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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축제의 도시 홍성'을 꿈꾸며

‘세계 3대 축제’로 평가받는 스페인 ‘라 토마티나(La Tomatina)’는 사소한 싸움에서 시작됐다.

'축제의 도시 홍성'을 꿈꾸며

‘세계 3대 축제’로 평가받는 스페인 ‘라 토마티나(La Tomatina)’는 사소한 싸움에서 시작됐다. 1945년 8월 마지막 주 수요일, 스페인 발렌시아주의 인구 1만 명도 안 되는 부뇰 마을에서 거대 인형탈 퍼레이드 중 인파를 비집고 이를 구경하려던 청소년들이 제지당하자 화가 난 나머지 인근 채소가게 토마토를 행렬에 던지면서 시작된 것.

일주일 진행되는 축제에서 토마토를 던지는 날과 시간은 불과 하루에 단 1시간뿐. 그런데도 축제 기간에는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으로 숙박업소, 식당, 교통수단은 완판되고 참가비(최대 120유로)와 기념품 판매, 샤워 시설 이용료 등의 수입으로 지역경제는 활기를 띤다. 이 축제는 토마토를 던지는 ‘일탈’에서 시작됐지만, 사소한 계기나 하찮은 소재로 출발해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한 사례는 너무나도 많다.

일본 삿포로 눈축제. 1950년 겨울, 삿포로 중·고생들이 시 한복판에 있는 오도리 공원에 6개의 눈 조각을 만든 것에서 출발했다. 이후 축제 콘텐츠가 조금씩 바뀐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암울했던 지역 사회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축제에 개 썰매 경주나 눈싸움 대회 등 흥미로운 요소가 가미되면서 시민참여가 늘어났고, 1972년 삿포로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전 세계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2019년에는 방문객이 270만 명에 육박할 정도였다. 필자는 이 축제에 2022년, 2023년, 그리고 올해 2월 등 모두 3차례 참가한 바 있는데 호텔을 예약하지 못해 애를 먹기도 했다.

중국 하얼빈 빙등(氷燈)축제도 마찬가지다. 1963년 송화강(松花江)의 얼음을 잘라내 ‘얼음 등불(冰燈)’을 만들던 민속축제에서 시작된 이 축제에는 2024년 무려 8700만 명이 찾아 1248억 위안(23조 원)에 달하는 수입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는 여기에서 꼭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스페인 라 토마티나나 삿포로 눈축제, 하얼빈 빙등 축제 모두 사소한 계기나 소재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날씨가 더워지면 없어지는 얼음과 겨울만 되면 골칫거리였던 눈, 상품성이 없어 폐기 직전인 토마토가 축제 소재로 사용됐다는 점이다.

방콕을 비롯해 태국 전체 100여 곳에서 동시 진행되는 쏭크란 축제 역시 ‘흔하디 흔한’ 물이 축제의 주인공이다. 이들 축제는 관광객 방문에 따른 직·간접 경제적 효과 이외 또 다른 산업을 발전시켜왔다.

입은 옷에 얼룩진 토마토를 씻어내기 위한 세제기술이 발전했고, 하얼빈에서는 얼음 조각을 밤에 밝히기 위한 LED 산업이 자연스레 발전해 왔다. 눈축제 역시 발열(發熱), 방한(防寒) 산업이 덩달아 발전했다. 애초 예상하지도 못했던 기술· 제조· 서비스 분야의 산업 발전을 축제가 촉매제 역할을 한 셈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충남도에 등록된 15개 시군의 축제 수는 모두 106개. 보령이 13개로 가장 많고, 서천 12개, 서산 10개, 그리고 당진과 태안, 우리 지역인 홍성이 각각 9개다.

특이할 점은 인지도가 높은 홍성의 축제 중 역사인물축제를 제외하곤 글로벌바비큐페스티벌을 비롯해 남당항새조개축제, 바다송어축제, 대하축제, 구항벚꽃한우축제, 광천김토굴새우젓축제 모두 농수축산물 축제, 즉 먹을거리를 소재로 한 축제라는 점이다.

