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의 모습. 연합뉴스
추석 연휴에 받은 용돈이나 상여금으로 목돈이 생겼다면 어디에 넣어둘지 고민하게 된다. 코스피를 비롯한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반면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3% 중반대로 올라서면서 예금이 다시 선택지로 떠올랐다. 주가가 오르기를 기다려야 하는 투자와 달리, 예금은 가입할 때 만기까지 받을 이자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도 이점이다.
실제로 은행으로 모이는 돈은 빠르게 늘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22일 기준 1012조20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보다 6조7889억원 증가했다. 5월부터 약 5개월간 74조8374억원 가량 늘었다. 시장에서는 박스권에 갇힌 주식 시장을 떠나 투자처를 찾던 자금이 다시 은행으로 향하는 ‘역머니무브’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예금 잔액이 늘어난 배경에는 금리 상승이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과 8월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금융채 등 시장금리도 올랐다. 최근 미국과 일본이 금리를 인상한 상황에서 한은은 추가 인상도 예고한 상황이다.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드는 비용이 높아졌고, 고객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예금금리 인상으로 이어졌다.
은행별 인상 폭도 작지 않다. NH농협은행은 지난 23일 예금과 적금 상품의 기본금리를 0.20~0.25%포인트 올렸다. 비대면 상품인 ‘NH올원e예금’의 12개월 만기 금리는 연 3.55%다. 지난 6월 말 연 2.95%였던 것과 비교하면 약 3개월 만에 0.60%포인트 상승했다.
17일 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 뉴시스
하나은행은 지난 22일 ‘하나의 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를 연 3.30%에서 3.40%로 높였다. 이달 10일에도 연 3.20%에서 3.30%로 올린 데 이어 두 번째 인상이다. KB국민은행 ‘KB 스타(Star) 정기예금’의 1년 이상 2년 미만 만기 금리는 연 3.50%로, 종전보다 0.10%포인트 올랐다.
신한은행은 ‘쏠편한 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금리를 연 3.20%에서 3.40%로 0.20%포인트 인상했다.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의 1년 만기 금리도 연 3.40%에서 3.50%로 높아졌다. 5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만 비교해도 1년 만기 금리가 연 3.40~3.55% 수준이다.
인터넷전문은행까지 비교하면 선택의 폭은 넓어진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3일부터 주요 예·적금 상품 금리를 0.10%포인트 올렸다. 6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50%,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70%다. 당장 1년 동안 쓰지 않을 돈이라면 12개월 상품을, 사용 시점이 더 빠르다면 6개월 상품을 비교해볼 수 있다. 다만 금리는 수시로 바뀌므로 실제 가입 시점의 적용금리를 확인해야 한다.
금리 차이가 실제 이자로 얼마나 이어지는지도 계산해볼 필요가 있다. 1000만원을 연 3.50%의 1년 만기 정기예금에 맡기면 단순 계산한 세전 이자는 35만원이다. 연 3.70%라면 37만원으로 2만원 많다. 일반과세로 이자에 붙는 세금 15.4%를 제외하면 각각 약 29만6100원과 31만3020원을 받는다. 실제 수령액은 상품의 이자 계산 방식과 가입일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금리가 더 높아 보인다는 이유로 적금을 예금과 똑같이 비교해서는 안 된다. 정기예금은 목돈을 한꺼번에 맡기는 상품이고, 적금은 매달 돈을 나눠 넣는 상품이다. 같은 연 4%라도 매달 납입하는 적금에서 받는 총이자는 목돈 전액을 1년 동안 예금에 맡겼을 때와 다르다. 추석 용돈처럼 이미 손에 쥔 목돈을 굴리려는 경우라면 납입 방식부터 구분해야 한다.
‘최고금리’에 붙은 조건도 확인해야 한다. NH농협은행 ‘NH올원더풀행복동행적금’은 1년 만기 기본금리가 연 2.75%다. 최고 연 4.25%는 우대금리 최대 1.50%포인트를 모두 받을 때 적용된다. 카카오뱅크 자유적금도 12개월 만기 금리 연 3.75%에 자동이체 우대금리 0.20%포인트가 더해지면 최고 연 3.95%가 된다. 우대조건을 채우지 못한다면 광고에 표시된 최고금리보다 낮은 금리를 받는다.
17일 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 뉴시스
만기까지 돈을 맡겨둘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명절에 받은 돈이라고 해도 몇 달 뒤 등록금이나 이사비, 생활비로 써야 한다면 1년 만기 예금에 전액을 넣기 어렵다. 중도 해지할 경우 가입 당시 안내받은 금리보다 낮은 중도해지 금리가 적용될 수 있다. 금리가 조금 더 높은 상품을 고르는 것보다 돈을 쓸 시점에 맞춰 만기를 정하는 일이 유리할 수 있다.
목돈이 큰 경우에는 예금자보호 한도도 살펴야 한다. 보호 대상 예금은 금융회사별로 1인당 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합해 최대 1억원까지 보호된다. 같은 은행에서 계좌를 여러 개로 나누더라도 보호 한도가 계좌 수만큼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가입하려는 상품의 보호 대상 여부와 해당 금융회사에 이미 맡겨둔 금액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정기예금 잔액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예금 가입은 자금의 사용 계획에 맞춰 결정해야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증시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예금금리까지 오르면서 목돈을 은행에 맡기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표시된 최고금리가 아닌 실제 적용금리와 중도해지 시 받을 이자를 확인한 뒤 만기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