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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출구 전략

동네에서 양말 공장을 운영하는 지인이 있다. 전철역에서 나오면 먹자골목이 이어지는 데 중간에 자기 건물을 갖고 지하에서 양말을 제조 납품하는 사람이었다. 15년 전인가 동네 컴퓨터 아저씨가 사람이 좋아 컴퓨터 수리하면서 아는 사람이 많다.

출구 전략

구글 선호출처 추가

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동네에서 양말 공장을 운영하는 지인이 있다. 전철역에서 나오면 먹자골목이 이어지는 데 중간에 자기 건물을 갖고 지하에서 양말을 제조 납품하는 사람이었다. 15년 전인가 동네 컴퓨터 아저씨가 사람이 좋아 컴퓨터 수리하면서 아는 사람이 많다. 좋은 사람들 소개해 준다며 합석해서 알게 된 사람이다. 나보다 10년 정도 연하다. 일밖에 모르는 성실한 사람이다. 묘하게도 그가 쓰레기 버리러 길거리로 나왔다가 지나가던 나를 만나면 종종 인사도 나누고 막걸리도 함께 했었다.

한번은 전화가 왔었는데 그전에 갔던 조용한 동네 맥줏집 이야기를 하기에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그게 같이 한잔하고 싶다는 의도였던 것 같다. 그런데 무심히 받아넘긴 것이 내 잘못이었다. 마침, 동네에서 막걸리 한잔할 일이 생겨 자리 잡았는데 양말 공장 사장이 생각났다. 전화했더니 과연 일 끝나고 집에서 저녁 식사 중이라고 했다. 바로 오겠다 하여 만났다.

마지막으로 본 것이 2년 전쯤 된 것 같았다. 그간 뜸했던 이유를 설명해 줬다. 내가 움직이는 동선이 집에서 반대쪽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이쪽 전철역 쪽으로 다닐 일이 별로 없었다고 했다. 있어도 상가 쪽은 번잡하니 둘러서 한적한 주택가 길로 다니는 바람에 그전처럼 길가에서 마주칠 일이 없었다.

어떻게 지냈느냐고 물으니, 아내와 외국인 종업원 2명을 데리고 밤낮없이 양말을 만들어 납품하는데 일이 점점 힘들어진다고 푸념했다. 주문이 점점 더 소량 다품종이라 일은 힘들고 돈이 안 된다고 했다. 이야기 중에 자기 지인 중 백두산에 갔다 온 사람 얘기를 부럽다는 듯이 얘기했다. 내게도 백두산 가 봤느냐고 물어 백두산은 물론 히말라야도 다녀왔다고 했다. 그 외에도 아프리카, 남미, 유럽까지 여행 다니느라고 지난 2년 동안 바빴다고 그간의 무소식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여행도 다리가 튼튼할 때 다녀야지 더 늙으면 여행도 못 다닌다며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이 말에 충격받은 모양이었다.

산다는 것이 언제까지 건강하게 사업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갑자기 건강에 이상이 생겨 문 닫게 될 일이 생길 수도 있는데 대책이 있느냐고 물으니 전혀 없다고 했다.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해 줬다. 아들이 다 컸는데도 가업을 이어받지 않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업을 맡길만한 사람을 찾든지 공장을 비우는 기간을 조금씩 늘리며 부부가 함께 여행도 다니고 재미있게 사는 방법은 많다고 설명했다. 방법을 찾아 보고 연습부터 하라고 했다. 아니면 사업체를 팔아 버리는 방법도 있다. 동네 부동산중개업자도 그랬다. 자기 건물이 있으니 월세만 받아도 생활비는 된다.

내 지인 중 이미 나이가 들어 출구 전략에 성공한 사람들은 많다. 돈이 있는 사람들은 친구들과 골프하러 다니며 이 좋은 세상을 이제야 제대로 즐기며 산다고 했다. 그런데 양말 공장 사장은 그간 일하는 데 모든 것을 쏟았기 때문에 취미도 하나도 없다고 했다. 전혀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고 했다. 친구도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자주 만나면서 출구 전략을 생각해 보자고 했다. 나는 언제나 시간이 있으니 언제라도 전화하라고 했다. 다만 그가 일 끝나는 시간이 저녁 8시쯤이라 좀 부담이 되긴 한다. 그 시간이면 나는 이미 저녁 식사를 끝내고 느긋하게 TV 시청하면서 취침 준비에 들어갈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은 짧다. 지하 공장에서 양말 짜느라고 먼지 마시며 보낸 인생도 귀중하지만, 이젠 즐길 나이라고 조언해 줬다. 그간 돈도 많이 벌어 놓았는데 자신은 쓰지도 못하고 자식들에게 그대로 남겨 봐야 고맙다는 말도 못 듣는다고 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더구나 건강은 아무도 장담 못 한다. 갑자기 아파서 몸져누우면 그 길로 끝이라고 했다. 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강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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