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위원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열린 준감위 정례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포인트데일리 송영택 기자]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삼성전자를 둘러싼 노사 갈등 격화와 총파업 위기에 대해 "삼성은 단순한 사기업이 아닌 '국민 기업'"이라며 노조 측의 신중한 결단을 촉구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의 분수령에서 터져 나온 파업 위기가 자칫 국가 경제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위원장은 21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린 4기 준감위 정례회의에 앞서 "근로자의 권리 선택은 노조의 권한이지만, 주주와 투자자 등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국민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성과급 산정 방식 등을 두고 사측과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노조가 오는 23일 대규모 결집과 내달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에서 나온 작심 발언이다.
현재 삼성전자 노사는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 폐지 등 임금 교섭 조건을 놓고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사측이 반도체(DS) 부문 1위 달성 시 특별 포상 등을 제시하며 절충안을 내놨으나, 노조는 '영업이익의 15% 배분'이라는 기존 요구안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노조는 오는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파업에 돌입할 경우 반도체 라인 가동 중단 등으로 수십조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파업 위기가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엄중한 시기에 삼성전자의 대외 신인도와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측 역시 노조의 사업장 점거 등 불법행위 가능성에 대비해 법원에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법적 대응 카드를 꺼내 든 상태다.
노사 간 고소·고발전으로 번진 '개인정보 유출 의혹'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근 사내 보안 시스템을 이용해 임직원 정보를 수집·유출한 혐의로 직원 A씨를 고소했다. 이 위원장은 이에 대해 "노사 관계가 형사 절차로 번진 점은 아쉽다"면서도 "노노 간 인권 역시 보호되어야 하며, 위법적인 탄압이나 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하겠다"고 강조했다.
4기 준감위는 이번 사태를 엄중히 보고 노사관계 전문성을 대폭 강화했다. 김경선 전 여성가족부 차관과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등 노동·인사 전문가를 수혈하고 인권노동소위원회를 개편했다. 이 위원장은 "전문가 조언에 따라 준감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하겠다"며 향후 노사 갈등 중재 및 준법 경영 감시에 박차를 가할 뜻을 내비쳤다.
SK하이닉스가 21일 5% 가까이 급등하며 사상 처음으로 '120만 닉스' 고지에 올라선 채 장을 마쳤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전장보다 4.97% 오른 122만4000원에 거래를 종료했다. 삼성전자는 전장보다 2.10% 오른 21만9000원에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사진=연합뉴스
◇코스피 6300 돌파 ‘사상 최고’… 반도체·배터리 쌍끌이에 중동 리스크 뚫었다
코스피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거친 파고를 뚫고 63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함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반도체 슈퍼 사이클’ 기대감이 증시를 기록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형국이다.
21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69.38포인트(2.72%) 급등한 6388.47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 2월 기록한 종가 기준 최고치(6307.27)를 두 달 만에 넘어선 것은 물론, 장중 최고점까지 갈아치운 ‘역대급’ 상승장이다. 이날 지수는 전장 대비 1.34% 오른 6302.54로 출발해 장 후반으로 갈수록 탄력을 받으며 최고점에서 종가를 형성했다.
증시를 견인한 주역은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세였다. 외국인은 3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서며 1조7520억 원어치를 쓸어담았고, 기관 역시 6거래일 연속 사자세를 유지하며 7854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은 2조3516억원 규모의 차익 실현 매물을 쏟아내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외환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전일 대비 8.7원 내린 1468.5원에 마감하며 외국인 수급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사상 최고치 경신의 일등 공신으로 '반도체 실적 피크아웃' 우려를 불식시킨 SK하이닉스를 꼽는다. 오는 23일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SK하이닉스는 AI 서버 수요 폭증에 따른 역대급 수익성 기대감에 4.97% 급등, 장중 120만원 선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대장주 삼성전자(2.10%) 역시 동반 상승하며 지수 하단을 탄탄하게 지지했다. 여기에 4월 1~20일 수출액이 반도체 호조에 힘입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은 한국 수출 경기에 대한 낙관론에 불을 지폈다.
