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역사는 기원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지금 형태의 책은 대략 15세기 유럽이 시작이었다. 1440년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하면서 책은 급속히 대중화의 길을 걸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는 책의 도시로 자리잡았다. 인근 마인츠 출신의 구텐베르크가 책 탄생의 절대적 공헌자가 된 덕분이다. 이에 프랑크푸르트가 책 제작과 거래의 중심지로 떠오른 것이다.
그리고 1462년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세계 최초의 도서전이 열렸다. 인쇄업자가 몰리고 당시 신성로마제국 황제 프리드리히 2세의 상인 보호 정책이 맞물려 가능한 일이었다. 이후 프랑크푸르트는 정치적 굴곡과 함께 부침을 거듭하다 이웃 라이프치히에 책의 도시로서 지위를 넘기고 말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다시 살아났다. 1949년 부활한 이 도서전은 해를 거듭하면서 발전한 끝에 오늘날의 세계 최대 규모이자 영향력 최고의 도서전으로 위상을 굳혔다. 세계 170여개국에서 1만여 출판사가 참여하는 데 도서 저작권의 약 25%가 여기서 거래될 정도다.
현재는 세계 곳곳서 국제 규모의 도서전이 열리고 있다. 세계 4대 도서전으로는 프랑크푸르트를 비롯해 영국 런던 도서전,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 도서전, 중국 북경국제도서전이 꼽힌다.
국내에서는 서울국제도서전이 대형 북페어로 성가를 높이는 중이다. 1954년 전국도서전시회로 시작한 서울국제도서전은 1995년 국제 규모로 성장했고, 20여개 국가와 수백개 출판사가 참여하는 행사가 됐다. 우리나라 최대의 책 축제이자 세계와 한국이 책으로 만나는 플랫폼으로 정착한 것이다.
지난달 ‘2026 서울국제도서전’이 막을 내렸다. 그런데 예상 외로 16만명이라는 많은 관람객들이 몰려 대성황을 이뤘다. 지난해보다 1만여명이 늘어난 수치다. 18개국 538개 출판사가 참여한 이 행사에서 책과 이와 관련한 굿즈 역시 많이 팔린 것으로 전해졌다. 참가 회사 대부분이 지난해 매출을 훌쩍 뛰어넘었다는 후문이다. 또 책만이 아니라 경험을 마케팅하는 출판사도 늘어서 이채를 띠었다. 체육관 모양의 부스나 상추 모양의 책갈피, 비밀 책 싸서 팔기 등등의 아이디어가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일단 대단한 성과다. ‘책은 죽었다’는 말이 통용되는 세태에 도서전이 이런 정도 흥행을 거둔 것은 이채로운 일이다. 아마도 ‘텍스트 힙’이라는 젊은 세대들 간의 열풍이 단단히 한몫한 듯하다. 하지만 이 같은 이벤트의 인기와는 별도로 출판시장의 현실은 암담하다고 한다. 독서 인구 감소와 이에 따른 책 시장 위축, 전문 인력의 이직 등으로 사경을 헤맨다는 것이다. 다만 지난해의 경우 한강 작가 특수 덕에 매출이나 이익이 다소 호전됐다고 한다. 모처럼 출판시장이 상승세라니 정부나 관련 단체들이 더 적극적으로 힘을 보탤 필요가 있겠다.
전라일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