충남의 106개 축제 중 50% 정도가 농수축산물 축제인 점을 고려할 때 홍성의 축제는 대부분 음식, 즉 미식 축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식, 미식을 주제로 한 축제는 전 세계적으로도 성공을 거둔 사례가 많다.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거둘 뿐만 아니라 지역 브랜드 향상과 고용 창출, 지역경제를 선순환 생태계로 바꾸는 데 기여해 왔다.

맥주 이외 소시지, 슈바인학센(족발의 일종)이 주류를 이루는 독일 뮌헨 옥토버페스트는 지역 특산 맥주와 축산물 요리를 완벽하게 결합해 매년 600만 명 이상이 찾는다. 이탈리아의 알바 흰 트러플 축제는 트러플 경매, 셰프 쿠킹쇼, 와인마켓을 연계해 고소득층 관광객과 미식가들을 대상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했으며, 프랑스 레몬 축제는 100톤이 넘는 레몬과 귤을 이용해 대형 거대 조형물과 퍼레이드 카를 만드는 차별화된 예술 축제로 승화시켰다. 미국 록랜드의 대표 수산물인 랍스터 축제, 지중해 휴양도시 프랑스 멘통의 레몬 축제 역시 음식 하나로 축제를 글로벌화하는 데 성공했다.

홍성에서 열리는 새조개, 바다송어, 대하, 김, 새우젓 등이 성공한 이들 해외 미식 축제에 비해 소재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하나 없다. 문제는 바로 콘텐츠다. 지난달 14일 박정주 홍성군수가 광천읍을 순방했을 때 주민들은 올해 김새우젓축제를 군 축제로 승격시켜줄 것을 건의했다고 한다. 박 군수도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콘텐츠 개발을 당부했다고 전해진다.

올해까지 31회를 맞는 축제를 애써 추진해왔던 주민 입장도 이해되고, 당장 재정지원과 축제 독립성 등을 고민해야 하는 홍성군의 입장도 이해되는 측면이 없진 않다. 하지만 이제 서로 미룰 일도, 서로 남 탓할 때도 아니다. 당장 실현 가능한 부분부터 개선해야 한다.

2015년 오픈AI 설립자이자 페이스북 이사이기도 한 피터 틸(Peter Thiel)은 그의 책 ‘제로 투 원(Zero to One)’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쳐 시장 가치를 나누는 대신, 누구도 만들어내지 못한 기술이나 제품으로 ‘0에서 1’을 만드는 독창적 창조만이 위대한 기업을 만든다”고 했다.

필자는 그의 책을 읽으면서 ‘1에서 100까지는 자본과 인력, 시간을 투자하면 가능한 일이지만, 0에서 1까지는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된다’는 이야기기 특히 가슴에 와 닿았다.

농수축산물을 앞세운 축제로는 이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생산지, 즉 축제장에서 단순한 농수축산물을 판매하거나 한두 가지 이벤트 또는 연예인 공연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축제가 될 수 없다. 발상의 전환,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화려하진 않지만 참가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많은 예산을 들이진 않았지만 오래 간직할만한 축제의 기억을 선사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글로벌바비큐페스티벌의 경우 방문객들이 참여하는 요리교실 등 체험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하고 발골(拔骨)쇼와 발골 부위 경매 등 흥미진진한 콘텐츠가 도입돼야 한다. 특히 축제에서 예기치 못했던 산업이 발전했던 외국 사례를 벤치마킹해 육류 소스산업 등에도 관심을 돌려야 한다.

남당항에서 열리는 수산물 축제에서는 채취(어로 활동)~요리(체험 및 경합)~시식~평가~체류 등의 연계 프로그램이 마련돼 단순한 먹는 행사에서 벗어나야 한다. 김새우젓축제는 적어도 100가지 이상의 김밥을 등장시키고, 강력한 스토리를 지닌 새우젓 토굴의 스토리를 새롭게 써야 한다.

이달 26일에는 스페인에서 토마토 축제가 또 열린다. 지금 홍성의 축제는 안녕하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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