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가운데) SK그룹 회장과 곽노정(왼쪽) SK하이닉스 대표가 10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나스닥 거래소에 미국예탁증서(ADR) 상장을 기념해 타종식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SK하이닉스(000660)
의 신규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 후보지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전력과 용수, 전문 인력, 공급망 등 생산 여건이 충족될 경우 미국 현지에 메모리 전공정 팹을 짓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구상이다.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 지역의 첨단 패키징 공장에 이어 미국 내 투자 범위를 메모리 생산까지 넓힐 가능성을 공식화한 셈이다.
10일(현지 시각) 최 회장은 미국 뉴욕 나스닥증권거래소에서 열린 ‘오프닝 벨’ 세리머니에 참석한 뒤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내 메모리 팹 투자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현재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실사를 진행하며 적합한 장소를 찾고 있다”며 “미국에서 적합한 장소를 발견한다면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투자에는 조건을 달았다. 최 회장은 “메모리 팹을 건설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며 “전력과 깨끗한 물, 부지, 인력은 물론 공급망을 뒷받침할 수 있는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의 지원 규모뿐 아니라 실제로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인프라가 투자 지역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현재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약 40억 달러(약 60조 원)를 투입해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이 공장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인공지능(AI) 가속기와 연결하는 첨단 패키징을 담당할 예정이다. 여기에 메모리 웨이퍼를 직접 생산하는 전공정 팹까지 미국에 들어설 경우 SK하이닉스의 현지 공급망은 패키징에서 생산으로 한 단계 확장된다.
최 회장은 메모리 팹과 별도로 미국 AI 산업 전반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예고했다. 그는 이날 “AI와 AI 데이터센터, 관련 기술과 스타트업 분야에서 최소 수백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파트너들과 다양한 형태의 AI 사업 합작 투자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조만간 막대한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HBM 추격에도 崔 “고객사 더 많은 SK하이닉스 HBM 요구”
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수요에 대해서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과거 메모리 시장이 인구와 스마트폰·PC 등 하드웨어 판매량에 좌우됐다면, AI 시대에는 에이전트와 로봇, 피지컬 AI가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판단이다.
최 회장은 “AI 시대에는 수요 구조 자체가 달라졌다”며 “AI 에이전트와 피지컬 AI, 로봇에는 막대한 양의 메모리 칩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5년 안에 생산 능력을 두 배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고객들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더 많은 물량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HBM 가격 상승에 대응해 빅테크들이 메모리 사용량을 줄이는 아키텍처를 개발하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최 회장은 “HBM 시장이 위축되는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서 추격해오는 상황에 대해서도 최 회장은 “현재 공급이 부족하고 모든 파트너사들이 더 많은 (당사의 HBM) 물량을 원하고 있다”며 “HBM뿐 아니라 기존 D램도 주문량을 두 배로 늘려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 공급계약의 가격 조건은 고객별로 유연하게 운영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최 회장은 “가격을 자유롭게 책정하기를 원하는 고객도 있고 고정 가격을 원하는 고객도 있다”며 “일률적인 규칙을 적용하지 않고 제품과 고객별로 장기 계약을 맞춤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나스닥 입성을 계기로 글로벌 인재와 자본을 끌어들이는 효과도 기대했다. 최 회장은 미국 주식에 기반한 스톡옵션 등을 활용하면 글로벌 핵심 인재를 보다 쉽게 영입할 수 있다며, 미국과 글로벌 주주 유입에 맞춰 새로운 지배구조 체계를 구축할 필요성도 커졌다고 평가했다.
최 회장은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한 지 15년 만에 오랜 꿈이 현실이 됐다”며 “글로벌 자본시장 진출은 앞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금융 옵션과 새로운 추진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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