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제30회 노인의 날 기념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무조건 튀어야 산다’는 존재감 극대화 전략이 가장 적나라하게 적용되는 곳은 미래 권력과 국회 국정감사장이다. 지뢰폭발 사건이나 영화 ‘암살자(들)’처럼 똑같은 이슈도 차기 대권주자나 국정감사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순간 2배, 3배로 커진다. 최근 대권 구도는 김민석-한동훈-오세훈을 비롯한 ‘3강(强) 박빙-다중(多中) 경쟁구도’이기 때문에, 3주간 진행되는 국정감사가 지나고 나면 대권 주자들의 순위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지금의 순위보다 중요한 것은 대권 주자들의 움직임을 보면 정국의 움직임이 훨씬 뚜렷하게 보인다는 사실이다.
요즘 이재명 대통령이 가장 믿고 의지할 사람은 단연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각종 차기 대권 주자 여론조사에서 1, 2위를 달리고 있는 김 대표는 8일 발표된 조사에서도 지지율 18.1%로 2위와 간발의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이재명의 강력한 아바타’라는 점이 그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즉, 이 대통령의 지지율과 김 대표의 지지율은 정비례 관계라고 보면 된다. 민주당 8·17 전당대회 이후 김 대표의 행보를 보면, 밖으로는 국민의힘의 ‘장동혁 체제’와 싸우고, 안으로는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민주당 강경파들과 싸우며 이 대통령의 호위무사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어찌 보면, 대통령과 집권여당 대표가 굳게 손잡고, 마치 안팎의 적들을 상대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모양새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도 떨어지고 차기 대권 주자인 김 대표의 지지율도 떨어진다. 이 대통령과 김 대표는 일심동체(一心同體)가 아니라 일심이체(一心二體)가 돼 역할분담을 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좌클릭, 우클릭을 고민하지 말고 국정 전반에 걸쳐 기존의 중도실용주의노선을 확고하게 유지해 나가고, 김 대표는 이를 당과 국회에서 입법화-제도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정치적 이슈에 대한 정치적 대응은 청와대 참모와 당 최고위원들에게 맡겨야 한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그리고 민주당의 똑똑한 최고위원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지금 국정감사의 도마 위에 올라있는 영화 ‘암살자(들)’ 문제, 가수 박진영의 증인출석, 문재인 정부 시절의 부동산 블랙리스트 의혹, 북한 김여정의 ‘자작 광대극’ 발언과 비무장지대(DMZ) 지뢰폭발 사건, 우크라이나와의 ‘북한 포로 한국 송환’ 진실 공방 등에 대해 정부여당이 속시원하게 대응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오는 14일로 예정된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의 인사 청문회에서 여권 의원들이 그를 비판하는 내부 총질 모습이 연출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으로 징역 7년 8개월형이 확정돼 수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지사의 옥중 불만 보도도 아슬아슬하게 들린다.