이차전지 섹터의 반등도 힘을 보탰다. 삼성SDI가 메르세데스-벤츠에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초대형 호재가 전해지며 19.89% 폭등했고, LG에너지솔루션(11.42%)과 포스코홀딩스(8.22%) 등 관련 대형주들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국제유가 하락세에 따른 비용 절감 기대감에 항공주도 강세를 보였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휴전 협상을 둘러싼 대외적 불확실성이 상존함에도 불구하고, 반도체를 필두로 한 국내 상장사들의 강력한 펀더멘털이 증시를 밀어올렸다"며 "환율 안정과 수출 지표 개선이 확인되면서 코스피의 추가 상승 여력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코스닥 지수 역시 전장보다 4.18포인트(0.36%) 오른 1179.03에 마감하며 8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에코프로(5.21%)와 에코프로비엠(5.00%) 등 이차전지주가 지수 방어에 나섰다. 이날 양 시장 합산 거래대금은 약 47조원에 육박하며 시장의 뜨거운 열기를 입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7일 청와대에서 프랑스·영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 자유항행에 관한 화상 정상회의에 참석해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 대비… UAE 해역 앞까지 이동한 우리 선박들
중동 긴장 완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국내 선사들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 재개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간 해협 내측에 고립됐던 선박들이 관문 인근으로 속속 이동하며 ‘출구 전략’ 마련에 들어간 것이다.
2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발이 묶였던 국내 선박 26척 가운데 상당수가 최근 두바이 등 아랍에미리트(UAE) 인근 해역으로 이동했다. 해당 선박에는 약 120명의 한국인 선원이 승선 중이다. 업계는 이를 두고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 타결 시 즉각적인 통항 재개에 대응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일부 선박은 최근 해협 통과를 타진했지만, 미·이란 간 긴장 완화가 지연되면서 실행에 옮기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휴전 합의 이후에도 실질적인 통항 사례가 없었던 만큼, 선사들이 선뜻 리스크를 감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선사들의 비용 부담은 한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선박이 장기간 대기 상태에 머물면서 인건비와 선용품 비용이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해운협회는 호르무즈 해협에 고립된 선박 26척이 하루 약 4억9000만원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기회비용까지 고려할 경우 실제 부담은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선박들이 해협 인근으로 이동한 것은 통항 재개 시 손실 최소화와 운항 정상화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종전 협상이 타결될 경우 곧바로 해협을 통과해 항로 정상화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앞서 양국이 2주간 휴전에 합의했음에도 미국의 ‘역봉쇄’ 조치 등으로 긴장 국면이 이어지며 실제 통항은 이뤄지지 않았다. 업계는 종전 협상이 성사되더라도 일정 기간 ‘안전 확인’ 과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초기에는 제한적 통항 또는 단계적 재개 가능성이 높다”며 “각 선사들도 즉각적인 운항 재개보다는 리스크를 점검한 뒤 순차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 시점은 미·이란 협상 결과에 좌우될 전망이다. 다만 선사들이 선제적으로 위치를 재조정하며 ‘재개 대비 모드’에 돌입했다는 점에서, 해협 봉쇄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물류 차질도 점차 완화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고유가 피해지원금 시군구 준비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고유가 피해지원금' 27일 지급 개시…지자체 현장 대응·부정유통 차단 총력
고유가에 따른 서민 부담 완화를 위한 현금성 지원이 이달 말부터 본격 집행된다. 지급 대상과 방식, 현장 대응까지 포함한 사전 점검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면서 정책 집행의 속도와 정교함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행정안전부는 21일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 개시(4월 27일)를 앞두고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차질 없는 집행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번 지원금은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1인당 10만~25만원이 지급되며,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은 최대 6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행안부는 이날 김민재 차관 주재로 전국 226개 시·군·구 부단체장 회의를 열고 신청부터 지급까지 전 과정을 점검했다. 특히 현장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프라인 지급수단 확보와 민원 대응 체계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
지방정부에는 선불카드와 지류형 지역사랑상품권 등 오프라인 지급수단의 수요를 사전에 예측해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도록 했다. 아울러 카드 디자인 등을 통해 수급자 신분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도 요구했다.
지급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현장 대응도 강화된다. 읍·면·동 주민센터를 중심으로 고령자·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주민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신청 서비스’를 적극 운영하고, 필요 시 복지 부서와 연계해 대상자를 사전에 발굴하는 선제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부정 유통 차단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개인 간 거래를 통한 현금화, 타인 명의 가맹점 이용 등 편법 사용을 막기 위해 지자체별 ‘부정유통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장 민원 대응 역량 제고도 병행된다. 각 주민센터에는 대기 공간을 마련하고, 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이의신청 처리 기준 등에 대한 사전 교육을 실시해 신청·지급 과정에서의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지급 일정은 2단계로 나뉜다. 1차는 4월 27일부터 5월 8일까지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한부모가족을 대상으로 우선 지급된다. 이어 5월 18일부터 7월 3일까지는 미신청자와 일반 국민(소득 하위 70%)을 대상으로 2차 지급이 이뤄진다.
김민재 차관은 “국민 접점에 있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정책 성패를 좌우한다”며 “지급 준비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사각지대 없는 집행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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