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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출산도 특권이 되는 사회를 꼬집다[북스&]

한국 사회의 저출생 문제를 ‘구조적 우생학’이라는 프레임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가난하거나 비정상적인 가정에선 아이가 태어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반면, 경제적·사회적 자원을 가진 ‘정상 가정’만 저출생 정책의 혜택을 받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출산도 특권이 되는 사회를 꼬집다[북스&]

한국 사회의 저출생 문제를 ‘구조적 우생학’이라는 프레임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가난하거나 비정상적인 가정에선 아이가 태어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반면, 경제적·사회적 자원을 가진 ‘정상 가정’만 저출생 정책의 혜택을 받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인 저자는 신간 ‘저출생 우생학 사회’에서 우생학 이론을 끌어들여 한국 사회의 구조적 저출생 문제를 다루고 있다. ‘우생학’이란 종의 개량을 목적으로 인간의 선발 양육을 지지하는 유사과학이다. 인류를 유전학적으로 개량하려는 이론으로 1883년 영국의 프랜시스 골턴이 창시했다. 열악한 유전자를 가진 인구를 줄이고 상대적으로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인구를 늘리려는 목적이다. 독일 나치가 이를 극단적으로 밀고 나가면서 대참사를 불렀고 이후 과학으로도 인정되지 않고 있다.

저자는 한국 사회가 암묵적으로 상정하고 있는 ‘정상’ 부모는 ‘경제적 안정성, 안정된 고용, 적절한 주거 환경, 양육을 감당할 수 있는 시간과 자원을 갖춘 이성애 부부’라고 규정한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국가적 자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암묵적으로 정상 부모라는 기준에 맞춰 선별 과정을 거친다. 즉 누가 부모가 될 수 있는지부터 선별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정상 부모’와 ‘비정상 부모’를 국가가 선별하는 사회 구조를 ‘구조적 우생학’이라고 규정하고 이로 인해 저출생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고 말한다.

“국가는 결코 출산을 금지하거나 제약하지 않는다. 오히려 출산을 돕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묵묵히 ‘정상’ 부모를 선별하여 누군가의 ‘낳을 권리’를 침해해 어떤 가족에게서 아이가 태어나야 하는지를 사실상 결정하려 한다.”(본문 중에서)

즉 국가가 저출생 정책을 통해 ‘정상’ 부모를 선별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출산을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위협하는 선택으로 만드는 것이 ‘구조적 우생학’이라는 논리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선 이러한 현상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미혼모·이혼모 등 한부모 가정, 동성 가정 등은 출산을 위한 지원을 받지 못한다. 우리 사회에서 남녀 차별 문화는 여전히 존재하고, 출산의 부담은 여성이 오롯이 부담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행태는 과거 다른 나라처럼 인종 선별, 강제 불임 등과 같은 노골적인 폭력을 동반하지는 않지만, 국가가 규정한 ‘정상’ 부모 외에는 출산 자체가 어렵다. 저자의 지적대로 구조적 우생학 사회에서 출산은 ‘선별된’ 이들의 ‘특권’이나 마찬가지다.

저자는 단순히 출산율 높이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라고 요구한다. 우월한 유전자를 더 잘 선별하는 사회가 아니라 다양한 삶이 존중 받을 수 있는 사회, 낳을 수 있는 사람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 게 아니라 태어날 수 있었던 수많은 가능성이 사라지지 않는 사회를 말한다. 저자는 구조적 우생학에 빠진 사회의 해법으로 초경쟁 완화, 성평등, 진보적인 교육·노동 정책과 가족제도, 기본소득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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