지금 대통령과 여당 대표를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권력의 중심축은 누구인가. 한성숙 국무총리인가? 사의를 표명한 강훈식 비서실장인가? 야권의 공격 표적이 된 이종석 국정원장은 어떤가? 1년 넘게 공석 중인 경찰정장은 언제쯤 임명될까? 현 시점에서는 민주당보다 청와대를 위시한 국정의 컨트롤 타워기능을 재정비하고 공고화하는 것만이 가장 신속하고 실효적인 방법이다. 특히 정무-정책-홍보 3각 라인업을 최정예화하는 것은 국정운영 시스템 개선의 핵심 중의 핵심이다. 그래야 요즘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현안과 악재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가장 위력적인 ‘대권 상수’ 한동훈
요즘 정치권에서 가장 위력적인 ‘대권 상수’를 하나만 꼽는다면 ‘한동훈(무소속 의원)’이 아닐까? 이번 추석 연휴를 전후로 실시된 차기 주자 여론조사에서 1위를 가장 많이 차지한 인물은 한동훈 의원이다. 아직은 10%대 지지율이지만 8일 발표된 조사에서는 불과 1%포인트(P) 차이로 2위에 올랐다. 그가 오세훈 서울시장을 추월한 가장 큰 요인은 주요 현안을 단숨에 키우고 주도하는 ‘이슈파이팅’ 능력일 것이다. 지난 8·30 개각 때 김승원 법무장관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정보력과 순발력, 그리고 ‘오빠들의 독약 로비’ ‘민주당 오빠들의 카르텔’ 같은 독설 구사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이번 외교통상위 국정감사에서도 한 의원은 이종석 국정원장이 미국을 방문하려다 과거의 반미 전력 때문에 입국을 거절당했다고 폭로했는데, 불과 하루 만에 거의 사실로 드러나면서 그의 정보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뭐든지 그의 손에만 가면 크게 부각돼 ‘이슈파이팅의 달인’이라는 소리까지 듣는다. 무소속인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저격수에 이어 ‘이재명-김민석’의 저격수로 활약하며 전방위 저격수로서의 정치적 존재감을 만끽하고 있다. 그의 당면 과제는 국민의힘 복당이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그는 2028년 총선과 2030년 대선 때까지 ‘유동적인 변수’가 아니라 ‘불변의 상수’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런 ‘한동훈 상수’이자 ‘한동훈 현상’에 대해 정치권과 대권 주자들은 무조건 터부시하거나 폄하하는 정치공학적 접근보다 그의 정치스타일과 장단점을 냉철하고 면밀히 분석하는 정치심리적 접근을 해야 ‘답’을 찾을 수 있다. 과거 ‘노무현 현상’과 ‘안철수 현상’도 그랬지만, ‘윤석열 현상’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가 2022년 대선 때 정치권이 속무무책으로 당하지 않았던가? 마찬가지로 ‘한동훈 현상’도 빠르고 강력하게 팬덤이 형성되고 있다. 정치권은 애써 무시하다가 뒤늦게 당할 수 있다는 교훈을 되새겨 보기 바란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지난 9월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야 대권 주자들이 이 대통령의 임기 초반부터 대권 행보에 지나치게 속도를 내는 이유는 뭘까? 우리 정치문화 자체가 너무 빠르고 성급한 측면이 있고, 아직 압도적인 강자가 없어서 대권 가도의 선점을 노리는 경쟁심리가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 이 대통령이 지지율이 최근 들어 30%대로 떨어진 탓인지 대권 주자들의 언행과 발걸음이 거침 없다. 대통령의 지지율과 대권 주자들의 행보는 반비례한다.
흔히 대권 주자가 대통령이 되는 과정은 '3단계-1단계 존재감 극대화→2단계 지지층 결속→3단계 중도외연 확장' 과정을 거친다. 대권 가도 초반에는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야 하고, 중반에는 강력한 지지층이 형성돼야 하며, 막판에는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대가 대세를 결정짓는다. 지금은 대권 가도의 초반인 탓인지 대권 주자들이 존재감 극대화에 총력 경주하고 있는 것 같다. 이를 위해 과도한 자기정치, 노이즈 마케팅, 언론플레이, 자극적 막말이 무분별하게 이용되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일 것이다. 그는 국회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행사를 개최, 국회 차원의 징계절차를 밟고 있는 와중에도 추성연휴 즈음에 실시된 차기 대권 주자 여론조사에서 여야를 망라해 ‘깜짝 5위’에 올랐다. 그의 요란하고도 과격한 극우 행보가 오히려 극우진영의 지지를 받고 대중적 인지도를 높여 차기 대권 주자 반열에 오르게 한 것이다. 과거 이진숙 의원과 함께 방송통신위원회에서 활동했고, 지난 6·3 재보궐선거에서 함께 당선된 국민의힘의 김태규·주진우 의원도 마치 이 의원을 벤치마킹하려는 듯, 소속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고함과 삿대질 등 공격적인 모습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정치인이 이슈파이팅과 노이즈 마케팅을 병행하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돼 대중적 인지도도 올라간다.
