있는 화인로보틱스가 선보였다. 애지봇 로봇은 행사장 안내와 관람객 대화, 물체 집기 등을 시연하거나, 빅뱅 ‘판타스틱 베이비’에 맞춘 그룹 댄스까지 소화하며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애지봇은 이번 전시에 전신 제어 휴머노이드 ‘A3’, 멀티모달 인터랙션이 가능한 ‘X2’, AMR 기반 이동형 조작 로봇 ‘G2’, 강화학습 기반 사족보행 로봇 ‘D 시리즈’까지 라인업 전체를 세웠다. 인지·판단·제어·행동을 통합한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설명이다. 국내 산업 현장에서의 실증과 사업화가 다음 목표다.
● 단순 문서 정리 아니다…업무 전반 커버하는 AI 에이전트
엘리스가 AI 에이전트 헬피챗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업무 자동화 수준에 그쳤던 ‘에이전틱 AI’도 고도화를 마치고 비즈니스 현장에 속속 등장하는 모양새다. 엘리스그룹은 이번 전시에서 ‘AI 풀스택’을 처음 공개했다.
△생성형 AI 업무 도구 ‘헬피챗’, △사내망 전용 코딩 에이전트 ‘헬피코드’, △복잡한 문서를 데이터로 변환하는 ‘헬피비전’ 등 업무 현장 전반에서 활용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 헬피 시리즈 4종을 선보였다.
엘리스는 이날 GPU 클라우드 최적화 소프트웨어 ‘ECI’와 3개월 만에 구축 가능한 프리팹 모듈형 데이터센터 ‘AI PMDC’를 나란히 선보였다. 공공·금융·제조 분야의 폐쇄망 수요를 겨냥해 AI 인프라와 솔루션을 함께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 늘어나는 데이터 어떻게 관리하나…인프라·마켓플레이스 주목
씨게이트 전시 부스의 모습. 사진=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AI의 도입과 함께 쏟아지는 데이터를 어디에 저장할지도 화두였다. 자체 AI를 채택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데이터를 저장·관리하는 스토리지 인프라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씨게이트 테크놀로지는 이 수요를 겨냥해 엔터프라이즈 데이터 스토리지 시스템 ‘EXOS 4U74’와 ‘EXOS 32TB’를 전시했다. 자체 기술 모자이크(Mozaic)를 기반으로 제한된 공간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제품이다. 두 제품 모두 상용화 단계로, 실제 데이터센터 환경에 공급되고 있다.
데이터 자체를 사고 파는 ‘데이터 시장’도 등장했다. 플리토는 텍스트·음성·이미지·영상 등 AI 학습 데이터를 한곳에서 탐색하고 거래할 수 있는 ‘Data Marketplace’를 선보였다. AI 기업은 필요한 데이터를 찾아 구매하고, 데이터 보유 기업은 이를 상품화해 판매할 수 있는 구조다.
이 밖에 어도비, 오라클, 젠스파크, HP, 깃랩, 스플렁크 등 글로벌 기업들이 생성형 콘텐츠 제작부터 클라우드 인프라, 개발 자동화까지 각 영역의 솔루션을 소개했다.
● 스타트업의 약진…체험하고, 만나고, 거래 텄다
케이엘큐브가 수어 번역 서비스 ‘핸드사인 노바’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스피어에이엑스가 김포공항 화장실 혼잡도의 분석 리포트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이번 전시에서는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의 약진도 돋보였다. △케이엘큐브는 디지털 정보 접근성이라는 주제로 AI로 수어 아바타 영상을 자동 생성하는 플랫폼을 선보였다. △에이징테크바이오는 AI 정밀발효 플랫폼으로 만든 인지기능 특화 요거트 ‘뉴로밀’을 전시해 AI와 바이오 기술의 결합 사례를 보여줬다. △인텔리시아는 AI가 학습한 가상의 소비자가 설문에 응답하는 합성소비자(Synthetic Consumers) 조사 플랫폼 ‘더서베이’를 소개했다.
전시장 한 켠에 마련된 ‘비즈니스 커넥팅 존’에서는 AI 기술기업과 수요기업 간 1대1 상담 200여 건이 진행됐다. 참가기업 60개사와 수요기업 100개사가 신사업 발굴과 투자 연결을 논의했다.
일반 참관객을 위한 체험존도 마련됐다. 이곳에선 관람객들이 AI 기반 스포츠 동작 분석, 태권도 품새 채점, 영어 문법 진단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 “실제로 만나 협업하는 시장” 만드려면
정희철 한국무역협회 해외마케팅본부장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AI 공급망의 핵심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기술 개발과 함께 기술기업과 산업 수요기업이 실제로 만나 협업하고 사업을 만들어내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AI 서밋 서울 & 엑스포가 국내 AI 기업의 비즈니스 확장과 산업계의 AI 전환을 촉진하는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코엑스와 DMK글로벌, 한국무역협회(KITA)가 공동 주최한 이번 전시는 21일까지 코엑스 B홀에서 열린다.
같은 기간 그랜드볼룸에서는 컨퍼런스 ‘AI SUMMIT SEOUL’이 함께 열린다. 나사(NASA), 엔비디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해외 연사를 포함해 68개 세션이 진행되며 450개사 2400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19 일(수)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AI SUMMIT SEOUL’ 컨퍼런스에서 참가자들이 연사의 강연을 듣고 있다. 코엑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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