장동혁·조국·정청래·추미애 등 대중적 인지도 제고 경쟁
여야의 강경파로 통하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 그리고 추미애 경기도지사도 8일 발표된 차기 대권 주자 여론조사에서 중위권에 올랐다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이들을 비롯한 차기 주자들이 국정감사를 비롯한 여러 정치현장과 이슈 때마다 대중적 인지도 제고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6·3 지방선거 직후 퇴진론에 시달렸던 장동혁 대표는 올림픽 공원 집회의 빈번한 참석에 이어 국감 직전에 시청 앞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는 등 극단적인 투쟁방식을 전개, 국민의힘과 보수진영의 입지는 축소됐지만 자신의 입지는 오히려 강화되는 ‘극단적 자기정치’를 해오고 있다.
장외에서 ‘제3의 잠룡’을 언급할 때마다 부지불식간에 떠오르는 인물은 보수의 조희대 대법원장과 진보진영의 유시민 작가다. 두 사람이 1년 넘도록 이 대통령과 과도하게 충돌하면서 각각 ‘쓴소리의 기수’와 ‘정의의 사도’같은 이미지를 쌓아가는 모습을 보면, 정교한 대권 행보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하게 알아야 할 것은 존재감 확대와 외연확대는 상호 모순된다는 사실이다. 여야 대권 주자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돌출적이고 과격한 모습을 보일수록 중도층의 거부감은 확대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야 차기 주자들은 국정감사나 정국현안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낼 때 당장 눈에는 보이지는 않지만 대권 가도 막판에 가장 중요한 중도층을 늘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튀는 것이 처음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나중에는 스스로 발목을 잡게 된다는 사실을 대권 주자들은 유념하기 바란다.
오세훈 서울시장(왼쪽에서 넷째)이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수도권주거혁신포럼 세미나에 참석해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왼쪽에서 셋째) 등 참석자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2심 판결 따라 차기 대권 판도 흔들
6·3 지방선거 때 극적인 역전승 효과 덕분에 줄곧 1위를 달리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추석 연휴를 전후로 3위권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탓인지 그에 대한 지지율이 좀 빠졌다. 다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 명태균씨에 대한 2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판사가 오는 10월 23일 오 시장에 대한 2심 선고를 할 예정이어서 판결이 주목된다. 최근 오 시장의 행보를 보면, 부동산 정책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이재명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다.
연일 ‘부동산투기공화국 탈출’을 외치며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는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오 시장이 중요한 협상대상이자 장애물인 셈이다. 10월말 오 시장에 대한 2심 판결 여하에 따라서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차기 대권 판도가 흔들릴 것이다. 그때까지 초조할 수밖에 없는 오 시장은 지난 10월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수도권 주거혁신포럼 세미나에 참석, 한동훈-이준석 등 개혁보수 진영의 대통합을 역설하면서 한동훈 의원에 대해 ‘요즘 잘 싸우고 있는 보수의 자산’이라고 추켜세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오 시장이 중도층의 지지를 받고 있고, 2심 판결이 어떻게 나오든 차기 대권가도와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여권은 오 시장과의 전략적 소통관계를 유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부산 북항 친수공원 인공수로에 나타난 상어 ‘부캉이’가 신드롬을 일으킨 것을 보면, 우리 정치, 나아가 차기 대권구도의 향방을 떠올리게 한다. 며칠 전 대한민국 한복판인 광화문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보수집회에 5만명 정도가 모인 반면에, 변방의 부산 북항에 있는 흑상어 한 마리를 보려고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린 이유는 뭘까? 그게 바로 거창하고 소모적인 정쟁보다 소박하고 흥미로운 것을 찾는 중도층의 심리가 아니겠는가? 최근 각종 여론조사 때마다 보이지 않는 차기 대권 주자 1, 2위는 중도층이었다. 추석연후 즈음에는 중도층이 40%가 넘는 여론조사도 있었다. 이들이 지금은 “적합한 인물이 없다”거나 “모른다”고 대답하는 무당파거나 부동층이지만, 때가 되면 자신의 심중을 표로 나타낸다는 사실을 깊이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weeklyhk@hankooki.com
댓글
0